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견숙 남성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선진국의 교육정책이나 제도, 각종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에서 발표하는 지표나 결과 등은 교육정책의 수립과 실천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 교육 거버넌스’로 통칭하는 이들 주체는 OECD, UN 산하의 각종 기구, EU, IMF, WTO, IMD 등의 기구들이나 PISA, TISS와 같은 지표들은 물론, 타임스나 뉴스위크, 각종 비영리 재단의 발표 결과와 같은 비정부단체의 활동도 포함된다. 국제 교육 거버넌스는 사법부, 행정부 등의 국가 거버넌스, 지역교육청과 같은 지방 교육 거버넌스 및 단위 학교의 학교 교육 거버넌스와 같이 교육행정 및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발표된 91개 국가 76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했던 PISA 2025의 결과 보고서 역시 국제 교육 거버넌스의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교육부는 학생들의 높은 학업성취에도 불구하고 학업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이 낮다는 PISA 2003, 2006의 결과를 바탕으로 교과 교육과정의 감축, 다양한 수업 방법의 도입 등 창의·인성교육 강화를 교육개혁의 핵심과제로 선정하였다.
또한 2012년에는 최하위 성취 수준의 학생 비율이 OECD 평균보다 한창 밑돌고 있다는 PISA 2009의 결과를 받고 나서 기초학력의 진단 및 맞춤형 지원의 정책들이 시작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하였을 때, PISA의 이번 결과 역시 향후의 교육정책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 여겨질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 따른 PISA 2022의 전례 없는 성적 하락 이후 2025년의 결과에서도 학습 성과는 대체로 정체되었다. 한국은 과학, 읽기, 수학 및 디지털 세계에서의 학습이 상위 10위권을 기록하였다. 다만 과학, 수학, 읽기 등 전반적인 성적이 2022년보다 떨어졌으며 특히 읽기 영역의 점수는 2022년보다 평균 14점 하락하였다. 읽기 능력의 저하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보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문해력의 저하, 기초 소양의 저하 현상이 교육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염려되고 있었다. 또한 세계적으로 빠르지만, 틀린 답을 내놓는 ‘성급한 독자’의 비율은 2018년부터 2025년 사이 거의 두 배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문해력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지원되는 문해력 신장의 방향은 정보 활용 능력, 매체 문해력, 디지털 문해력, 비판적 문해력, 시각적 및 산술 문해력, 다중 문해력 등이 있을 수 있겠다. 특히 올해 7월 교육부는 문해력 신장의 코어라고 할 수 있는 ‘학교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과 관련하여 모든 학생을 주도적 독자로 키우기 위한 학교독서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수업과 연계한 독서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 발굴, 연구학교 운영, 초3-4학년, 중1, 고1을 독서교육 집중 학년으로 지정하고 관련 프로그램, 독서 역량 진단 도구, 독서 상담 도구, 도움 자료 등을 개발하여 제공한단다. 또한 독서 진흥에 관한 책무 조항 마련을 위한 교육기본법 개정, 국가 정책연구 착수, 교육과정 총론 개정 검토 등 법적 변화 강구 예정이다.
문해력의 문제와 더불어 PISA 2025의 결과에서 한 가지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은 성적의 ‘격차’ 문제다. 한국 학생들의 읽기 성적은 상위권 학생 비율이 줄고 하위권 학생 비율이 늘었으며, 과학 교과 역시 마찬가지 현상을 보인다. 수학 교과의 경우 더 심각하다. 상위권 학생 비율이 늘었지만, 하위권 학생 비율이 늘어난 데다 증가 폭도 더 커서 성취의 격자는 더 커진 것이다. 소위 수학을 잘하는 아이는 더 많아졌지만, 못하는 아이들도 더 많아지고 늘어난 셈이다. ‘격차의 문제’는 곧 개별화 맞춤형 수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모든 학생은 각자 나름의 명석함이 있기에, 학생에게 맞게 가르칠 때, 누구나 잘 배울 수 있다는 성장 관점을 교육과정에 반영하자는 것이 개별화 수업의 기조다. 교실 단위 수업 내에서 학습 준비도, 흥미, 선호하는 학습 방식 등에 고려를 바탕으로 동질 및 이질 학생에 대한 개별화 및 그룹화 등 다양한 수준별 맞춤형 학습을 운영할 수 있겠다.
또한 학습의 형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제 및 결과물을 학생 개인의 목표 달성을 위하여 제공하며 수업 중에서 지속적으로 평가를 강화하는 것 또한 개별화 수업의 모습이다. 맞춤형 수업에서는 비단 저성취학생을 위한 기초학력 향상에 대한 지원 문제를 넘어서서, 어떤 수준의 학생이든, 모든 학생이 다음 학습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PISA는 단순히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지적하기 위해, 혹은 세계 학생들의 등위를 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활용하는 주체의 역량에 따라 이러한 국제 거버넌스는 우리 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돌아보고 새롭게 방향을 잡는 훌륭한 나침반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견숙 남성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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