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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권만우 칼럼] 시선을 잘 간수해야 성공하는 '시각지능'의 시대

'음성과 기기에 달린 마이크의 힘'이라는 제목의 이 자료는 AI가 음성과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구매할 준비가 돼 있는 잠재 고객을 식별하고, 맞춤형 광고를 전달하는 6단계가 서술되어 있다. 따라서...

[권만우 칼럼] 시선을 잘 간수해야 성공하는 '시각지능'의 시대

시각지능이 낮아서 실수하는 순간

찰나의 순간, 시선을 잘못 뒀다가 망신을 당한 사례들이 많다. 201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왕실 만찬에서 당시 핀란드 여성 대통령이었던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nen)의 남편 아라예르비(Pentti Arajärvi)가 덴마크 공주 메리(Crown Princess Mary)의 가슴을 훔쳐보는 장면이 발생했다. 이 만찬은 덴마크의 여왕 마르그레테 2세(Margrethe II of Denmark)가 주최한 행사로, 여러 국가의 고위 인사들이 참석하는 자리였는데 63세인 남편이 딸뻘 되는 남의 나라 공주 가슴을 몰래 뚫어지게 쳐다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혀 전파를 탔다. 2025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져서 당사자들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취임식에서 글로벌 IT기업인 메타의 CEO 저커버그가 다른 억만장자의 약혼녀 가슴을 훔쳐보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어 조롱을 받은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제프베이조스 아마존 대표 역혼녀의 가슴 부위를 쳐다보는 듯한 장면(X, 구 캡처).

이처럼 어디선가 카메라가 시선을 포착한 것처럼 이제 일상생활에서 매일 매시간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가 자신의 눈동자를 감시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시각지능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쳐다봐서 기분 나쁘다고 사람을 죽이거나 흉기를 휘두른 사건 사고도 수도 없이 많다. 그냥 의미 없이 쳐다봤을 뿐인데 사람을 폭행하거나 시비가 붙어서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시각과 시선이 하나의 사회 병리현상이 되고 있으며, 특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전 지구적 현상이 되면서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실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명품을 사고 빚을 내서라도 부나 귀중품을 과시(誇示)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젊은 층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마치 조선시대의 허례허식 문화처럼 요즘 시대에는 시각적으로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심지어 위험한 곳에서 인생사진을 올리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폭포나 절벽, 고층빌딩에서 사진을 찍다가 추락해서 사망한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똑똑한 사람들이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

시험은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주는 한가지 방식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수많은 시험을 치른다. 학교에서 보는 기말고사에서부터 수능시험, 부동산중개사시험, 사법고시에 이르기까지 온갖 시험에서 똑똑한 사람들은 대게 좋은 시험성적을 받는다.

그러나 똑똑한 사람이 반드시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꿉친구들이 중년이 되어서 다시 만나보면 직업이나 사회적 성취 등이 어릴 때 알던 모습과 달리 의외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는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지능지수 측정에서 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시 IQ 점수를 받아들고 서로 너는 천재네 너는 두자리인걸로 봐서 바보네 하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은 기억이 난다. 어릴 때 공부와는 담쌓고 주먹질만 하던 친구는 건설회사 대표가 되어 있고 IQ가 두자리라서 좀 모자란다는 농담을 듣던 친구는 유명한 화가가 되어 있으며 IQ가 너무 좋았던 친구는 오히려 그 좋은 머리로 당구에 빠져 현재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사회적 성공이 꼭 지능지수와 관련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골프를 잘 쳐서 성공을 거둔 타이거 우즈나 글로벌 톱스타가 된 K팝 가수, 세계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와 셰프 등이 지능지수가 높아서 성취를 거둔 것은 아니다. 대입수능이나 고시등 어려운 시험을 통해 성공하던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이제 무엇이든 하나만 잘 하면 성공한다는 새로운 성공 공식이 생겨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중지능 Multiple Intelligence)>의 저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1980년대에 IQ가 유일한 종합지능이라는 이론을 부정하면서 인간의 지적 능력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다중지능이론’을 창안했다. 그는 인간의 지능이 언어와 논리수학지능 뿐만 아니라 신체운동지능, 음악지능, 공간지능, 자연지능, 자기성찰지능, 인간친화지능등 8개의 개별 지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지능이 서로 독립적이면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1990년대에는 예일대학 교수인 피터 샐로비(Peter Salovey)가 존 메이어(John Mayer)와 함께 감성지능이라는 새로운 지능을 제안하면서 감성 지능이 높은 사람이 긍정적인 사회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높다고 밝혔다. 이 감성지능이 유명해진 계기는 뉴욕타임즈의 과학기자였던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이 관련 연구성과들을 모아 출판한 <감성지능 Emotional Intelligence>이라는 베스트셀러 덕분이다. 그는 사회적 성공을 성취하는 데는 IQ(Intelligence Quotient)와 같은 지적 지능 뿐만 아니라 감성지능(EQ, Emotional Quotient)과 사회지능(SQ, Social Quotient)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감성지능과 사회지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물이나 타인, 사회, 환경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하는 시작점인 눈(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눈은 찰나의 순간, 수백 헤르츠(Hertz)의 주파수로 사물을 스캔하고 판단한다. 눈을 통해 사물과 타인, 환경에 대해 빠르게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뿐만 아니라 눈을 통해 이뤄지는 시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흔히 첫 인상(印象)이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좌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인상은 어떤 대상을 볼 때 그 대상이 사람의 마음에 주는 느낌을 말한다. 한자로 풀어보면 사물을 보고(象) 마음에 새겨지는(印, imprinting) 것이다. 즉 상대를 처음 만난 순간에 보자마다 순식간에 그 사람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해버리는 것이다.

