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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고] 경기도 31개 시군에도 '부캉이'가 필요하다

최근 부산 북항의 주인공은 거대한 건축물도, 유명 연예인도 아니었다. 우연히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들어온 상어 한 마리였다. 시민들은 이 상어에게 ‘부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9월 중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불과 보름여 만에 북항을 찾은 누적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부산 북항의 주인공은 거대한 건축물도, 유명 연예인도 아니었다. 우연히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들어온 상어 한 마리였다. 시민들은 이 상어에게 ‘부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9월 중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불과 보름여 만에 북항을 찾은 누적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평소 하루 2천 명 안팎이던 공간에 추석 연휴에는 하루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주변 카페와 편의점 매출도 뛰었다. 지방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축제나 관광시설을 새로 만든 것도 아니었다. 한 마리 야생동물과 시민들이 붙여준 이름, SNS를 통해 퍼진 이야기가 사람을 움직였다.

부캉이 현상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시설만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경험하러 간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관광정책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익숙했다. 전망대, 출렁다리, 조형물, 테마거리, 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필요한 사업도 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 비슷한 시설이 들어서면서 막상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는 희미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 방향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경기도에는 31개 시·군이 있다. 수원의 화성, 이천의 쌀과 도자기, 가평의 자라섬처럼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진 자산도 있고, 아직 외지인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골목과 음식, 전통시장, 자연환경, 오래된 가게, 지역 인물과 생활문화도 많다.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관광시설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 지역에 있는 것을 발견해 이야기를 입히는 일이다. 나는 이를 ‘31개 시·군의 대표 부캉이 찾기’라고 제안하고 싶다.

여기서 ‘부캉이’는 새로운 캐릭터를 31개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각 지역에서 사람들이 듣는 순간 궁금해하고, 직접 찾아가 보고 싶게 만드는 대표 이야기 하나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선정 과정도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할 필요가 없다. 시민에게 “우리 동네에서 외지인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것 하나는 무엇입니까?”라고 묻고, 주민·청년·상인·문화기획자들이 함께 찾아내면 된다.

그 다음에는 이야기를 입혀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사람을 기록하고, 사진과 영상을 만들고, 걷는 길과 전통시장·식당·카페를 연결해야 한다. 방문객 숫자만 늘리는 관광이 아니라 지역에 머물고, 걷고, 소비하게 만드는 관광으로 이어져야 한다.

부캉이는 언젠가 바다로 돌아갈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가장 좋은 결말이다. 중요한 것은 상어를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상어가 떠난 뒤에도 사람들이 북항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다.

경기도의 31개 시·군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랜드마크를 계속 만드는 것보다 이미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자산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지역경제와 도시브랜드로 연결하는 것.

좋은 지역관광은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데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이미 있는 것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에는 이미 각자의 ‘부캉이’가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박용진 지방자치의정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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