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임원 183명 중 40명 코드 인사”
“전윤종 원장 공모·석유공사 퇴직자 사무실 지원 문제”
전윤종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오후 재개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부 및 소관기관 종합 국정감사에서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의 질책을 받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주간한국 강민혜 기자] 산업통상부 산하 공공기관의 기관장 인선과 퇴직자 단체 특혜 의혹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잇따라 제기됐다. 공공기관 신규 임원 183명 가운데 40명이 정치권 관련 인사로 분류됐다는 야당 의원의 분석이 나왔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의 공모 과정에서는 지원 철회와 재공모 경위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석유공사는 퇴직자 단체에 약 20년간 사무실을 무상 지원한 사실과 과거 출자회사에 대한 특혜성 계약 의혹을 지적받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공공기관장의 정치 활동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은 퇴직자 단체에 대한 특혜는 현재 없으며 지난 5월 사무실 지원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중위)의 산업통상부 및 소관기관 종합 국정감사에는 김정관 장관과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 홍의락 가스공사 사장,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이 출석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오후 재개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부 및 소관기관 종합 국정감사에서 전윤종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선임 과정과 앞선 국감에서의 답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 “두 차례 공공기관장 연임, 이례적”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부와 산중위 소관 공공기관의 신규 임원 임명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며 인사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지영 의원실에 따르면 공공기관 신규 임원은 당연직을 제외하고 18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의원실이 정치권 관련 이력 등을 기준으로 코드 인사로 분류한 인원은 40명으로 전체의 21.9%였다. 서 의원은 “정권의 코드 인사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인사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를 떠나 공공기관의 인사 절차가 공정하게 운영돼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일부 산하기관의 기관장과 임원 인선도 거론하며 직무 전문성과 정치 활동 경력을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공공기관장으로 재직하면서 특정 정당의 선거 활동에 참여하거나 지역구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전윤종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의 선임 과정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전 원장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올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 의원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1차 공모 당시 전 원장이 지원서를 제출했다가 서류 심사 당일 철회했다”며 “1차 공모에서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자 3명을 추천했지만 산업부가 재추천을 요청했고, 이후 2차 공모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차 공모 지원자가 37명이었고, 1차 공모에서 면접 대상자로 선정됐던 5명 가운데 다시 지원한 4명이 모두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며 “1차 공모 때 면접 대상자로 올라갔던 사람들이 2차 공모에서는 서류에서 모두 탈락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선발 기준과 공모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재공모 사유를 묻는 질문에 김 장관은 “적절한 사람이 추천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이 1차 공모의 면접 대상자들이 2차 공모에서 탈락한 이유를 재차 묻자 김 장관은 “추천위원회에서 심사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1차 공모에서 지원을 철회한 이유에 전 원장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2차 공모에 다시 지원한 경위에는 “재공고가 나와 지원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권유로 지원했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했다. 서 의원은 “공공기관장 공모가 장난이냐”며 지원 철회와 재지원이 반복된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전 원장이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을 받은 사실도 거론했다. 이날 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5일자로 작성된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명의의 임명장이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추천 관련 자료에 포함됐다. 그는 “공공기관장이 다른 공공기관장 공모 과정에서 정치 활동 경력을 부각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공공기관장으로서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것을 어필하고, 더군다나 넣었다 뺐다 하는 게 무엇이냐”고 일갈했다. 이어 김 장관에게 전 원장의 정치 활동 이력을 임명 당시 알고 있었는지 확인했다. 김 장관은 “저도 이번에(지난 국감에서) 알았다”고 답했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오후 재개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부 및 소관기관 종합 국정감사에서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의 질책을 받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공공기관장 재임 중 대선 캠프 활동이나 지역구 정치 활동이 바람직한지 묻자 김 장관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전 원장은 지난 국감서 의원의 질의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답해 태도를 지적받은 바 있다. 김 장관은 “일단 이 같은 문제가 없도록 관리·감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 의원은 전 원장이 앞선 국감에서 법령 위반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공공기관장으로서 적절한 행동이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장관은 “법과 우리 사회 통념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공공기관장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하겠다”고 했다.
