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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금주의인물] 11년 만에 국빈 방한한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특히 540억 유로 규모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반도체,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생산 기지 구축과 기술 협력을 독려했다. 이번 방한은 이념보다 실리를 우선하는 마크롱식...

[금주의인물] 11년 만에 국빈 방한한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주간한국>은 창간 초기부터 ‘금주의 인물’이란 기획을 통해 매주 시대의 얼굴을 기록했습니다. 정치, 문화, 예술, 사회 각계의 인물들이 한 주의 이슈와 함께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금주의 인물은 단순한 인물 소개를 넘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과 갈등,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생생히 담아내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 소개할 인물은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올해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습니다.

[주간한국 조채원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프랑스 정상의 국빈 방한은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이후 11년 만이다. 미·중 갈등 격화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안보와 외교를 주도하는 프랑스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며 미래지향적 협력의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수교 140주년 기점 11년 만 국빈 방문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올해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2017년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첫 방한이자 이 대통령과는 세 번째 만남이다. 지난 2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프랑스군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진 청와대 상춘재 친교 만찬에서 양국 정상은 깊은 유대감을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어와 한글로 환영 메시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며 예우를 갖췄고 고종 황제가 1886년 수교 당시 선물했던 ‘고종 반화’를 오마주한 공예품을 선물하며 역사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특히 K팝 팬으로 알려진 브리지트 여사에게 BTS와 스트레이키즈의 사인 앨범을 전달하는 등 세심한 의전이 돋보였다.

지난 3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은 전통 의장대와 취타대의 호위 속에 웅장하게 거행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린이 환영단과 인사를 나누며 시민들과 접점을 넓혔다. 국빈 오찬 이후에는 연세대학교를 방문해 한국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진행하며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한-불 경제계 미래대화’를 끝으로 1박 2일간 압축적인 일정을 마무리하고 출국했다.

◇AI·에너지·안보 협력·퐁피두 분관 논의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2004년 수립된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22년 만에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한 점이다. 양국은 인공지능(AI), 양자기술(퀀텀), 우주·항공 등 첨단 미래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원천 기술 공유와 공동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가 추진 중인 540억 유로(93조 9341억원) 규모 차세대 산업 육성책 ‘프랑스 2030’ 투자 계획과 한국의 세계적인 제조·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상호 보완적인 ‘기술 동맹’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에너지 안보 역시 양국의 사활이 걸린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은 원자력 발전 분야의 협력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체계를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원전 수출 시장에서의 공동 진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안보 측면에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함께 북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 분쟁 현안에 대한 전략적 조율을 한층 심화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한국을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핵심 파트너로 인정하며 오는 6월 에비앙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

소프트 파워 협력도 구체화됐다. 국빈 오찬에는 프랑스 명예대사인 스트레이키즈 필릭스와 배우 전지현이 참석해 문화 강국 간 유대를 과시했다. 여의도 63스퀘어에 들어설 ‘퐁피두 센터 분관’ 개관과 관련한 세부 협의도 진행돼 양국 간 문화 콘텐츠 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프랑스병’ 수술대 올린 실용주의자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 내 만성적인 저성장과 고실업이라는 ‘프랑스병’을 고치기 위해 과감히 메스를 든 ‘젊은 외과 의사’와 같은 경제 개혁가로 평가 받는다. 그는 취임 초부터 공급 측면 경제학에 기반해 프랑스의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술을 단행했다. 33.3%에 달했던 법인세를 2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경직된 노동 시장을 유연화해 기업의 채용과 해고 자율성을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또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부유세를 폐지하고 스타트업 육성 정책인 ‘라 프랑스 테크’를 추진하며 파리를 유럽의 기술 허브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마크롱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전략적 자율성’ 철학과 맞닿아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 스스로 산업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의다. 그는 ‘친기업 리더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3일 열린 ‘한-프랑스 경제계 미래대화’에서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의 주요 그룹 총수들을 직접 만나 프랑스의 투자 환경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세일즈 외교’에 집중했다. 특히 540억 유로 규모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반도체,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생산 기지 구축과 기술 협력을 독려했다.

이번 방한은 이념보다 실리를 우선하는 마크롱식 개혁 노선과 한국의 첨단 제조 역량이 결합해 양국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함께 돌파하는 미래 지향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마크롱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국이 프랑스 경제 재건을 위한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여부도 관건이다.

조채원 기자 cwlight2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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