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안보·보안 주권 강화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
현지 문화·규제 특수성 맞춘 전략 필요
[데이터넷] AI 시대에는 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의 주권과 직결된다. 특히 사이버 보안은 단순한 산업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와 단절하는 ‘쇄국형 전략’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과 기술 생태계 속에서 경쟁력을 검증하고, 국내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고도화해 국제 표준을 선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보안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이들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그 의미를 짚어본다.<편집자>
세계 주요 국가들은 AI를 국가 안보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보고 기술·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나아가 AI로 인해 촉발되는 다양한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과 산업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AI를 무기화한 정치·금전 목적 공격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보안을 국가 안보의 중요한 축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개발·성숙시킨 기술을 세계 시장으로 확장시키며, 영향력을 높이고 기술 트렌드를 이끌어야 AI 시대의 기술 강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내 보안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정부도 이를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주요 국가의 공공·금융 프로젝트 지원, 국가 간 협력 사업 확대, 해외 시장 조사와 진출 전략 수립 지원, 현지 고객 및 파트너 발굴과 네트워크 구축 등 다방면의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는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외 진출 맞춤형 수출 지원, 정보보호 해외인증제도 획득 지원, 수요처 연결, 실증 기회 확보, 해외 바이어 매칭, 공공 레퍼런스 확보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또한 해외 법·제도, 국제표준 및 인증 관련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진출 협의체와 연계해 전략물자 수출통제, 미국 조달시장 진출 등 실무 중심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진수 KISIA 회장은 “우리나라 보안 산업은 빠른 기술 적용, 운영 민첩성, 공공·금융 등 까다로운 환경에서 축적된 운영 경험, 가격 대비 높은 구축 유연성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한국은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빠르고 보안 요구 수준도 높기 때문에, 국내에서 검증된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특히 단순 제품 판매보다 운영 경험이 결합된 패키지형을 해외 시장에 선보인다면 충분한 강점을 갖는다”며 “협회는 국내 정보보호 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판로, 자금, 인력, 정보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보안 산업이 해외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경험 부족한 ‘K-시큐리티’
국내 보안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해외 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투자 대비 성과는 미미하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인지도다. 국내 보안 기업은 해외에서 인지도 높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경쟁사들은 해당 국가나 산업군에서 인정받는 레퍼런스를 갖고 있으며, 주요 시장조사기업의 보고서에 리더로 평가된다. 낮은 인지도와 부족한 고객 사례로 인해 국내 보안 기업은 시장 개척부터 어려운 상황이다.
경험 부족은 시장 개척에 있어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해당 국가나 지역, 산업군에 따라 솔루션 공급 형태와 구축·운영의 특수성에 맞춘 지원이 필요한데,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국내 기업은 이러한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
해외 고객이 자사 제품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문서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데이터시트, 기술백서 등이 부족하다. 준비된 문서라도, 해당 국가 문화와 기술 수준에 맞지 않아 고객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클라우드 지원이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보안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SaaS로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 사업자(CSP) 환경에서 대규모로 운영해 본 경험이 충분히 쌓여 있지 않다. SaaS 공급 시 특정 CSP의 장애 시 다른 CSP로 자동 이관되어 서비스 연속성을 유지하는 등 특정 상황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보기 어렵다.
SaaS에 익숙한 미주, 유럽 등은 마켓플레이스 등에서 서비스를 직접 선택해 설정하고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SaaS와 셀프 온보딩 지원이 익숙하지 않아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API가 잘 준비되어 있지 않아 기본적인 수준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기업 제품 중 설계할 때부터 API 제공을 염두에 둔 것이 많지 않다. 기존 솔루션은 고객 현장 구축 시점에서야 연동 제품과 API를 개발한다. 따라서 API를 기본 제공할 뿐만 아니라 API 사용 방법을 문서화해 홈페이지나 개발자 페이지를 통해 기본 공개하고 있는 글로벌 솔루션에 익숙한 해외 고객들은 국산 보안 솔루션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형 제조사와 협력해 글로벌 진출
해외 진출 시 부딪히는 많은 어려움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현지의 역량 있는 파트너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파트너와 계약을 맺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트너십을 맺더라도 해당 기업의 주력 제품군에 포함되지 않으면 파트너십 계약 체결에만 그칠 뿐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한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대형 제조사의 OEM/ODM 납품도 검토할 만하다. 제조사 제품의 보안을 강화하는 기술로 공급되면 기술력에 대한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현장 운영 경험을 쌓아 독자 솔루션 공급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
센스톤 OTAC TAG
차세대 인증 보안 기업 센스톤의 OTAC가 글로벌 제조사 제품에 탑재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대표 사례다. 센스톤은 LS일렉트릭 PLC 제품의 인증 보안 기술로 탑재되면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었다. LS일렉트릭은 자사 PLC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센스톤의 OTAC를 탑재했다. 양사는 3년간 기술 안정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한 후 2023년 공식 발표했다. 이후 여러 글로벌 PLC 제조사들이 자사 제품에 OTAC 적용을 위한 협력을 타진해왔으며, 2026년 현재 복수의 글로벌 기업과 협업 성과를 내고 있다.
이후 센스톤은 엔드포인트 OTAC를 벤더 독립적인 기술로 확장시키기 위해 제조사 직접 공급을 추진했다. 엠투아이코퍼레이션(현 엠엑스온)과 게이트웨이 방식으로 OTAC를 적용한 ‘OTAC TAG’를 개발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환경에 1년 이상 구축·운영하면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센스톤은 지속적으로 국내외 설비 제조사들과 파트너십을 확장하면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며, 특히 전력·수자원·배터리 및 스마트팩토리, 다크 팩토리 분야 성공 사례를 만들어 글로벌 차세대 인증 보안 기업으로 인정받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유창훈 센스톤 대표는 “센스톤 설립 당시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2020년 탈레스와 함께 알고리즘을 검증해 글로벌 표준을 준수하는 암호인증 기술이라는 사실을 인정받았으며, 인도네시아 조폐공사 전자수입인지 인증 시스템에 공급되면서 국가 공공 사업에도 적용 가능한 확장성과 안정성을 입증받았다. 여러 글로벌 OT 제조사와 함께 혹독한 환경에서의 테스트까지 마쳐 정식 공급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부의 여러 지원 정책과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임직원의 헌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인증 보안 기술 시장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Tag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