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첫 듀얼 커런시(달러·유로로 동시 발행)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달러화 채권은 5억달러, 유로화 채권은 5억유로로, 총 11억달러(약 1조6212억원) 규모다.
네이버가 달러화·유로화 듀얼 커런시 구조의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첫 유로화 채권과 5년 만의 달러화 채권을 동시에 성사시키며 약 11억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친환경 인프라 투자와 유럽 자본시장 확장을 함께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의 이번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은 단순한 외화 조달이 아니라, 회사가 앞으로 어디에 돈을 쓰고 어떤 투자자와 함께 성장할지를 보여주는 자본시장 이벤트에 가까워 보인다. 네이버는 15일 달러 5년물 5억달러와 유로 7년물 5억유로를 동시에 발행해 총 약 11억달러, 원화 기준 약 1조6212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네이버의 첫 유로화 채권이자 2021년 이후 약 5년 만의 달러화 채권 발행이며, 유로화 7년물은 국내 민간기업 최초 사례로 제시됐다. 주문은 437개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100억달러 이상 몰렸고, 조달 자금은 친환경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효율화 프로젝트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린본드는 이름 그대로 '친환경 프로젝트에 쓰이는 자금을 조달하는 채권'이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는 그린본드를 조달 자금 또는 그에 상응하는 금액이 신규·기존의 적격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사용되는 채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사용처 관리와 프로젝트 평가, 자금 관리, 사후 보고 등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요구한다.
즉 일반 회사채가 기업 전반의 자금 수요를 폭넓게 충당하는 수단이라면, 그린본드는 자금의 목적과 사후 추적 가능성이 훨씬 더 엄격하게 요구되는 구조다. 이번 네이버 발행은 무디스로부터 해당 프레임워크에 대한 외부 검토 의견(Second Party Opinion)을 받은 지속가능 금융 관리 체계 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단순 ESG 홍보보다 '자금 사용처를 검증받는 조달'의 성격이 더 강하다. 이번 채권 발행은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각각 A3(안정적), A-(안정적)의 신용등급을 부여받으며, 우수한 신용도와 함께 안정적 자금조달로 평가됐다.
이 점에서 네이버의 그린본드 발행은 회사의 미래 투자 우선순위를 읽게 한다. 네이버는 이미 2040년 '카본 네거티브'를 목표로 제시하고,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전환, 친환경 시설 운영을 핵심 과제로 관리해 왔다. 기후 공시 자료에서도 데이터센터와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기후 리스크와 에너지 비용, 탄소 규제 부담을 분석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효율화가 비용 절감과 경쟁력 유지의 핵심 과제로 제시돼 있다.
특히 네이버가 유로화 채권까지 병행한 대목은 단순히 조달 통화를 다변화했다는 의미 이상을 갖는다. 네이버는 지난해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인수를 통해 유럽 사업 거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유로화 조달은 사업과 자본시장을 함께 유럽으로 확장하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투자자 반응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지정학적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9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고, 네이버는 달러 5년물 4.375%, 유로 7년물 3.750% 조건으로 발행에 성공했다. 회사 측은 신규 발행 시 통상 요구되는 프리미엄이 아니라 사실상 '역프리미엄' 수준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네이버가 단순 광고·커머스 플랫폼이 아니라, 현금흐름과 신용도, 글로벌 확장성, ESG 자금 사용 계획을 함께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무디스와 S&P가 각각 A3, A-의 안정적 등급을 부여한 점도 이런 신뢰를 뒷받침한다.
다만 그린본드 발행 자체가 성장의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이번 거래에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친환경'이라는 이름 때문만이 아니라, 네이버가 앞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에너지 효율, 유럽 사업 확장을 실제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김희철 네이버 CFO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네이버의 첫 듀얼 커런시 발행을 성황리에 완료하여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과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이번 발행을 계기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국제 자본시장의 성원에 힘입어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월요신문=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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