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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그 논문 좀 팔아주세요”...340년 된 英박물관, 韓교수에 눈독들인 이...

이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예술은 비물질적 이미지에만 머물 수 없다”며 “데이터를 넘어 인간이 몸으로 경험하고 사유하는 새로운 감각 체계를 제안하고자 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예술가로서는 처음으로...

“그 논문 좀 팔아주세요”...340년 된 英박물관, 韓교수에 눈독들인 이...

10m 한지에 쓴 박사논문, 英 박물관 전시

이진준 KAIST 문화기술대 교수

박사논문에 조선의 문인 마음 담아

옥스포드대 논문 심사 만장일치 통과

애시몰리언 박물관 동아시아미술부 수장고에서 이진준 KAIST 교수의 논문을 검토 중인 셸라 베잉커 옥스퍼드대 교수. KAIST

국내 교수가 쓴 박사 논문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에 영구 소장·전시된다. 이 논문은 10m 길이의 한지 두루마리 형태다.

KAIST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진준 문화기술대학원 교수가 2020년에 쓴 옥스퍼드대 박사 논문을 영국 애시몰리언 박물관에서 정식 구입했다고 26일 밝혔다. 애시몰리언 박물관이 한국 현대 작가의 작품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시몰리언 박물관은 1683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대학 박물관이다. 설립연도가 루브르 박물관보다 110년, 대영박물관보다 70년 앞선 이곳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등 거장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교수의 박사 논문이 이와 함께 전시되는 것이다.

10m 길이의 한지 두루마리이다 보니 논문을 읽으려면 자연스럽게 걸어야 하는데, 여기에 이 교수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진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KAIST

‘빈 정원(Empty Garden)’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조선 시대 문인들이 마음속에 그리던 ‘마음속 정원’ 개념을 현대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작품이자 연구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데이터 가드닝’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대신, 정원을 가꾸듯 천천히 다루고 경험하는 방식을 뜻한다.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각과 사유를 회복하려는 새로운 접근이다. 10m 두루마리로 쓴 것은 논문을 단순히 읽는 걸 넘어 정원에서 거닐 듯 몸으로 경험하고 체험하라는 취지다.

논문은 총 9개의 한지 두루마리로 제작됐는데 애시몰리언 박물관은 이 중 하나를 정식 구입해 영구 소장하고 전시하기로 했다.

논문은 2020년 옥스퍼드대 순수미술 철학박사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수정 없음’ 판정을 받으며 학문적으로도 뛰어난 성과를 입증했다. 이 교수는 해당 논문으로 박사 과정을 2년 반 만에 마쳤는데, 900년 역사의 옥스퍼드대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로 꼽힌다.

애시몰리언 박물관의 중국·한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인 셸라 베잉커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 교수의 ‘빈 정원’은 재료와 기법, 담겨 있는 문화적·지적 지식의 폭과 깊이가 여러 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예술은 비물질적 이미지에만 머물 수 없다”며 “데이터를 넘어 인간이 몸으로 경험하고 사유하는 새로운 감각 체계를 제안하고자 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예술가로서는 처음으로 KAIST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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