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위 상하이 방문 후속 인터뷰
연구 개발 주 52시간 해법 시각차
개방기업 인센티브·보안 최우선
데이터 공유로 AI 전환은 공감대
이철규(왼쪽 여섯번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이달 1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휴머노이드 제조기업 ‘아지봇’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상하이=이승령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과 여당 간사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 첨단전략산업의 연구개발(R&D) 근로시간 유연화 문제에 대해 시각차를 보였다. 이 의원이 “근로시간 유연화는 필수”라고 강조한 반면 김 의원은 보상 구조 개선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 의원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주52시간 근로시간 제약에 묶여 성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집약적 업무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연구개발의 특성상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 의원은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확대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해왔다”며 “단순한 근로시간 문제가 아니라 장기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R&D 지원 체계와 합당한 보상 구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은 모두 첨단전략산업의 발전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상생 생태계’ 구축을 언급했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기술협력, 공동 R&D 등을 통한 ‘상생형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대기업이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중소기업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 연구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며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문부터 시작해 중소기업 간 협력 구조를 만들고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낮은 문턱’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김 의원 역시 “중국의 기술 부상은 정책과 현장의 실행력, 시장과 산업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라며 “설계·소재·부품·장비·소프트웨어로 이어지는 산업구조에서 대기업 중심을 넘어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 데이터 공유’가 핵심 과제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김 의원은 “데이터 개방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와 더불어 중소기업이 이를 활용해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협력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데이터 공유는 인센티브 등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두 의원을 비롯한 여야 산자중기위원들은 16~18일 중국 상하이의 화웨이 롄추후 R&D센터, 로봇 업체 아지봇 등 중국의 첨단산업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인터뷰 전문]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 이달 17일 상하이 SK빌딩에서 열린 ‘제조 인공지능 전환(M.AX) 최강국 도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상하이=이승령 기자
-한국 첨단 전략 산업 분야의 R&D 인력 문제는 해법은.
△이 의원=반도체, AI, 로봇,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국제 경쟁에서 대한민국의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R&D의 확대가 필수다. 화웨이 R&D 센터를 보면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국내 기업들도 R&D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등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주52시간 근로시간 제약에 묶여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개발은 그 특성상 시간 집약적으로 업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생산현장엔 주 52시간 제도는 당연히 지켜져야 하지만, 연구개발 분야에 한해서는 유연화가 필요하다. 기업과 합의하여 합당한 보상을 받고 더 일하고자 하는 연구인력에 한해서는 집약적으로 연구개발 할 수 있도록 유연화하는 것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김 의원=첨단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인력 확보와 유출 방지도 중요하지만, 연구자와 기술 인력이 도전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성과에 걸맞은 보상 체계를 갖추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과제다. 단순한 인력 수급 문제를 넘어, 장기 과제 수행이 가능한 연구개발 지원체계 개편과 기술 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 구조 마련을 구체적인 입법 논의로 연결해 나갈 계획이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이달 1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휴머노이드 제조기업 ‘아지봇’을 방문해 로봇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상하이=이승령 기자
-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첨단 전략 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이 의원=규제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스타트업과 신기술 기업은 기존 규제를 적용받을 경우 새로운 기술 분야가 태동했을 때 시장 진입 자체가 늦어지기 때문에 규제 특례와 행정 간소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장의 요구를 이행할 수 있도록 산업부를 비롯한 범부처에서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길다는 것이 기업들의 의견이다. 좀 더 과감한 행정 간소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과의 협력 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 중국의 경우 대기업이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중소기업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도 기술 협력, 공동 R&D, 판로 지원 등을 통해 ‘상생형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이 첨단분야의 산업을 한다고 해도 그 분야의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결국, 대기업이 첨단산업을 위해 필요로 하는 부문부터 시작해서 중소기업 간 협력 생태계를 강화하여 기술과 시장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혁신기업들이 계속해서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낮은 문턱’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김 의원=이재명 정부에 들어서 R&D 지원을 복원하고 또 남은 임기동안 지속할 예정이다. 다만 돈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벤처 기업의 행정 문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벤처 기업의 경우 현식적으로 회계나 행정업무를 볼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각종 규제나 행정 절차에 대응하다보면 성장 궤도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또 지역 거점별로 특화된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비수도권 R&D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산업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첨단 산업 경쟁은 결국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 생태계와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술·생태계·에너지·지역 R&D·공급망을 함께 강화하는 종합적인 한국형 첨단 산업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입법과 재정 투자가 국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이달 1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SK 빌딩에서 열린 ‘제조 인공지능 전환(M.AX) 최강국 도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상하이=이승령 기자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의원=데이터 공유다. 다만, 일률적인 강제보다는 인센티브 등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산업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상하이 현지 기업 간담회에서도 전환(AX)에만 집중할 경우 랜섬웨어나 피싱 등 사이버 위협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만큼, 보안 분야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합리적으로 정책을 수립해나가야 한다. 과도한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김 의원=데이터는 제조 AX의 핵심 인프라이자 산업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중국의 경우 국가 주도로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제조 데이터를 자산화·공유하는 체계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제조 경쟁이 설비 중심에서 데이터와 AI 기반의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데이터의 자산화와 공유 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한 과제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이달 1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화웨이 롄추후 R&D 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하이=이승령 기자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은.
△중국의 경우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국가 주도로 데이터 공유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데이터의 소유권과 활용권을 명확히 하면서 안전한 데이터 결합과 활용을 위한 표준과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공공은 마중물 역할을 하되, 민간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 데이터가 새로운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의원=데이터를 개방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중소·벤처기업이 이를 활용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협력 생태계 구축이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일 것이다. 다만 데이터 공유의 전제는 무엇보다 제조기업들이 영업기밀 침해 우려 없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정부는 각 기업의 데이터를 중앙에 저장하지 않고, 필요시에만 각 기업의 동의하에 기업간 공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Manufacturing-X’ 플랫폼 개발사업을 올해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 이달 1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휴머노이드 제조기업 ‘아지봇’을 방문해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상하이=이승령 기자
-R&D 분야의 주52시간 근로제 유연화에 대한 생각은.
△이 의원=이달 17일에 화웨이 롄츄후 R&D 센터를 방문했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다는 첨단산업 연구개발 센터의 불빛들이 아직도 두 눈가에 선명하다. 단순히 근로시간이 긴 것이 아니라, 연구인력들이 자율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 높은 연구 몰입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올해 초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도 연구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였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지원도 중요하지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야말로 국회가 입법으로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이다.
△김 의원=연구개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노동시간을 단순히 늘리는 방식으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연구개발 분야에서 특별연장근로 승인을 받은 인원이 4009명에 달하고,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380명이 해당 제도를 활용했다. 실제 근무시간을 보면 삼성전자는 주 평균 49.9시간, SK하이닉스는 46.3시간 수준으로 법정 상한선인 52시간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주 60시간 이상 고강도 노동을 한 인원도 삼성전자는 분석 대상 1739명 중 348명(20%), SK하이닉스는 380명 중 단 4명(1.1%)에 불과했다. 현행 제도 안에서도 기업들이 연구개발 일정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하는 고용노동부 지침을 개정했다.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유연 근무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이미 마련됐다. 현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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