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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굿모닝 예향] ‘드라마의 승부사’ 스타 작가들

튀는 남녀 캐릭터가 두드러지고, 독특한 초자연적 소재를 로맨스에 접목한 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판타지물 ‘이 사랑 통역 되나요?’.

[굿모닝 예향] ‘드라마의 승부사’ 스타 작가들

[굿모닝 예향] ‘드라마의 승부사’ 스타 작가들

배국남의 대중문화 X파일

혁신적 스토리텔링, K-드라마를 글로벌 콘텐츠로 만든 주역

2026년 09월 14일(월) 15:30

튀는 남녀 캐릭터가 두드러지고, 독특한 초자연적 소재를 로맨스에 접목한 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판타지물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고 연극은 배우의 예술로 지칭된다. 그렇다면 TV와 OTT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로 명명된다. 드라마의 완성도와 작품성, 그리고 흥행이 극본에 의해 좌우되므로 작품의 승패가 작가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HLKZ-TV가 1956년 5월 세계에서 15번째, 그리고 아시아에서 4번째로 TV 방송을 개시하며 ‘사형수’ ‘천국의 문’으로 한국 TV 드라마 역사를 열고, 1961년 개국한 KBS와 이어 등장한 TBC, MBC가 다양한 작품을 내놓으며 TV 드라마 시대가 개화했다. 1991년 SBS의 출범과 1995년 케이블 TV 시대의 개막, 2011년 종편 채널의 가세, 그리고 2016년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같은 국내외 OTT의 득세를 전환점으로 한국 드라마는 질적·양적 도약을 지속해 왔다. 1997년 중국 CCTV의 ‘사랑이 뭐길래’ 방송을 계기로 촉발된 드라마 한류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제 한국 드라마는 국내뿐만 아니라 지구촌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경쟁력 강한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3억 163만 명의 가입자와 7억 명 이상의 시청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OTT 넷플릭스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한국 드라마다. 미국의 ‘굿닥터’, 일본의 ‘시그널’, 중국의 ‘미생’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하고 있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이 2025년 미국 중국 일본 멕시코 등 30개국 한류 경험자 2만 7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국인의 한국 드라마 호감도는 74.5%에 달했다.

멜로물에 판타지의 색깔을 씌워 글로벌 인기를 얻은 김은슥 작가의 ‘도깨비’.

TV·OTT 드라마의 진화와 글로벌화를 이끈 핵심 주역은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극본을 집필한 작가들이다. 1956년 한국 TV 드라마의 첫 선을 보인 ‘천국의 문’의 오영진을 비롯해 한운사 유호 차범석 등 주로 연극 희곡, 라디오 연속극, 영화 시나리오의 작가로 활약했던 사람들이 1950~1960년대 TV 드라마의 초창기를 이끌며 초석을 다졌다. 수상기가 확대 보급되면서 TV가 영화를 제치고 대중문화의 메카로 부상하고, KBS, TBC, MBC가 각각 하루에 4~5편의 일일극을 방송하며 물량 공세를 펼쳐 드라마가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한 1970년대 들어서는 전업 작가들이 속속 등장했다.

1969년 라디오 연속극 ‘저 눈밭에 사슴이’로 데뷔한 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새엄마’ ‘청춘의 덫’ ‘사랑이 뭐길래’ ‘엄마가 뿔났다’ 등 한국 드라마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작품을 발표하며 ‘언어의 마술사’ ‘시청률 제조기’로 불린 작가 김수현을 비롯해 나연숙 김정숙 남지연 김자림 양인자 신봉승 이서구 이은성 같은 작가들이 1970년대 한국 드라마의 발전을 이끌었다. 컬러 방송이 시작되고 드라마가 대형화한 1980년대 활동에 돌입한 작가는 가족애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룬 ‘그대 그리고 나’ ‘전원일기’의 김정수를 포함해 박정란 박진숙 이금림 이환경 김운경 조소혜 송지나 주찬옥 등으로, 이들이 한국 드라마의 신선한 변화를 견인했다.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과 개성이 돋보인 1990~2000년대에는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혼합한 트렌디 드라마의 장인으로 불린 ‘별은 내 가슴에’ ‘사랑을 그대 품안에’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이선미·김기호 부부 작가와 이경희 문영남 임성한 최완규 김인영 인정옥 정성희 김규완 김지우 정유경 홍진아·홍자람 자매 김영현 윤선주 정형수 김순옥 등이 인기 작가로 활약하며 한국 드라마의 비약적인 진화를 선도했다.

좀비 사극의 새장을 연 김은희 작가의 ‘킹덤’.

드라마 한류가 본격화한 2000년대부터 2026년 현재까지 노희경 김은숙 박지은 김은희 박해영 임상춘 홍정은·홍미란 자매 등이 개성적인 드라마투르기와 작가주의적 스타일을 드러내며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휴먼 드라마 성격이 강하고 일상성이 잘 드러난 작품을 주로 집필하는 노희경 박해영 임상춘과 국내외 젊은 층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한류를 주도하는 멜로물과 로맨틱 코미디에 강점을 보이는 김은숙 박지은, 장르물로 한국 드라마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김은희, 홍정은·홍미란은 국내외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스타 작가들이다.

한국적 색깔과 정서가 담긴 서사를 통해 진한 휴머니즘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작가는 노희경 박해영 임상춘이다. 올해 최대의 기대작으로 7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송혜교와 공유가 주연으로 나서는 ‘천천히 강렬하게’를 선보일 예정인 노희경은 199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하면서 사람의 결핍과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고 사회적 편견이나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며 사람 냄새를 진하게 풍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꽃보다 아름다워’ ‘내가 사는 이유’ ‘바보 같은 사랑’ ‘디어 마이 프렌즈’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작품을 써왔다. 휴머니즘과 사람 중심의 서사, 삶과 사랑,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을 담은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 가는 대사, 완벽하지 않은 인물들의 성장을 통한 치유,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의 애환과 갈등의 사실적 묘사가 노희경 드라마의 전편에 두드러진다.

