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극단 함세상, 28일까지 ‘시월의 메아리’ 선봬

10월항쟁 80주기를 맞아 극단 함께사는세상(함세상)이 대구의 오래된 상처와 기억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극단 함세상 ‘시월의 메아리’ 공연 모습. 극단 함세상 제공

10월항쟁 80주기를 맞아 극단 함께사는세상(함세상)이 대구의 오래된 상처와 기억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함세상은 제30회 정기공연 ‘시월의 메아리’를 28일까지 소극장 함세상에서 선보인다. 1946년 10월 대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번져간 10월항쟁과 이후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로 이어진 비극의 기억을 담았다.

탁정아 함세상 대표는 이번 작품을 “대구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복 이후 새로운 사회를 향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했던 도시, 다양한 정치·사회·문화적 스펙트럼을 지닌 활기차고 역동적인 도시로서의 대구를 기억하고 싶었다”며 “대구의 시월을 연극으로 만들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월의 메아리’는 10월항쟁을 둘러싼 여섯개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의 마당극으로 풀어낸다. 춤과 노래, 판소리, 인형극을 더해 80년 만에 되살아난 노인과 청년, 공개수업을 앞둔 신입 역사교사, 가창골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숨긴 채 살아온 노인의 고백, 왜곡된 역사 데이터를 둘러싼 소동, 폭력의 기억을 안고 살아온 모녀의 화해 등을 차례로 펼쳐낸다.

극단 함께사는세상(함세상) 탁정아 대표. 본인 제공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은 자료를 찾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10월항쟁을 다룬 사료가 많지 않은 탓에 관련 서적과 논문, 영상 자료를 살피며 흔적을 더듬어야 했다. 김상숙의 ‘10월 항쟁’, 정영진의 ‘폭풍의 10월’을 비롯해 소설 ‘하해여관’, 10월문학회 시집, 광복 이후 논문과 기록 등을 검토했고, 유족회 관계자를 인터뷰하며 아픔의 시간을 이해했다. 가창골 위령탑과 시월항쟁 발상지 표지석, 대구역 일대, 경상감영공원도 직접 답사하며 항쟁의 흔적을 온몸으로 섭렵했다.

탁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10월항쟁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항쟁의 서사를 골자로 극작해야 한다는 생각과 2026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이 컸다”며 “결국 후자를 택해 10월항쟁의 감춰진 진실을 찾고 기억하는 여섯개의 장면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무대에는 함세상 전속 배우들뿐 아니라 발달장애 배우 양철우 씨도 함께 오른다. 양씨는 장애인 지역공동체에서 연극 수업을 함께하며 함세상과 처음 인연이 닿았고, 이후 극단에서 일하며 작품 조연출까지 맡고 있다.

탁 대표는 양씨를 두고 “성실하고 연기에 진심인 배우”라며 “이번 작품 속 한 장면은 극작 단계에서부터 발달장애 배우가 맡는 인물로 구상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직은 초보라 연습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연습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제작진에게 공유할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임하고 있다”며 “양철우 배우의 첫 무대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이 시민 후원으로 제작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함세상은 별도 지원금 없이 제작에 돌입한 뒤 제작비 모금을 시작했고, 목표액 1천만원이 3주 만에 채워졌다.

탁 대표는 “함세상이 오랜 시간 지역에서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사회적 이슈의 현장에 꾸준히 참여해온 데 대한 신뢰도 있었겠지만 10월항쟁 80주기에 이 항쟁의 진실이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 역시 모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함세상의 30번째 정기공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1990년 창단한 함세상은 36년 동안 마당극 제작과 공연, 연극교육 등 지역 문화 저변 확대 활동을 이어왔다. 2015년에는 소극장 함세상을 열어 문턱 낮은 극장을 지향하며 장애인과의 협업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번 무대 또한 관객들에게 용기와 연대, 생명의 힘과 포용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섯 개의 이야기를 통해 평등한 나라를 위해 나섰던 사람들의 용기와 그 뒤를 잇는 연대,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켜온 생명의 힘을 전하고 싶다”며 “그 마음이 관객들의 가슴에 닿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월의 메아리’ 공연은 24일부터 28일까지 소극장 함세상에서.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