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한복판, 백악관 기자단 만찬장에서 또다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이번 산탄총 괴한 습격은 지난 2년 사이 벌써 세 번째 암살 시도다. 다행히 비밀경호국(SS)의 신속한 대응으로 비극은 면했지만, 45년 전 레이건 대통령이 피격됐던 장소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현됐다는 점은 전 세계 민주주의 사회에 무거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정치 테러의 공포는 비단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제21대 대선 과정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경험이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어야 할 선거와 정치가 증오와 폭력으로 얼룩지는 현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공통의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정치인을 향한 테러 행위에 대해 처벌 수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의 단독 범행으로 규정하면서도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하기엔 그 사회적 파장이 너무나 막대하다. 정치적 신념이나 혐오를 이유로 가해지는 폭력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내란죄에 준하는 중죄로 다뤄야 한다.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 강력한 법 집행만이 잠재적 테러범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낼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층에 대한 보안 시스템 역시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비밀경호국이라는 강력한 전담 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년 사이 세 차례나 보안이 뚫렸다. 우리나라도 IT 기술과 AI를 접목한 ‘스마트 보안’ 체계를 더욱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드론이나 첨단 무기를 동원한 테러 가능성까지 대비해 근접 경호뿐 아니라 광범위한 구역에 대한 정밀 감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하지만 물리적 방어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 혐오 정치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정치적 반대자를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언어폭력이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언론과 정치권은 갈등을 부추기는 수사(修辭)를 자제하고, 성숙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민주주의는 총탄보다 강해야 한다. 테러로 정치를 바꾸려는 시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미국 사례를 교훈 삼아 국가 요인 경호 체계를 일신하고, 정치 테러를 민주주의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여 강력한 법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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