모든 인생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박해영 작가의 지향점을 투영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4~5월 방송해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잘 드러나듯 박해영 작가는 평범한 사람과 일상생활을 통해 열등감, 시기, 불안, 무가치함 등 사람들이 숨기고 싶은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해 이를 긍정해 나가는 과정을 쉬우면서도 함축적인 대사로 강렬하게 전달하는 작가다.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처럼 인물의 감정 상태와 휴머니즘 철학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사람을 세우는 것은 사랑이며 모든 인생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작가의 지향점을 투영하며 공감과 감동을 선물한다. 박해영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화려한 판타지나 거대한 사건, 특별한 인물 대신 일상에서 상처받고 소외된 평범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아픔과 고뇌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며 캐릭터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달한다.

지난해 ‘폭싹 속았수다’로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임상춘 작가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감동과 위로를 끌어내는 스토리텔링을 주로 구사한다. 주류에서 벗어난 변방의 인물과 소도시나 지방을 배경으로 정감 가는 소시민의 삶을 조명하며 말맛이 두드러지고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대사와 구수하면서도 트렌디한 언어유희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낸다.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 ‘폭싹 속았수다’처럼 보통 사람을 내세워 휴머니즘과 사람 연대의 중요성을 표출한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감동과 위로를 끌어내는 스토리텔링을 주로 구사하는 임상춘 작가의 ‘폭싹 속았수다’.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과 한류의 원동력 역할을 하는 드라마가 바로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드라마다. 이 부문 최고의 작가는 김은숙과 박지은이다. 김은숙 작가는 1990년대부터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 ‘태양의 후예’ ‘상속자들’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수많은 히트작을 통해 국내외 대중을 사로잡았다. ‘김은숙표 대사’로 명명된 특유의 말장난과 톡톡 튀는 유머가 돋보이는 대사, 재벌남과 평범한 여주인공의 로맨스 즉 신데렐라 서사의 세련된 변주, 개성 강한 주인공과 매력적인 서브 캐릭터 같은 명확한 캐릭터들이 작품을 수놓고 있다. 단순한 현실 로맨스를 넘어 판타지적 요소를 동원해 멜로드라마의 확장을 지속해 왔다.

글로벌 한류 열풍을 일으킨 ‘눈물의 여왕’ ‘사랑의 불시착’ ‘별에서 온 그대’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바탕으로 독특한 판타지 설정,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보편적인 감정을 파고드는 섬세한 서사가 강점이다. 초능력자, 인어, 북한 같은 일반적인 배경과 현실을 벗어난 기발한 캐릭터와 무대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만드는 묘사와 재력·능력·성격을 모두 갖춘 쿨하고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을 통한 새로운 여성상의 제시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무거울 수 있는 상황이나 이데올로기 장벽 같은 것들을 위트 있는 대사와 코믹한 상황 연출을 통해 시청자의 감정 몰입을 극대화하고, 주인공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는 주변 인물들을 활용해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상처 많은 사람들이 삶을 살며 행복하기를 응원하는 노희경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장르물을 진화시키며 한국 드라마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작가는 김은희, 홍정은·홍미란이다. ‘시그널 2’의 방송을 앞둔 김은희 작가는 한국 장르물의 대가로 불릴 만큼 치밀한 조사와 탄탄한 구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정의 구현 서사,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작품들을 관통한다. ‘싸인’ ‘시그널 1’ ‘킹덤’ ‘악귀’ 같은 드라마에서 드러나듯이 철저한 고증과 높은 전문성이 돋보이고 작품마다 새로운 소재와 분야를 심도 있게 파고들어 완성도와 리얼리티를 제고하며 장르물의 폭을 확대했다. 권력자의 비리나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대한 열망을 발현하고, 멜로나 로맨스보다는 사건 자체의 서사와 인물 간의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홍정은·홍미란 작가는 트렌디하고 만화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판타지물을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잡게 했다.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호텔 델루나’ ‘환혼’ ‘이 사랑 통역 되나요’처럼 드라마에서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과 까칠하고 내면의 상처가 있는 남자 주인공의 조합 같은 튀는 캐릭터가 두드러지고, 독특한 초자연적 소재를 로맨스에 접목한 판타지물의 진수를 보여준다. 유행어, 말장난, 특이한 별명을 활용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요즘 한창 제작 중인 로맨스를 주조로 한 판타지물 ‘그랜드 갤럭시 호텔’은 2027년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된다.

재력·능력·성격을 모두 갖춘 쿨하고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을 통한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해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박지은 작가의 ‘눈물의 여왕’.

한국 드라마가 상품을 넘어 글로벌 언어로 평가받고 “드라마의 혁신적인 스토리텔링이 지구촌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한국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강국으로 만들었다”라는 밴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젠 쿠즈믹(Jenn Kuzmyk) 총괄 디렉터의 찬사와 “한국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에 앞서 있다. 한국 작가들의 오리지널 드라마가 세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라는 일본 유명 작가 노기 아키코(野木?紀子)의 호평처럼 전문가의 극찬이 쏟아질 뿐만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의 인기가 고조된 것은 창의적인 스타 작가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오늘도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이 한국적 색채가 뚜렷하지만, 세계적 보편성을 담보하고 역사, 언어, 소재, 배경이 달라도 초국가적 근접성이 강한 서사를 구사하는 한국 작가들의 드라마에 공감하며 열광하고 있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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