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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가 생존을 위한 국방과학기술과 방위산업 [기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첨단화된 재래식 전력의 위협까지 마주한 현실에서 인공지능(AI), 감시정찰, 미사일, 우주 기반 능력을 통합한 과학기술 중심 국방 역량 구축이 필수적이다. 국방과학기술의 출발점과...

국가 생존을 위한 국방과학기술과 방위산업 [기고]

지난해 실시된 한국형 극초음속 비행체 '하이코어'의 시험발사에서 1단 추진체가 분리되고 있다. 한국국방과학연구소 제공

대한민국과 동북아 안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국가 간 경쟁은 더 이상 병력 규모나 군비 확장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안보 경쟁은 각국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고, 이를 뒷받침할 과학기술 역량을 갖추는지를 보여주는 국가 의지의 문제로 전환됐다. 이는 국가 안보의 핵심이 병력의 수나 정신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첨단 국방과학기술 역량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역사는 과학기술 격차가 국가의 존망을 결정해 왔음을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의 개틀링 기관총에 죽창과 화승총으로 맞선 동학농민군의 희생,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조총과 홍이포 등 무기 성능 차이로 발생된 백성들의 희생, 그리고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이끈 우르반 대포의 사례는 첨단 무기가 전쟁의 양상과 결과를 결정했음을 보여준다. 강한 정신적 의지와 희생으로 일시적 저항은 가능했지만, 무기의 기술적 열세는 결국 선택권 상실과 굴욕, 그리고 장기적 국력 쇠퇴로 귀결됐다. 현대 전쟁은 이러한 교훈을 더욱 냉정하게 확인시켜 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에서 보듯, 전장의 승패는 미사일과 드론, 정보전, 감시정찰 능력을 결합한 국방과학기술의 우위에 의해 좌우된다.

이는 국방과학기술이 방위산업의 하위 영역을 넘어 외교·정치적 제약까지 극복할 수 있는 국가 생존과 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임을 의미한다. 북한은 제9차 당대회에서 핵·재래식 병진 군사전략을 천명했다. 또 국방과학기술로 재래식 전력을 첨단화함으로써 단순한 군사력 강화 차원을 넘어 체제 안정과 국가 생존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첨단화된 재래식 전력의 위협까지 마주한 현실에서 인공지능(AI), 감시정찰, 미사일, 우주 기반 능력을 통합한 과학기술 중심 국방 역량 구축이 필수적이다.

국방과학기술의 출발점과 종착역은 결국 '국가의 생존'에 있다. 우리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첨단 국방과학기술을 확보해 생존 역량을 최우선으로 구축하고, 그 성과가 방위산업 전반으로 확산됨으로써 다시 안보를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방과학기술 개발을 단순히 방위산업 육성 논리에 치중해 추진한다면, 국가 생존 역량 확보라는 본질적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 안보와 산업은 상호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체계이며 끊임없는 국방과학기술 육성이 곧 국방력 강화와 방위산업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부국강병'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자주국방은 결코 말이나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방과학기술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세우고, 창의적인 미래도전 R&D 투자와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며, 방위산업과의 긴밀한 연계 체계를 구축하여 지속 가능한 안보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급격한 병력 감소와 복합적 위협이 공존하는 시대에, 국방과학기술 중심의 안보 전략은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확실한 생존 카드다. 우리가 이 길을 확고히 걸어갈 때 대한민국은 방산 수출 강국을 넘어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안보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박종승 한국항공대 석좌교수·전 국방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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