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 캐시 압축 기술…메모리 절감 아닌 AI 효율 개선에 초점
TSMC 첨단 공정 수년치 선점…삼성전자 파운드리 대안 부상
HBM 공급 부족 지속…SK하이닉스 중심 메모리 수요 확대
구글이 최근 공개한 AI 메모리 효율화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를 둘러싸고 반도체 시장이 출렁였다.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 부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에 악재라는 해석도 빠르게 확산됐다. [그래픽=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구글이 최근 공개한 AI 메모리 효율화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를 둘러싸고 반도체 시장이 출렁였다.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 부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에 악재라는 해석도 빠르게 확산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터보퀀트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AI 시스템 내 특정 병목을 개선하는 알고리즘으로 평가된다. 효율 개선이 AI 인프라 확장으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메모리 수요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터보퀀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추론 과정에서 사용되는 ‘KV 캐시’를 압축하는 양자화 기술이다. KV 캐시는 대화 길이가 늘어날수록 급격히 증가하며 AI 운영 비용과 메모리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구글은 해당 기술을 통해 KV 캐시 메모리를 최대 6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전체 메모리 수요를 줄이는 개념이 아니라, 특정 구간의 비효율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메모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존 AI 시스템의 병목을 완화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터보퀀트는 ICLR 2026 발표 예정 연구로 상용화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메모리 절감’이라는 단편적 메시지만 부각되며 투자심리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삼성전자 HBM4 제품. [사진=삼성전자]
‘절감’ 아닌 ‘확장’…삼성·하이닉스에 기회 요인
핵심은 방향성이다. 메모리를 덜 쓰게 만드는 기술이 곧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AI 인프라에서는 효율 개선이 오히려 확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비용이 낮아지면 더 긴 문맥 처리, 더 많은 동시 사용자 대응, 더 큰 모델 운용으로 서비스가 확대된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KV 캐시 압축 기술을 성능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지속 고도화해왔다.
국내에서도 이번 기술을 기존 양자화 기술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메모리 수요 구조를 뒤흔들 수준의 변화라기보다 AI 시스템 내 효율을 높이는 범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효율이 개선될수록 AI 활용 범위는 넓어지고 결과적으로 총 메모리 수요는 다시 늘어나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현재 반도체 산업의 수급 상황과 맞물린다. 시장의 본질은 수요 둔화가 아니라 공급 제약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첨단 공정 생산능력이 이미 상당 부분 선점된 상태다. 2나노 공정은 2026년 물량이 사실상 모두 예약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3나노 등 선단 공정 역시 주요 고객사 중심으로 장기 물량 확보가 이어지며 최소 2~3년 수준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공급선 다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2나노 선단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이다. 삼성전자는 공정 안정성을 개선하며 양산 기준선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수주 확대 가능성도 나온다.
메모리 시장 역시 공급 부족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AI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은 주요 물량이 선계약 형태로 배정되며 사실상 완판에 가까운 상태다. 수요 감소보다 공급 대응이 중요한 국면이라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HBM과 차세대 DRAM 중심으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청주 M15X와 용인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AI 메모리 수요가 DRAM과 NAND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현재 산업 구조는 TSMC 공급 제약 → 삼성전자 파운드리 대안 부상 → SK하이닉스 메모리 수요 확대 흐름으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터보퀀트는 메모리 사용을 줄이는 기술로 보기보다 AI 인프라 효율을 높이는 기술에 가깝다"며 "효율이 개선될수록 서비스 확장이 뒤따르는 구조인 만큼 메모리 수요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확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