산중위원장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도 산업부 산하의 서로 다른 공공기관에서 전 원장이 연속으로 기관장을 맡은 점과 1차 공모에서 지원을 철회한 인사가 재공모를 거쳐 최종 임명된 점을 거론했다. 그는 “과정도 이례적이고 결과도 이례적”이라며 “공공기관장을 연속으로 두 번 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1차 공모에서 지원을 철회한 인사가 2차 공모에 다시 지원해 임명된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김 장관과 전 원장이 과거 산업부에서 함께 근무한 관계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어 김 장관에게 “장관님 찬스를 쓰기 전에 사모님 찬스 같은 게 있었나”라고 물었다. 김 장관은 “사모님 찬스 이런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손주석 한국석유공사 사장(연단)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오후 재개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부 및 소관기관 종합 국정감사에서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 “석유공사, 퇴직자 단체 석우회에 약 20년간 사무실 지원”
권향엽 민주당 의원은 석유공사의 퇴직자 단체 지원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권 의원실에 따르면 공사는 2007년 2월부터 퇴직자 단체인 석우회가 사용할 사무실의 임대차계약을 직접 체결하고 임차보증금을 지원해 왔다. 최초 보증금은 1억 5000만원이었다. 정부는 2019년 1월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을 개정해 업무와 무관한 퇴직자 단체에 대한 법적 근거 없는 사무실 무상 지원 등을 금지했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같은 해 8월 석우회 사무실을 경기 안양시에서 서울 서초구로 이전하면서도 지원을 유지했다고 권 의원은 지적했다. 권 의원은 2016년 감사원 감사 당시 석유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석유공사의 ‘퇴직자 단체 사무실 무상 지원’이 ‘없음’으로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장기간 사무실을 지원하면서 감사 당시에는 관련 지원이 없는 것으로 제출된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며 “단순하게 특혜 제공을 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기관의 감사 활동까지 무력화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석우회 사무실 지원뿐 아니라 퇴직자 단체와 관련 업체에 대한 계약 관행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석유공사가 석우회 출자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특혜성 용역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며 “2016년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석우회 출자회사와 3년간 약 330억원 규모의 계약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 같은 문제로 석유공사에 ‘석피아’라는 오명이 붙었다며 공사의 조직과 인사 전반을 쇄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은 “특혜가 없다”고 일축했다. 손 사장은 “제가 지난 3월에 취임해 5월에 회수 조치를 다 했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지난 5월 자체 감사를 통해 사무실 지원을 중단하고 임차보증금을 회수했다. 관련 업무를 처리한 총무처 직원 5명에게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권 의원은 “이 같은 처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석우회 관련 계약과 지원 내역을 자체적으로 전수조사하고 남아 있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손주석 한국석유공사 사장(연단)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오후 재개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부 및 소관기관 종합 국정감사에서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 “대체석유사업자 정책금융 지원해야”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지속가능항공유(SAF)’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과 관련 협의체 확대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SAF 관련 협의체가 기존 정유사와 항공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대체석유사업자도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체석유사업자가 원료 확보와 생산설비 구축을 추진하려면 정책금융을 통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이에 공감하며 관련 협의체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구체적인 정책금융 지원 일정과 실행계획을 묻자 김 장관은 “올해 안에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로드맵에 원료 수급과 대체석유사업자 지원 방안 등을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원료 확보와 생산설비 지원, 정책금융 확대를 관계부처와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첨단산업 지원 특별법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문제도 언급됐다. 김 위원장은 메가특구 관련 특별법안에서 중앙행정기관장의 역할을 규정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산업부 장관이 다른 부처보다 훨씬 많이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특별법안에서 중앙행정기관장이 총 222회 언급되며 산업부 장관은 109회, 국토교통부 장관은 29회,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3회, 고용노동부 장관은 9회 등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누가 보더라도 이 법안은 산중위에서 심의되고 논의돼야 정상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강민혜 기자 min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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