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연대로 : 전라도 혐오에 맞서는 사람들 ②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2년간 ‘5·18 왜곡 대응 프로젝트’
어른 영향받아 자연스럽게 혐오표현 현실
청소년 언론 통해 ‘극우 기르는 사회’ 증언
미디어오늘 ‘5·18 왜곡 대응 프로젝트’ 팀 기자들은 어른의 영향으로부터 세대 간 전이된 전라도 혐오가 극우 세력의 커뮤니티·정치권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전파된다고 지목했다. /AI 생성 이미지
“일부 극우 정치인과 어른들 영향이 크다고 봐요. 어려서부터 학습된 ‘특정 지역 혐오의 메커니즘’이 특정 지역에서 자연스레 체화된다는 거죠. 이런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라도 혐오 표현을 접하고 다시 전파되면서 사회가 극우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거죠.”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에서 ‘5·18 왜곡 대응 프로젝트’에 참여한 윤유경 기자의 말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라도 혐오와 5·18 왜곡 문제를 추적보도했다.
지난해 허위정보를 검증한 기사만 16건을 보도했다. 시민 가이드북을 발간하는가 하면, 올해 스타벅스 탱크데이·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응원 논란을 계기로 지역 혐오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2년에 걸쳐 보도한 기사만 34건에 달한다. 왜곡 실태를 검증하는 데서 출발해 혐오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구조까지 취재 범위를 넓혔다.
특히 ‘혐오의 메커니즘’을 분석한 점이 눈에 띈다. 보수 색채가 짙은 영남 지역의 청소년들이 전라도 혐오에 어떻게 물드는지 구조를 취재를 통해 확인한 거다.
윤 기자는 영남쪽 청소년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지역 혐오는 어른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윤 기자는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혐오성 표현을 들으면서 혐오가 체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윤수현 기자 역시 70년대 박정희 정권부터 이어진 지역갈등과 왜곡된 인식에 기반한 혐오를 지목했다. 근거 없는 호남 혐오 정서가 그 아래 세대로 이어지면서, ‘혐오의 대물림’이 지속되는 원리다.
그는 “일부 후속 세대는 디시 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커뮤니티에서 ‘놀이 문화’로 혐오 정서를 발전시켰다”면서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커뮤니티 밖으로도 전라도 혐오 표현이 퍼지면서, 일반인에게까지 혐오가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영호남 정치인들이 특정 사안을 자신에 유리하게 공론화하면서 ‘스피커 정치’로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실태도 들여다 봤다.
취재진들은 수도권에 기반을 둔 청소년언론 ‘토끼풀’과 ‘이음’ 기자들을 인터뷰한 경험도 소개했다. 학생들이 현 사회를 두고 ‘극우를 길러내는 사회’로 진단했다는 거다. 윤수현 기자는 “역사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청소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만들어져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혐오표현의 변화 양상에 주목했다. 특정 지역을 직접 비하하는 표현뿐 아니라 일상적인 단어에 혐오의 의미를 숨기거나 역사 왜곡과 정치적 낙인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혐오가 재생산되는 양상도 포착했다.
겉으로 드러난 단어만으로 혐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지면서 표현의 맥락과 효과를 함께 살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는 거다. 혐오가 노골적인 욕설을 넘어 은어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확산하는 경향성 때문이다.
대안도 제시했다. 왜곡·혐오 댓글 관리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거다. 처벌 일변도로 혐오 문제에 접근하기보다, 혐오가 당사자에게 주는 고통을 알리고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 시민사회. 학계, 언론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윤수현 기자는 “무조건적 처벌이 답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무 이유 없이 내뱉는 혐오에 누군가는 눈물 흘린다는 점을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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