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57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 전시된 삼성전자 HBM4·HBM4E [출처=김신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구글의 새 AI 압축 기술 '터보퀀트' 발표에 급제동이 걸렸다. AI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을 성능 저하 없이 기존의 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를 타고 달리던 반도체주 전반이 크게 흔들렸다.
다만 시장은 이번 충격이 장기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검증과 확산 속도가 아직 불투명한 데다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흐름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 각각 4.71%, 6.23% 내린데 이어 이날 오전 장에서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오전 10시 기준 삼성전자는 4.41%, SK하이닉스는 5.47% 하락 중이다.
충격은 국내 증시에만 그치지 않았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거셌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0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74%, 나스닥 종합지수는 2.38% 하락 마감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79% 떨어지며 낙폭이 두드러졌다.
시장 충격의 출발점은 구글이 최근 공개한 AI 압축 기술 터보퀀트다. 이 기술의 핵심은 AI 모델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메모리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데 있다.
AI 모델은 대화 기록과 검색 결과 같은 맥락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한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메모리 부담도 커진다. 터보퀀트는 이 맥락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압축해 메모리 사용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문제는 이 기술이 현실화할 경우 메모리 수요 증가를 전제로 한 시장 기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AI 산업 확대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은 반도체주 상승의 핵심 논리였다. 메모리 효율이 비약적으로 개선되면 그 전제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번졌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충격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있다.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터보퀀트가 어느 정도 성능을 낼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상용화 시점도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메모리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반론의 근거로 꼽힌다.
장기적으로는 정반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메모리 사용량이 줄면 AI 운영 비용이 낮아지고 이는 기업의 AI 도입 문턱을 낮출 수 있다. 결국 AI 활용이 더 늘고 다시 전체 메모리 수요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혁신이 곧바로 수요 파괴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뜻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의 사용은 단기적으로 HBM 용량 축소나 증가율 둔화를 불러와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NAND 수요 증가와 AI 사용량 확대를 이끌어 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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