눈은 단순히 빛을 비추면 동공이 수축하는 자율신경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사고, 성격과 편견, 사회성과 지능을 반영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눈을 통해 자폐증이나 우울증, 치매 같은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어떤 분야에 영재성이나 학습장애를 갖고 있는지, 거짓말을 하거나 편견을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를 측정하듯이 시각지능(VQ, Visual Quotient)을 측정하는 도구들이 막 나오기 시작했으며 머지않아 시각지능을 제대로 계발하는 트레이닝을 받을 경우 남들보다 뛰어난 시각지능을 갖게 되거나 자폐증이나 학습부진을 극복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사회지능도 감성지능도 시각지능이 있어야 길러진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취업과 관련한 면접을 할 때 첫인상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첫인상은 매우 짧은 시간에 형성되며 상대방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기 때문에 첫인상이 부정적이면 이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첫인상은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형성된다는 말인가? 이 인식과정은 가드너가 제시한 다중지능 이론으로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이 첫인상의 결정속도를 생각해보면 이같은 여러 다양한 지능들이 협응해서 사물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내린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게 짧은 찰나의 순간 언어지능도 논리지능도 감성지능도 사회지능도 아닌 그 무엇인가로 대상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마치 변하지 않는 신념처럼 오랫동안 그 판단을 유지하는 이 작용과정을 어떤 지능이라고 해야 할까. 심지어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뱀파이어 영화 트와일라잇(Twilight)에서 늑대종족으로 출현하는 제이콥이 벨라의 딸 ‘르네즈미’에게 각인(imprinting)되는 장면과 유사하다. 동물학 용어인 각인은 동물이 태어난 직후 배우게 되는 행동양식으로 제이콥은 영화에서 ‘누군가에게 각인된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날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묘사한다.

인간의 이러한 각인과도 같은 행동에 대한 설명은 시선추적 장치와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같은 과학적 측정 장치가 발명되고서야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뇌가 알아채기 전에 눈이 먼저 반응하는 현상, 즉 지각이 의식에 닿기 전에 이미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골먼은 눈동자의 바로 뒤에 있는 안와전두엽에서 일어나는 감성지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위험 상황에서 날파리가 눈에 들어가면 뇌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눈까풀이 뇌보다 빨리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거울신경세포처럼 뇌가 판단하기 전에 순식간에 첫인상으로 무엇인가를 결정해버리는 이 반응을 시각거울신경세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는 아니지만 스마트폰이 음성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시도한다는 미국 대형 마케팅업체의 내부 문건이 공개되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사용자들이 새로운 앱을 설치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동의를 누르고 그 결과 24시간 사용자의 대화를 들음으로써 실시간으로 구매 의도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음성과 기기에 달린 마이크의 힘’이라는 제목의 이 자료는 AI가 음성과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구매할 준비가 돼 있는 잠재 고객을 식별하고, 맞춤형 광고를 전달하는 6단계가 서술되어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이 특정 앱을 설치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동의를 눌렀다가는 폰에 달린 카메라가 24시간 눈동자를 추적하고 분석해 마케팅에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남 엿보다 망신당하고 함부로 쳐다보다 칼부림당하고 있는 척 과시하다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 모두 눈과 관련되어 있다. 골먼은 그의 저서 <감성지능>에서 자신과 상대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이 성공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제 현대인들은 이러한 지능에 덧붙여 우리의 가장 소중한 감각기관인 눈동자 두 개를 아무 생각 없이 굴리고 살아갈게 아니라 현명하게 잘 간수하고 통제하거나 활용하는 시각지능까지 겸비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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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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