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 관련 특별조치법 연내 제정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1일 농지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위반을 ‘투기·중대 위반’과 ‘관행적·경미한 위반’으로 나눠 처리하기로 했다. 농사지을 의사 없이 땅을 사들인 투기성 농지는 강제 처분 조치를 하되 고령, 상속 등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한 농지는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위탁을 거쳐 정상화하는 방식이다. 불법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을 강화한 개정 농지법이 시행된 지 24일 만에 농촌 현장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후속 절차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투기와 관행적 위반을 가르는 세부 기준은 여전히 모호해 현장 혼란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는 처분…관행 임대차는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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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은 투기와 무관한 고령농·상속농 소유 농지와 농촌 관행 임대차를 양성화하기로 했다. 상속 농지 중 사인 간 임대 허용 기준(1㏊)을 초과해 빌려줬거나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해 휴경한 경우 당장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고 자진 정비 기간을 준다. 스스로 농사짓기 어렵다면 기존 경작 관계를 유지한 채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위탁해 처분을 유예받을 수 있다.
이웃 주민끼리 땅을 맞바꿔 농사짓거나 한 임차인이 마을 농지를 모아 경작한 관행적 임대차도 농지은행을 거쳐 합법적인 임대차로 전환해준다. 임차인 퇴거 등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특별정비 기간은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이 기간에 농지은행 임대 위탁을 신청하면 추가 조사 없이 조사를 종결한다.
농지 불법 전용에 대해서는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사후 양성화를 추진한다. 기존에는 허가 없이 농지에 농기계 창고 등 농업용 시설을 지으면 불법이었다.
앞으로는 이런 경우 사후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부담금을 내면 적법한 상태로 인정한다. 장기간 방치돼 사실상 산림으로 바뀐 토지는 실제 이용 현황에 맞춰 지목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반면 개발이익을 노리고 들어온 명백한 투기는 예외 없이 처분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100명이 넘는 외지인이 지분을 쪼개 농지를 사놓고 방치한 사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서류로 농지를 사들인 뒤 불법 임대한 행위 등이 대상이다. 유령 농업법인을 악용한 부동산 매매업이나 농지를 불법 야적장으로 훼손한 행위에 대해서도 즉시 강제 매각 절차를 밟는다.
정부는 특별조치법 제정과 별도로 내년 2분기 농지법 개정에도 착수한다. 고령화와 농촌 인구 감소 등 현실을 반영해 현행 임대차·휴경 허용 사유를 대폭 확대하고 임차농 권리 보호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투기냐 관행이냐…경계는 모호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투기와 관행을 어떻게 가를지다. 정부는 고령, 질병, 상속 등으로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농지는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위탁을 통해 구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별 사례로 들어가면 취득 당시 영농 의사, 경작 기간, 임대 경위 등이 제각각이어서 투기와 관행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준병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책조정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조사 과정에서 다른 유형의 투기 행위가 있을 수 있어 조사를 다 해보고 세부 내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를 하면서 투기 유형과 판정 기준을 구체화하겠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지역과 담당자에 따라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 지역 농업인들은 이날 대구시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농촌의 다양한 영농 형태와 임대차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임대·휴경이 불가피한 농촌 현실을 일률적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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