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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AI 시대, 프라이싱 혁신(PX)의 중요성

기업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혁신, 즉 AX(AI Transformation)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새로운 AI 기반 서비스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뒤 몇 달이 지나면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는 기업도 있다.

[기고] AI 시대, 프라이싱 혁신(PX)의 중요성

백민기 ㈜로이젠트 대표

백민기 (주)로이젠트 대표

기업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혁신, 즉 AX(AI Transformation)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새로운 AI 기반 서비스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뒤 몇 달이 지나면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는 기업도 있다. 매출은 늘어나는데 이익은 늘지 않거나, 오히려 고객이 서비스를 많이 사용할수록 손실이 가파르게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AI 요금 구조가 복잡한데, 그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예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요금제와 같은 ‘사용자당 월 정액(Per-Seat)’으로 가격 모델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기존 SaaS 환경에서는 고객 한 명이 추가돼도 서버나 소프트웨어 운영 원가가 사용량에 비례해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는 구조다. 반면 LLM(대규모언어모델) 기반 AI 서비스는 실제 사용량에 따라 원가가 달라진다. AI 모델 기업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활용할 경우 입력·출력 토큰 수, 모델 종류, 캐시 적용 여부, 실시간 웹 검색 및 코드 실행 같은 부가 기능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처럼 AI 원가가 고객의 이용 형태에 따라 가변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별 수익성을 사전에 정확하게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AI API 과금 모델이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데에는 네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다. 첫째, 입력과 출력의 단가가 다르다. 특히 상세한 답변을 생성하거나 추론(Reasoning) 과정을 수행하는 모델일수록 전체 토큰 사용량과 원가가 크게 증가한다. 둘째, 모델 성능에 따른 단가 차이가 크다. 어떤 기능에 어떤 모델을 배치하느냐는 기술적 선택을 넘어 제품 전체의 원가 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셋째, 아키텍처와 활용 방식에 따라 토큰 사용량이 달라진다. 문서를 참조하는 RAG(검색증강생성) 기술이나 다단계로 호출하는 AI 에이전트는 사용량을 크게 늘린다. 반면 프롬프트 캐싱 등을 적용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넷째, 토큰 비용 외에도 실시간 웹 검색, 코드 실행 등 부가 기능에 따른 별도 과금이 발생한다.

이처럼 다차원적인 변수가 작용해 실제 고객별 원가는 크게 달라지지만, 많은 기업이 기존 SaaS 관행에 따라 단순 정액제 요금 정책을 고수한다. 이는 기업을 심각한 적자로 빠뜨린다. 문서 검색 서비스를 월 49달러 정액제로 제공할 때, 월 200회만 쓰는 라이트 유저에게는 충분한 마진이 남지만 수천 회 이상 호출하는 헤비 유저에게는 AI 원가가 월 구독료를 단숨에 넘어선다. 열성적인 충성 고객이 역설적으로 가장 큰 손실 요인이 되는 것이다.

마케팅 AI 기업 재스퍼(Jasper)는 과거 무제한 정액제를 도입했다가, 현재는 플랫폼 이용료에 크레디트 기반 사용량 과금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개편했다. GitHub Copilot 역시 사용량 제한 정책을 강화하고 크레디트 차감 방식을 도입했다. 변동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가격 구조는 수익성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비스가 성장한 이후에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AI 사업을 위해서는 4가지 프라이싱 설계가 필요하다. 첫째, 개발 단계부터 질문 한 번에 소비되는 기능별 AI 원가를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둘째, 평균 사용량에 의존하지 말고 헤비 유저의 최대 사용 수준과 원가 상한선을 시뮬레이션한다.

셋째, 기본 구독료에 일정 사용량을 포함하고, 초과 시 크레디트 차감이나 사용량 기반 과금을 적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결합한다. 넷째, 고성능 모델 이나 에이전트 등 고비용 기능은 상위 요금제에 포함하거나 기능별 한도를 설정해 원가 균형을 맞춘다.

많은 기업이 제품 개발에는 수개월을 투자하면서 가격 정책은 출시 직전에 결정한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가격 정책 자체가 곧 사업 모델이다. 기능 설계가 원가를 결정하고, 가격 정책이 수익성을 결정한다. 이미 정액제를 운영 중이라면 기존 고객의 청구액 변화를 분석해 유예 기간을 두는 등 소프트 랜딩 전략이 필요하다.

AX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혁신이라면, 이제는 “이 혁신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결실을 맺을 것인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해답이 바로 PX(Pricing Transformation), 즉 프라이싱 혁신이다. 뛰어난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고객이 많이 사용할수록 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가격 구조가 필요하다. AI 서비스의 시작이 ‘기술’이라면, 그 기술을 끝까지 살아남게 하는 힘은 결국 ‘프라이싱’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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