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점식 페이스북 (왼쪽)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첫 교섭단체연설에서 이재명정부와의 전면전을 사실상 선언했다. 대표연설 대부분을 정부 비판에 할애했고 더불어민주당이 앞서 요구한 개헌 협치에 대해선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을 향해선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당정과의 선명하고 뚜렷한 대립으로 보수의 선명성을 강조한 전략인데 정기국회 초반부터 여야 관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李정부 때리기 집중
정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정부에서 개헌은 없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라고 단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선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 받겠다’라는 말은 절대 안 한다.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라고 했다.
전날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라고 한 데 대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공소취소 모임’을 주도했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 인선, 보완수사권 폐지, 대법관 제청 거부 등을 열거하며 “온갖 방식으로 퇴임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자기 재판을 암장하려고 한다”라고 하면서 “요즘 이재명 대통령과 팬데믹의 합성어인 ‘잼데믹’이라는 용어가 유행한다. 이는 이 대통령이 손대는 것마다 재앙을 불러온다는 의미다”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정부 정책도 공세 이어가
정 원내대표는 공세 범위를 부동산 규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호남 반도체 투자, 확장재정과 미래대응기금, 대북정책 등으로 확대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이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투기세력 때문에 부동산이 오른다는 망상에 빠져서 민간 재개발·재건축은 막아놓고 대출규제와 세금폭탄을 남발한 결과다”라고 주장했고 ETF를 겨냥해선 “정부가 금융정책을 주식리딩방처럼 운용하면서 변동성이 극단화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대해서는 “최악의 기업 약탈이자 재벌 납치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특정인을 당선시키고 낙선시키기 위한 전격전이었다”라고 비판했고 재정정책에 관해선 “‘오늘만 산다’식으로 재정을 운용하면 결국 미래세대에게 부채를 떠넘기는 것이다. 이건 미래대응이 아니라 미래약탈이다”라고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여권의 대북정책을 겨냥해 “햇볕은 핵이 됐다. 우리 국민은 핵의 인질이 됐다. 대북 굴종 노선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시작해서 대국민 인질극으로 끝난 것이다”라고 주장했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도 “이렇게 군을 망쳐놓고 어떻게 전작권 전환을 운운할 수 있는가”라며 대안으로 한미 간 핵공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F35 전투기 전술핵 탑재훈련 등을 통한 핵억제력 확보 방안 마련을 국민의힘 차원에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재명정부의 모든 정책을 비판한 건데 이 대통령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공세를 통해 보수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與와 다른 길 가겠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라며 사전투표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발생했던 투표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와 관련해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 관리도 못 하는 사전투표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투표지 부족 사태로 발발한 참정권 훼손 논란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이슈화되자 사전투표 폐지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을 사실상 실패라고 규정하며 “국민의힘은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더 좋게 가꿔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보수다운 정치다”라고 연설을 마무리했는데 취임 이후 원내의 무게중심을 잡는 데 주력해온 정 원내대표가 교섭단체연설을 통해 보수 정당의 정체성 확립을 통한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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