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반도체·자동차·석화 비중 확대…수출 다변화 시급
투자길 열린 수출입은행, 뷰티·콘텐츠, 방산 등 전략산업 투자 박차
황기연(오른쪽)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월 15일 충북 음성 소재 코스메카코리아 본사를 방문해 지재성 코스메카코리아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3곳이 정부의 생산적금융 정책을 견인하고 있다. 담보 대출 중심인 민간 은행이 모험자본 투자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인사이트코리아>는 벤처투자, 수출·글로벌진출 지원, 중소기업 금융 활성화를 위한 국책은행 3사의 행보를 살펴본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은 10년 전이나 요즘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제품·석유화학(석유·화학)이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약 37%였던 3대 품목의 수출 비중은 47%로 치솟았다.
이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과거보다 더 탄탄한 위상을 구축한 결과이긴 하나, 다른 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여파도 작지 않다. 중국 등 추격 국가와의 가격 경쟁 심화와 기술 격차 축소로 이익이 줄었으며 새로운 품목이 유의미하게 성장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정부, 수출입은행에 혁신산업 해외진출 촉진 주문
정부가 한국수출입은행의 역할 변화를 주문한 것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정부 제안에 따라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대출·보증과 연계하지 않아도 법인에 출자할 수 있고, 혁신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수출입은행법을 개정했다.
창립 이래 수출입은행은 우리 기업의 수출입을 대출과 보증 형태로 지원하는 게 주된 업무였다. 문제는 글로벌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더라도 수출 혹은 해외사업 실적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라면 상품·서비스를 지원받을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반도체·자동차 외 주요 품목이 성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품목이 그 자리를 대체하지 못한 것은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활동 범위가 제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법 개정 이후에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첫 번째 행보가 색조 화장품 분야 강소기업 정샘물뷰티에 대한 투자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 정샘물뷰티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CLSA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가 운용하는 500억원 규모 펀드에 125억원을 출자하며 핵심 투자자로 나섰다.
이 펀드는 정샘물뷰티가 신규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했다. 정샘물뷰티는 이번 투자로 확보된 자금을 해외 신규매장 개설, 북미 현지법인 설립에 투입해 미국·일본·동남아 등 여러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의 행보도 바빠졌다. 황 행장은 올해 1월 K 뷰티와 K 바이오 중심지로 떠오른 충청지역의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찾아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황 행장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 코스메카코리아에 방문해 연구··개발(R&D), 시설투자, 수출, 해외사업 등 성장 단계별 자금 수요에 맞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정책금융 온기 확산
뷰티와 함께 떠오르는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정책금융의 온기가 미치기 시작했다. 수출입은행은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K 컬처’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28조원의 금융을 지원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수출입은행이 말하는 K 컬처에는 드라마와 음악을 비롯해 뷰티·푸드·패션·관광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포함된다. 여기에 콘텐츠 제작부터 플랫폼 유통과 소비재 판매, 해외 현지 법인·물류 구축까지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최대 1.5%포인트(p) 특별 우대금리 적용, K 컬처 블라인드 펀드 조성, 인수·합병(M&A) 자금 지원, 신흥시장 진출 지원 등 네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특히 자동차·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운용된 전대금융 지원도 K 컬쳐의 수출에 활용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K 컬처는 콘텐츠를 넘어 푸드·뷰티·패션 등 다양한 산업으로 뻗어나가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수출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금융 지원의 폭을 넓혀 우리 기업이 세계 문화시장을 개척하는 데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안종혁(왼쪽 세 번째) 수출입은행 전무이사가 6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방산 상생 생태계 구축 및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 행사에서 안익성(왼쪽 첫 번째) LIG D&A 경영관리본부장, 남연식(왼쪽 두 번째) KAI 재무본부장, 전연보(왼쪽 네 번째) 한화시스템 재무실장, 차준호(왼쪽 다섯 번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구매실장, 정재호 현대로템 재경본부장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수출입은행>
AI 비롯 전략 수주산업에도 뭉칫돈 지원
수출입은행은 K 컬처 산업 지원과 함께 새로운 우량 수출 품목 만들기에 분주하다. 글로벌 산업 최대 화두인 AI 대전환에도 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과 협력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AI 등 첨단산업 스타트업 대상 모험자본 투자에 5년간 2조원을 투입해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다.
조선·원전·방산 등 전략 수주산업에도 전폭적인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달 초 한화시스템 등 방산기업 5곳과 중소·중견기업 협력사 상생금융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차질 없는 납품,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방산·원전 등 대규모 전략수주 산업에 대해 5년간 100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K 방산의 다음 과제는 중소·중견 협력사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 생태계를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K 방산의 상생 생태계 조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해외진출에 수출입은행이 전폭적인 지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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