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주간한국>은 창간 초기부터 ‘금주의 인물’란 기획을 통해 매주 시대의 얼굴을 기록했습니다. 정치, 문화, 예술, 사회 각계의 인물들이 한 주의 이슈와 함께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금주의 인물은 단순한 인물 소개를 넘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과 갈등,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생생히 담아내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 소개할 인물은 오는 20일 임기를 마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입니다.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그는 ‘K-점도표’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프로젝트 한강까지 자신의 4년을 관통한 정책의 흔적을 남기고 퇴장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강민혜 기자
“선물 안 가져오셨어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한은) 본관 16층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농담을 던진 뒤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오랜 공직 생활을 벗어나 다음 진로를 자유롭게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오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둔 그가 주재한 마지막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찬성했다. 그의 후임으로는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후보자로 지명된 상태다.
◇ 마지막 금통위도 동결
이날 한은은 금리 유지 배경에 대해 ‘통화정책방향 관련 참고자료’를 통해 “중동 전쟁으로 물가의 상방압력 및 성장의 하방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파급 영향을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경제상황 평가’를 통해 반도체 경기 호조와 추경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 2.0%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봤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지난 전망치 2.2%를 상당폭 상회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였고 근원물가도 2.2%였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소폭 올랐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충격이 일시적이면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장기화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동결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정책 결정을 미룬 것이 아니라 중동 전쟁의 전개·파급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기 위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내린 뒤 10개월 넘게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총재 임기 시작 시점 기준금리는 연 1.50%였다. 취임 후 첫 결정은 2022년 5월 1.75%였다. 이후 같은 해 7월 2.25%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것)을 단행했고 8월 2.50%, 10월 3.00%, 11월 3.25%를 거쳐 2023년 1월 3.50%까지 올렸다.
2024년 10월까지 3.50% 동결이 이어졌고 2024년 10월 3.25%, 11월 3.00%, 지난해 2월 2.75%, 5월 2.50%까지 내렸다. 이 총재의 4년은 초반의 빠른 긴축에 동결 기조, 점진적 조정으로 요약된다.
◇ K-점도표와 소통...세계국채지수 편입·프로젝트 한강
이 총재의 대표적 유산 중 하나는 통화 정책의 언어를 바꾼 점이다. 한은은 2022년 10월 도입한 ‘3개월 내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을 지난 2월부터 6개월 후 기준금리에 대한 조건부 전망으로 확장하고 이를 점으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6개월 후 기준금리에 대해 2.50%에 16개, 2.25%에 4개, 2.75%에 1개의 점이 찍혔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이를 ‘K-점도표’라고 부른 이유다.
그는 마지막 간담회서 “포워드 가이던스 확대가 시장금리 움직임을 한은이 원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조정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제도가 자리잡으려면 시장과 언론이 어디까지나 ‘조건부 전망’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재 특유의 소통은 환율·서학개미·추경 문제 발언에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말 환율 급등기의 개인 해외 투자 급증이 실제로 환율 변동에 영향을 줬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도 그 취지의 말은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추경에 대해서도 “초과 세수를 통해 조달됐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구조에 대해서는 “과연 이렇게 경직적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한지 추가적으로 더 많이 고려해 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총재가 임기 말까지 공을 들인 과제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편입 효과를 단순 자금 유입 규모보다 투자자 기반 확대에서 찾았다. 이달 들어 관련 자금이 실제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다음 달과 오는 6월에는 흐름이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채권 자금이 이달 전체 들어온 게 한화 약 6조 8000억원(약 46억 달러) 정도”라며 “WGBI 자금으로 결제돼 파악하는 숫자는 약 1조 8000억원(약 12억 달러) 정도”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화폐 실험도 빼놓기 어렵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프로젝트 한강 1차 실거래를 마무리했고 올해는 2차 실거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한국에서는 예금토큰을 통해 은행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 “신 후보자 애국심 믿어의심치 않아”
오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신현송 총재 후보자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남겼다. 이 총재는 “해외 인재를 모셔오는데 그 해외 인재가 해외 자산이 있다고 해서 여러 가지를 걱정하시는 것은 좀 약간 크게 우려하시는 게 아닌가”라며 “신 후보자의 애국심이 가지고 있는 자산보다 더 클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 프로젝트 한강과 디지털통화 실험의 연속성에도 “새 후보자가 BIS에서 관련 전문성을 오래 쌓아온 만큼 더 발전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 후보자 마음을 제가 다 알 수 없으니 관련 질의는 그만 받겠다”며 “환율이 좀 더 안정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min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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