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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굴 까던 이주노동자 안셀 씨는 왜 도망갔을까

새벽마다 90여 명이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 ‘사도 그룹(SADO GROUP)’에 브로커가 근무 스케줄을 올렸다. 안셀 씨는 종종 계약서에 없는 다른 굴 양식장에 투입됐다. 새벽 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하는 날도 있었다. 지난해...

굴 까던 이주노동자 안셀 씨는 왜 도망갔을까

안셀 씨(가명)가 14일간 일하고 받은 첫 급여는 23만5671원. 돌이켜보면, 시작부터 이상했다. 시청에서 진행한 첫 면접을 제외하고, 이후 입국 절차는 4명의 브로커 일행 주도로 이뤄졌다.

지난해 여름,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회계 관련 업무를 하던 안셀 씨(가명)는 일곱 살 난 딸과 어머니를 두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돈을 벌고 싶었다. 한국에서 번 돈으로 필리핀에서 가족들과 살 집을 사는 꿈을 꾸었다. 살던 도시의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홍보 글을 본 게 직접적 계기였다.

안셀 씨가 본 홍보 글은 필리핀 라구나주 나그칼란시와 전라남도 고흥군이 협약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집 안내였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은 단기간 일손이 필요한 농어촌에 최대 8개월간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는 프로그램이다. 관할 기관인 법무부가 이주노동자 비자 관리를 하고, 일손이 필요한 농어촌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인력을 보내는 필리핀·베트남 등의 특정 도시와 업무협약(MOU)을 맺는 형태로 운영된다.

인구 6만여 명인 필리핀 소도시 나그칼란시와 협약을 맺은 고흥군에는 지난해 1000명이 넘는 계절근로자가 입국했다. 한국 법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에 수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안셀 씨도 지원해 여러 차례의 면접을 거쳐 선발됐다. 지난해 11월, 안셀 씨를 포함해 총 79명이 전라남도 고흥군으로 향했다. 떠나는 순간까지 안셀 씨는 시장이 직접 약속한 제도를 통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에 입국한 지 불과 4개월 뒤인 2026년 3월4일, 안셀 씨는 일터가 아닌 고흥군청 앞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날 그와 함께 선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임금 착취, 최저임금법 위반, 강제근로 금지 위반, 중간착취 및 전차금 상계 금지 위반, 부당한 숙박비 공제’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이렇게 외쳤다. “고흥군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노동착취를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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