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레오 14세 교황이 인공지능(AI) 시대의 가장 큰 위험으로 ‘기술 권력 집중’을 지목했다. AI 자체보다 데이터를 쥔 소수 기업과 권력이 사회 질서와 여론, 노동 구조를 좌우하는 상황이 더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25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즉위 후 첫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위대한 인간성)’를 발표하고 “AI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며 무장해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디지털 플랫폼과 알고리즘, 데이터 인프라가 소수 경제·기술 권력에 집중될 경우 배제와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에서 첫 회칙 ‘위대한 인간성’을 발표하고 있다. 교황은 AI 기술보다 데이터·플랫폼 권력 집중이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 “AI 무장해제” 의미는 기술 폐기가 아니었다
교황이 이번 회칙에서 가장 강조한 표현은 ‘AI 무장해제’였다. 다만 AI 개발 중단이나 기술 거부를 뜻한 것은 아니었다.
교황은 기술을 가진 권력자가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구조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이미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이 됐다”며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환영받을 수 있도록 무장해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인프라를 국가가 아니라 거대 기술기업이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권력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면 사회가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게 되고 정보 접근과 여론 형성까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생성형 AI 경쟁 속에서 오픈AI·구글·메타·앤트로픽 등 글로벌 빅테크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는 흐름과 맞물린다. AI 모델을 운영할 자본과 데이터, 반도체 인프라가 극소수 기업에 몰리면서 사실상 새로운 디지털 권력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 “보이지 않는 노동”…AI 산업 뒤편 겨냥
교황은 AI 산업을 떠받치는 저임금 노동 구조도 정면으로 언급했다.
그는 데이터 라벨링과 모델 학습, 희토류 채굴 같은 보이지 않는 노동에 수백만명이 동원되고 있다며 이를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라고 규정했다.
생성형 AI 산업은 막대한 데이터 정제 작업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케냐·인도·필리핀 등에서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유해 콘텐츠 분류와 이미지 검수 작업을 담당해 왔고, 정신적 피해와 노동 착취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교황은 “윤리적 AI의 기준은 기술 속도가 아니라 인간 존엄 보호에 있다”고 강조했다.
○ “정당한 전쟁은 시대착오”…허위정보 위험도 경고
이번 회칙에는 AI 시대 전쟁 위험에 대한 경고도 담겼다.
교황은 알고리즘과 허위정보가 사회를 극단적 이분법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전쟁을 불가피하거나 정당한 행위처럼 포장한다고 비판했다. AI 시대 전쟁은 단순 무력 충돌이 아니라 정보와 문화 영역에서도 동시에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정당한 전쟁 이론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무력과 폭력은 관계의 빈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가자지구 전쟁에서 AI 기반 표적 식별 시스템과 자동화 무기 기술 활용 논란이 커지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 왜 첫 회칙 주제로 AI를 택했나
이번 회칙은 산업혁명 시기 노동권 문제를 다뤘던 레오 13세의 회칙 ‘레룸 노바룸’ 발표 135주년에 맞춰 공개됐다.
레오 14세는 즉위 당시부터 노동과 사회 정의 문제를 AI 시대에 다시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는 사제 서품 이전 미국 빌라노바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이력도 갖고 있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이번 회칙이 단순한 기술 비판이 아니라 “AI 시대 권력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발표 행사에는 AI 기업 앤트로픽 공동창업자인 크리스토퍼 올라도 참석했다. 앤트로픽은 AI 기술의 군사 활용 제한 문제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기업이다. 교황청이 기술 기업까지 직접 불러 AI 윤리 논의를 공개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회칙은 단순 종교 문서를 넘어 글로벌 AI 규제 논쟁의 상징적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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