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랠리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3위 경쟁 판도를 흔들고 있다. 국내 주식형 ETF를 앞세운 KB자산운용이 최근 3위를 탈환한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하반기 국내 증시 ETF 라인업을 보강해 재역전을 노리고 있다.
■ 국장 랠리 올라탄 KB운용, 9개월만에 순위 역전
2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 ETF 순자산 총액은 34조1878억원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34조1003억원)을 앞지르고 3위에 올라섰다. 양사 간 격차는 불과 약 875억원으로 점유율 기준으로도 소수점 둘째자리(KB운용 7.36% vs 한투운용 7.34%)까지 견줘야 하는 박빙이다. KB운용이 3위를 되찾은 건 9개월만이다.
양사는 ETF 시장점유율 7~8%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한투운용이 시장점유율을 8.53%까지 높이며 KB운용(7.10%)과 격차를 벌렸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초 대비 KB운용 순자산은 62.13% 증가한 반면 한투운용은 34.62% 성장에 그쳤다.
이는 국내 증시 강세와 미국 증시 부진이 맞물린 결과다. 코스피는 올해 78.35% 상승하며 같은 기간 S&P500(8.14%), 나스닥(12.26%) 상승률을 크게 상회했다. 이에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등 미국 기술주 위주의 상품 라인업을 갖춘 한투운용의 성장은 주춤했던 반면,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RISE 코리아밸류업' 등 국내 주식 ETF 비중이 높은 KB운용은 국내 증시 활황 수혜를 온전히 누렸다.
특히 KB운용이 지난 2월 출시한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의 성과가 빛났다. 해당 ETF는 상장한 지 약 석달새 순자산이 2조3595억원으로 늘며 국내 채권혼합형 ETF 1위에 올랐다. 국내 증시 주도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집중 편입하는 동시에 채권에 50%를 투자하는 구조로 성장성과 안정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니즈를 저격했다.
또한 채권혼합형 ETF인 만큼 퇴직연금 계좌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100% 편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퇴직연금 안전자산 의무 편입분 30% 투자를 해당 ETF로 채워 위험자산 비중을 실질적으로 85%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KB운용이 직관적인 네이밍으로 투자자 유입 문턱을 낮춘 점도 흥행 요인이라고 짚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채권 등 구성 종목을 이름에 바로 드러나게 한 것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를 끌어모으는 데 유효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신상품 부진한 한투운용, 하반기 국내 ETF로 반격
반면 올해 한투운용이 선보인 상품의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 4월 출시한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는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가 선점한 테마인 데다 'KODEX 미국우주항공', 'TIGER 미국우주테크' 등 유사 상품 경쟁이 이어지면서 자금 유입이 제한됐다.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순자산은 2012억원으로 해당 테마 상품 5개 중 4위 수준이다.
휴머노이드 테마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투운용이 4월 상장한 'ACE K휴머노이드로봇산업TOP2+' 순자산은 1346억원인데 비해 5월 상장한 KB운용의 'RISE 현대차고정피지컬AI' 순자산은 1760억원으로 나타났다. KB운용이 후발 출시였음에도 상품명에 현대차를 포함한 직관적인 네이밍을 통해 또 한번 자금 유입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일각에선 두 운용사의 성과 차이에 그룹 내 보험사 유무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운용은 KB손해보험 등 그룹 보험사 운용 자금이 ETF로 일부 유입되지만, 한국금융지주 소속인 한투운용은 지주 내 보험사 부재로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근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보험사 인수에 나선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한투운용은 KB운용을 재역전하기 위해 국내 증시 관련 ETF를 준비 중이다. 오는 27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한 뒤, 기존 고배당주 ETF에 커버드콜 전략을 더한 'ACE 고배당주Plus커버드콜액티브'를 다음달 중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증시의 움직임도 변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말부터 미국 증시 랠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며 "이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빅테크 및 밸류체인 상품 라인업을 상기시킨다면 한투운용에는 또한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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