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맞춰 수상쩍은 주식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익을 추구하는 데 공적 권한을 활용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주 발표된 900쪽의 정부 재산공개 서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식 거래 패턴에서 특이사항이 감지됐다.
해방의 날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 관행과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맞서겠다며 모든 수입품에 대해 최소 10% 관세 부과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당시 뉴욕증시에서 하루동안 3조 1000억 달러(약 4747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등 미국 금융시장은 큰 타격을 보였다.
WSJ가 주목하는 날은 4월 8일이다. 해방의 날 다음날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좌에서 평소와 같은 종목 매수와 매도가 이뤄졌지만, 8일에는 오직 매수 거래만이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좌는 327개 개별 종목을 매수했으며, 애플과 버크셔 해서웨이 등 우량주를 사들이는 데 360만 달러(55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루스소셜에 “지금은 주식을 사기에 좋은 시기(a great time to buy)”라는 글을 올렸고, 오후에는 관세의 상당 부분을 유예했다. 그러자 시장은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8일 가장 큰 규모의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거래 규모는 7500만 달러(1148억 원) 이상으로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주식을 각각 500만~2500만 달러 매수했고, 일라이 릴리·JP모건·비자 등도 100만 달러 이상 사들였다. 매수 타이밍이 공교로운 주식은 인텔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 주식도 최소 25만 달러어치 구입했는데, 이후 수일 뒤 그는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취득할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의 주가는 370% 이상 상승했다.
그가 취임 직후 미국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스에 투자한 뒤 정부가 지분을 인수한 점도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5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이 회사 주식을 2만 2000~15만 5000달러어치를 매수했다. 희토류 시장은 중국이 장악한 탓에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건 위험이 높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7월 국내 희토류 산업 육성을 위해 MP머티리얼스 지분 15%를 취득하는 사상 최초의 계약을 체결했다. 공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MP머티리얼스를 일부 매도해 이득을 봤다.
지난해 7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담은 ‘AI 액션 플랜(AI Action Plan)’을 발표하던 날에도 트럼프는 빅테크 주식을 600만~3000만 달러씩 구매했다.
트럼프 “직접 거래하지 않아 문제 안 돼”
법조전문가 “다른 공직자면 금지 됐을 것”
트럼프 대통령의 계좌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개별 종목을 거래했으며,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420만 달러(64억 원)에 달했다. 정부 재산공개에 따르면 이 계좌에서는 지난해 2만 1000건이 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정책 시기를 전후해 거래가 급증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에 사전 투자한 사실은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댄 와이스코프 티달파이낸셜그룹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정도 거래량은 대부분의 재무 자문사가 고객을 위해 하는 거래보다 훨씬 많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주식을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주식시장이 상승했기 때문에 내 계좌에서도 많은 돈을 벌었다”면서도 “나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고 내가 대화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투자를 맡기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자산의 상당 부분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관리하는 신탁에 편입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들이 하는 거의 모든 일에는 (정부의) 내부 정보가 개입될 수 있다”면서도 “나는 아이들에게 가능한 한 그런 일에서 멀리 하라고 말하지만, 그들도 자신의 삶을 살게 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주식뿐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밈코인 ‘$TRUMP’와 암호화폐 월드리버티파이낸셜 사업을 통해 14억 달러(2조 1400억 원)의 수익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한 밈코인으로 많은 이들이 손해를 봤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 수수료를 받는 구조여서 수익을 올렸다고 NYT는 짚었다. 암호화폐로 버는 수익은 이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사업으로 버는 돈보다 많다.
백악관 윤리담당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는 NPR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행정부 공직자들이라면 이와 같은 행동은 연방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라 금지됐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처럼 중대한 재정적 이해충돌을 안고 있는 유일한 사례”라고 말했다.
멜라니아도 JD 밴스도…트럼프 측근은 모두 부자가 된다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부인. AF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재산도 빠르게 늘었다. 멜라니아 여사의 지난해 사업 수입은 1730만~1820만 달러(264억~278억 원)로 집계됐다. 수입의 대부분은 자전적 영화 ‘멜라니아’ 관련 라이선스 계약으로 1070만 달러(163억 원)를 벌었다. 그는 밈코인 판매로도 600만 달러(91억 8900억 원)를 벌었다.
영화 ‘멜라니아’가 주목받는 이유는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아마존과 트럼프 대통령의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멜라니아는 아마존 영화 배급사 ‘아마존 MGM’이 제작했으며, 아마존 MGM은 영화 판권을 위해 약 4000만 달러를, 영화 마케팅에 35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다만 베이조스는 “영화 제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영화를 제작하기로 한 결정이 비당파적이라고 주장했다.
부통령인 JD 밴스는 투자 수익을 포함해 140만~740만 달러(21억 4400억~113억 3300억 원)였다. 전년 21만 3000~130만 달러보다 급증한 수치다. 밴스 부통령 수입의 대부분은 2016년 출간한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 인세와 출판 계약금에서 나왔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모든 조치는 미국 국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취한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그의 가족은 이해 충돌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