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케어·구독·PB 앞세워 수익 구조 다변화 추진
고물가·이사 수요 감소 직격탄...가전 양판점 실적부진 장기화
중고 거래 시장 26조원 성장세에 대형 가전 ‘리유즈’ 사업 확대
롯데하이마트 전경. 사진=롯데하이마트
국내 가전 유통업계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롯데하이마트가 기존의 단순 제품 판매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관리 서비스와 구독 사업 확대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 위축 여파로 신규 가전 구매 수요가 감소하자, 기존 제품을 오래 사용하려는 소비 흐름에 맞춰 수익 구조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는 1분기 순매출액 4969억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억원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204억원으로 66억원 늘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가전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이사·입주 수요 감소가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냉장고·세탁기·TV 등 대형 가전 판매는 주거 이동 수요와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최근 거래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이 맞물리면서 가전 양판점 업황 전반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기간 급증했던 교체 수요가 꺾인 데다 고물가·고금리 영향까지 겹치며 신규 가전 판매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가전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수요 정체와 가격 경쟁 심화가 이어지면서 유통업체들의 수익성 부담이 커진 상태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상반기까지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단순 판매 확대보다 상품 구조 개편과 신규 수요 창출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AI 가전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군은 강화하고, 중저가 상품군은 해외 브랜드와 단독 상품 확대를 통해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트윈버드, 우녹스 까사, 미라이 스피커 등 단독 상품 확대 역시 같은 흐름으로 풀이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관리 서비스’ 강화다. 롯데하이마트는 고객 평생 케어(Customer Lifetime Care)를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제시하며 가전 관리 서비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케어 서비스는 가전제품 세척, 이전 설치, 고장 수리, 보증 서비스 등을 포함한 사업이다. 지난해 케어 서비스 매출은 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14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했다. 전체 매출 감소 흐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성장세다.
서비스별 성장 폭도 컸다. 올해 1분기 기준 가전 수리 서비스는 전년 대비 약 50%, 가전 청소 서비스는 약 40% 증가했다. 보험 서비스 역시 약 20% 성장했다. 에어컨·세탁기·냉장고 등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대형 가전을 전문 분해 세척하는 서비스 수요가 늘었고, 글로벌 브랜드와 중소 브랜드 제품까지 AS 대행 범위를 확대하면서 서비스 영역도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사진=롯데하이마트
중고 가전 사업 확대 역시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부터 ‘하이마트 인증 중고 Reuse’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고객이 사용하던 가전을 직접 매입한 뒤 전문 검수와 세척, 성능 테스트, 재상품화 과정을 거쳐 다시 판매하는 구조다. 단순 판매를 넘어 구매 이후 관리와 재판매까지 이어지는 순환형 사업 모델 구축에 나선 셈이다.
특히 중고 가전 거래의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히는 ‘신뢰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고가전 수리비 보험도 도입했다. 해당 서비스는 구매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고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입 후 2년 동안 횟수 제한 없이 수리비를 보상하는 구조다. 개인 간 거래(C2C)에서는 사실상 어려웠던 품질 보증과 사후관리(AS)를 유통사가 직접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케어 서비스와 인증 중고 Reuse 사업은 고객이 사용하던 제품을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는 과정까지 연결되는 구조”라며 “단순 판매를 넘어 고객의 가전 사용 전반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관리·수리·교체·재판매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고객 경험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최근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고가의 신제품 구매를 미루는 대신 기존 제품을 관리·수리해 오래 사용하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은 비싼 신제품을 사기보다 기존 제품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수명을 늘리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 거래 시장 성장세도 사업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3년 26조원으로 6배 이상 성장했다. 과거 스마트폰 등 소형 IT 기기 중심이던 거래 품목도 최근에는 냉장고·세탁기·TV 등 대형 생활가전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지속가능 소비와 자원 순환에 대한 관심 확대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 가능한 가전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원 순환을 확대하는 리유즈 사업은 폐기물 감축과 탄소 저감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전반에서 친환경 소비와 순환경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중고 사업이 기업의 ESG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리 서비스 확대와 함께 구독 사업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월부터 세탁기·에어컨·밥솥 등에 PB 브랜드 ‘플럭스(PLUX)’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다음 달부터는 정수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유통업계 전반에서도 구독 서비스 확대 움직임은 빨라지는 추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이탈을 줄이며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가전 시장에서는 렌탈·구독·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가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상품 구조 혁신과 신규 수요 창출을 통해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핵심 전략 고도화를 기반으로 지속 성장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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