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명예회장
대한민국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5극 3특’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5극 3특’이란 기존 17개 시·도 중심의 분절된 행정체계를 권역별 메가시티 단위로 재편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지역 간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5개의 주요 경제권(극)과 3개의 특별권역(특)으로 나누는 전략을 의미한다.
각 지역의 특성과 강점을 살려 효과적인 발전을 도모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핵심 동력이 필요하다.
지방 경제를 살리는 가장 강력한 엔진으로는 과학기술이 꼽힌다. 예를 들어 충청권은 바이오·헬스 산업, 호남권은 에너지·농생명 산업, 영남권은 제조·소재 산업을 특화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연구개발(R&D)과 혁신 생태계가 지역에 자리 잡아야 한다. 충북 오송의 바이오 클러스터는 단순한 제약 생산단지를 넘어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허브로 성장하고 있으며, 과학기술 기반 투자가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과학기술은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첨단 연구소와 혁신 기업, 스타트업 클러스터가 지역에 자리 잡으면 청년층과 전문 인력이 유입된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특히 대구·경북의 로봇산업, 광주·전남의 에너지 신산업은 청년 인재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처럼 ‘5극 3특’ 전략은 과학기술과 결합할 때 비로소 균형발전의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다. 각 권역의 특화 산업을 뒷받침할 연구개발 거점과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그리고 정부의 장기적 투자 전략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수도권 남부의 ICT 혁신 거점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었지만, 지방에는 이에 상응하는 경쟁력을 갖춘 거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부산 울산 경남권의 해양·에너지 산업, 강원권의 친환경·바이오 산업 역시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 생태계가 구축될 때 비로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연구개발 예산의 지역 배분 확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혁신 실험 장려,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등은 지방 권역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책 수단이다. 중앙정부와 지역이 협력적 구조를 구축할 때 비로소 지역 균형발전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자치단체의 리더를 선택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살펴보면, 과학기술을 활용한 지역 맞춤형 전략이 두드러진다. 일부 후보는 반도체·AI 산업단지의 지방 분산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하고, 다른 후보는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을 혁신 허브로 육성해 장기적 자생력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또 AI 기반 돌봄·교육 서비스 확대와 스마트 인프라 관리로 고령화, 생활 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단순한 재정 지원이나 인프라 확충에 의존해 온 기존 정책의 한계를 넘어, AI 기반 스마트 공장, 바이오 클러스터,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 등 지역경제의 체질 개선과 장기적 자생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공약에서 확인된다.
우리는 각 지역 구성원으로서 이번 지방선거를 맞아, 장기적 산업 생태계 구축 가능성,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확보 능력과 중앙정부와의 협력 구조, 지역 산업 특성과 인구 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지방선거와 지역경제, 과학기술은 더 이상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과학기술 혁신, 그리고 현명한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세 축이 긴밀히 연결될 때, 비로소 지역경제는 활력을 되찾고 대한민국은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