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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들은 5월 광주를 다시 짓밟았다

5·18기념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에듀테크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67.3%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그들은 5월 광주를 다시 짓밟았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및 5·18민주화운동의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광주광역시청사 앞에 내걸린 개정을 앞둔 헌법 전문을 보면서 광주 시민은 기대에 부풀었다. 5·18의 헌법 전문 수록은 광주 시민의 오랜 염원이다. 5·18은 폭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위상이 바뀌고, 외형적으로도 희생자 묘역이 국립묘지가 되는 등 성역화 작업이 이뤄졌다. 전국화, 세계화 작업도 크게 진전을 이룬 상태다. 그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것이 헌법 전문 수록이다. 광주 시민이 39년 만의 헌법 개정을 앞두고 기대에 부푼 것은 당연하다.

헌법 전문은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진 머리말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헌법 전문은 개헌이 이뤄질 때마다 시대 상황과 정치 상황을 반영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1946년 제헌헌법에는 3·1운동 등 독립정신이 담겼다. 1962년 12월 26일 5차 개헌 때 4·19와 5·16혁명 이념이 포함됐다. 1980년 10월 27일 8차 개헌 때 전문에서 4·19와 5·16이 빠졌다. 이후 1987년 10월 29일 9차 개정 때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문구가 다시 추가된다.

여기에 다시 5·18이 추가되면 5·18은 과거의 비극이나 특정 지역의 역사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이자 국가 운영의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5·18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전 국민과 세계에 천명하는 일이다. 또한 5·18이 헌법에 수록되면 사법 판단의 기준점이 된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하거나 재판을 진행할 때 고려하는 일종의 기준점이나 규범이 될 수 있다. 역사 왜곡이 더 발붙이기 어렵다. 5·18의 위상이 그야말로 확고해진다.

39년 만에 다시 시도되는 헌법 개정안은 지난달 3일 여야 의원 187명이 발의했다. 개헌안의 핵심은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민주 이념을 명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국가 책임 명문화 등도 함께 담겼다. 이번 개헌안은 권력 구조 개편 등 민감한 쟁점은 피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의제를 우선 반영한 것이어서 야당인 국민의힘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헌법 전문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6·3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참담하게도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회는 지난 7일 본회의에서 개헌안 표결을 시도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원식 의장은 8일 재상정 방침을 밝혔으나, 국민의힘이 개헌안을 상정할 경우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고 맞서면서 끝내 무산됐다. 개헌안이 통과하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2명이 투표에 참여하고 찬성표를 던져야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의 3분의 2(191명)를 채울 수 있다.

이번에 헌법 전문 개정을 위해 앞장서 발 벗고 뛴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 개정안 재상정을 철회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도 같이 걷어찬 것"이라며 "만약 20∼30년 후에 이런 불법 내란이 또 벌어진다면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된다"라고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광주 시민도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 의장은 광주 시민을 대신해 의정 단상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른다.

이번 개헌안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이 포함되지 않아 여야 간에 합의가 가능한 사안이었다. 부마민주항쟁이 포함돼 영남에서도 반대하지 않았다. 5·18기념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에듀테크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67.3%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반대한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들은 민주당이 지방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한다는 억지 주장을 펴면서 개헌을 방해했다. 건국과 6·25 전쟁 승리가 포함돼야 한다고 엉뚱한 말도 했다. 그들의 행태는 동네잔치에 나타나 이유 없이 재를 뿌리고 훼방을 놓는 불량배를 닮았다.

이번 개헌안 무산 과정에서 우리는 국민의힘이란 반역사적 정당의 실체를 다시 확인했다. 국민의힘은 5·16 쿠데타를 일으키고 10월 유신을 통해 민주주의를 말살한 박정희의 공화당, 1980년 5월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의 민정당의 후신이다. 이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 윤석열은 불법 계엄을 선포해 감옥에 갇혀 있다. 그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윤 어게인'을 외치고 있다. 그들은 마침내 5월 광주를 다시 모욕하고 짓밟았다. 양식 있는 대다수 국민을 우롱했다. 그들은 역사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우리 국민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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