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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광화문 밝힌 '보현사 탑등'…"남북 평화 발원"

진우 스님은 "고도로 발달한 AI시대에 살아가고 있지만, 현대인의 마음은 더욱 각박해지고 고립감은 깊어만 가고 있다"며 "지식은 넘쳐나되 지혜는 부족하고 변화가 빠르되 온기는 식어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광화문 밝힌 '보현사 탑등'…"남북 평화 발원"

봉축위·연등회보존위 4월 22일

광화문광장서 봉축점등식 개최

탑등 좌우 반가사유상도 조성

생동감 더하는 조명 연출 특징

진우 스님 “재회·통일 빛 되길”

불기2570(202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남북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북한의 묘향산 ‘보현사 탑등’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환하게 밝혔다.

불기2570(202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남북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북한의 묘향산 ‘보현사 탑등’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환하게 밝혔다. 연등회가 국가무형유산이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래 북한의 문화유산을 봉축등으로 선정·제작한 건 처음이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연등회보존위원회(위원장 진우 스님·조계종 총무원장)는 4월 22일 광화문광장에서 각 종단 주요 스님들과 불자 등 사부대중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축점등식을 개최했다. 봉축점등식은 우리 마음속 번뇌를 지혜로 밝히고, 부처님의 자비광명으로 세상의 평안을 기원하는 불교 고유의 전통 행사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

연등회 외국인 서포터즈인 LLF 프렌즈의 공연.

연등회 외국인 서포터즈인 LLF 프렌즈의 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점등식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원로의원 일면 대종사,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능원 정사,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총지종 통리원장 록경 정사,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성웅 스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 진호 스님,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성행 스님, 전국비구니회장 광용 스님, 조계사 주지 담화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보문사 주지 원경 스님, 진관사 주지 법해 스님, 옥천암 주지 선조 스님, 호압사 주지 현민 스님, 화계사 주지 우봉 스님, 학도암 주지 현무 스님, 승가사 주지 자항 스님, 소림사 주지 정관 스님 등 주요 스님들과 정동영 통일부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이헌승 국회정각회장, 김영배 국회정각회 수석부회장, 김의정 전국여성불자회장, 이길수 대한불교청년회장, 선민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 등이 점등자로 나서 불법승 구호에 맞춰 ‘보현사 탑등(燈)’을 밝혔다.

‘보현사 탑등(燈)’은 북한 묘향산 보현사 소재 8각 13층 석탑을 원형으로 삼아 전통 한지등으로 제작됐다. 높이는 19m에 달한다. 이번 봉축등은 세계 평화와 남북 화합·공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고려시대 대표 석탑을 구현했다. 보현사 탑등 좌우에는 지혜와 자비를 상징하는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높이 6m)이 조성돼 의미를 더했다. 특히 기존에는 단일 색상으로 점등됐지만, 올해는 생동감 있는 조명 연출을 통해 장엄함을 한층 강조했다.

봉축위원장 진우 스님.

봉축위원장 진우 스님은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라는 올해 봉축 표어에 맞춰 광화문을 수놓은 장엄한 불빛이 평화와 행복의 씨앗이 되길 기원했다. 진우 스님은 “고도로 발달한 AI시대에 살아가고 있지만, 현대인의 마음은 더욱 각박해지고 고립감은 깊어만 가고 있다”며 “지식은 넘쳐나되 지혜는 부족하고 변화가 빠르되 온기는 식어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불교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대국민 선명상 보급’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선명상은 가장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마음 치유의 길”이라며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는 순간의 시간이 거친 세파를 이겨낼 단단한 내면의 힘을 길러 불안을 치유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봉축등과 관련해서는 묘향산 보현사에서 승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켰던 서산 대사의 서원을 언급하며 “우리가 밝히는 자비의 빛이 휴전선을 넘어 묘향산 보현사 팔각십삼층석탑까지 비추는 ‘재회와 통일의 빛’이 되길 바란다”고 서원했다.

스님은 그러면서 “오늘의 등불은 나만을 위한 빛이 아니라 모두를 비추는 ‘공존의 빛’”이라며 “남과 북이 한마음으로 합장하는 그날을 발원하며, 이 등불이 세상의 편견과 미움을 녹여내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20년 전 2005년 9월 제16차 남북장관급회담 당시 묘향산에 서 있던 순간을 회고했다. 정 장관은 “당시 평양에서는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리고 있었고, 베이징에서는 남·북,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한자리에 모여 6자 회담을 열고 있었다. 보현사에서 ‘묘향산의 향기가 평양을 넘어 베이징으로, 그리고 온 한반도로 퍼져나가 평화의 열매를 맺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며 “비록 (서산 대사의) 합동다례재는 기다림의 영역으로 남아있지만, 회담은 결실을 보였고 그때 남과 북이 서로 주고받았던 추도사와 서신 속에 ‘우리는 본래 하나’라는 변치 않는 진리가 흐르고 있다”고 역설했다.

정 장관은 “지금 잠시 멈춰 서 있지만 멈춤이 곧 포기는 아니다. 정부는 부처님의 ‘자리이타’ 정신을 나침반 삼아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며 “얼어붙은 땅 아래서도 물길은 흐르듯, 폐허가 된 남북관계 위에도 신뢰라는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한반도 평화 공존’의 새 아침을 반드시 열겠다”고 다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도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 평안이 공동체로 퍼져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갈등과 분열의 파고가 높은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혐오나 배제가 아닌 서로를 보듬는 연민과 연대의 마음”이라며 “지혜로운 이가 마음을 다스리듯 동체대비의 정신으로 시민의 삶을 잘 살피고, 일상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불편을 덜어 안락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축원을 통해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한반도 전역을 두루 비춰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길 발원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축원을 통해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한반도 전역을 두루 비춰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길 발원했다.

끝으로 참석 대중은 석가모니불 정근과 함께 보현사 탑등에서 세종대왕 동상까지, 분단의 아픔을 딛고 온 세상에 평화의 기운이 퍼지길 기원하는 탑돌이를 펼쳐 장관을 이뤘다.

광화문 점등식을 시작으로 4월 22일부터 5월 25일까지 서울 전역에 약 5만개의 봉축 가로연등이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환하게 비출 예정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연등회 행사는 5월 16~17일 서울 일원에 열리며, 전통등 전시 등 다채로운 봉축행사가 이어진다.

김내영 기자/사진=박지운·이현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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