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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공짜 점심은 없다, 투자사기가 노리는 것은 돈보다 신뢰다

요즘 경찰서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투자사기 피해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기고] 공짜 점심은 없다, 투자사기가 노리는 것은 돈보다 신뢰다

박경규 대구 강북경찰서 청사방호관

요즘 경찰서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투자사기 피해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며칠 전에도 60대 여성들이 잇따라 경찰서를 찾아왔다. 수천만원씩 투자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신고였다. 피해자 대부분은 계모임 친구, 이웃, 지인 소개를 통해 투자에 참여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의심하지 않았다. 약속한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왔기 때문이다.

“은행보다 이자가 훨씬 많다.”

“우리 동네 언니도 받았다.”

“계주도 한다는데 괜찮겠지.”

사람들은 그렇게 안심한다. 처음에는 수백만원으로 시작한다.

이자가 지급되면 신뢰가 생긴다. 신뢰가 생기면 투자금은 점점 커진다. 수백만원이 수천만원이 되고 수천만원이 억 단위로 늘어난다.

그리고 친구가 친구를 데려오고, 언니가 동생을 데려온다. 계모임, 친목회, 동창회가 순식간에 투자 모집망으로 변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진다. 대표는 잠적하고, 계좌는 비어 있고, 약속했던 수익은 끊어진다.

그제야 사람들은 깨닫는다. 내 돈으로 이자를 받은 것이 아니라 뒤에 들어온 사람의 돈으로 이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이것이 전형적인 다단계·폰지(Ponzi)형 사기 수법이다.

과거 대구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희팔 사건도 본질은 같았다. 시대와 수법은 바뀌어도 사기의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사기의 핵심은 탐욕이 아니다. 신뢰의 악용이다. 낯선 사람의 말은 믿지 않는다. 그러나 친구의 말은 믿는다. 친척의 말은 믿는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웃의 말은 믿는다. 사기꾼은 바로 그 신뢰를 이용한다.

특히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절대 남편에게 말하지 마라.”

“자녀에게도 비밀로 해라.”

“알려지면 투자 기회를 놓친다.”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미 위험신호다.

사기는 햇빛을 싫어한다. 배우자에게 말하지 말라는 투자, 자녀에게 숨기라는 투자, 은행이나 경찰에 알리지 말라는 투자는 한 번 더 의심해야 한다.

정상적인 금융상품은 숨길 이유가 없다. 투명할수록 안전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고수익, 무위험, 원금 보장.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약속하는 순간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은행보다 열 배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면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뜻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경찰 생활을 하며 수많은 사건을 접했다. 피해자들은 결코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니다.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이웃들이다.

노후자금, 자녀 결혼자금, 퇴직금, 평생 모은 재산을 잃고 눈물을 흘린다. 사람들은 사기꾼에게 속기 전에 자신의 방심에 먼저 속는다.

“설마 내가 속겠어.”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사기는 사람의 돈을 훔치기 전에 판단력을 먼저 훔친다. 부디 기억했으면 한다.

고수익을 약속하는 곳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하고, 혼자 결정하지 말고 가족과 상의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금융기관이나 경찰에 문의해야 한다. 한순간의 욕심보다 평생 모은 재산이 더 소중하다. 오래된 경고는 지금도 유효하다.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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