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P&T7이 들어설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부지. / 사진 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용인 클러스터 등 생산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객사들의 물량 확보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업계 전반이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공급 과잉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메모리 價 상승, 일시적 수급 불균형 아냐"
23일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메모리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며 "AI 기술 발전으로 메모리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고 IT 업체들도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다운턴 이후 투자 둔화와 가용 공간 부족으로 단기간 내 유의미한 생산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며 "신규 팹 건설과 인프라 투자를 재개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신규 클린룸과 생산능력 확보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어 우호적인 가격 환경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날 공개된 실적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98.1%, 영업이익은 405.5% 증가한 수치다. 4개 분기 연속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운 것이다. 분기 매출이 50조원을 넘고 영업이익이 3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71.5%로 창사 이래 최고치를 달성했다.
/ 사진 제공=SK하이닉스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을 57조2000억원을 거두면서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가 1분기 영업이익을 40조원 이상 거둘 수 있다고 봤지만 여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AI발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진 점이 꼽힌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한 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큰 폭으로 뛰었다. 회사에 따르면 전체 매출 가운데 D램 비중은 78%, 낸드플래시는 21%를 차지했다. 1분기 D램 판매단가는 전 분기보다 60%대 중반, 낸드플래시 판매단가는 70%대 중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년 간 수요 공급 캐파 넘어서…LTA 요청 늘어"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올해 투자를 크게 확대할 방침이다. 회사는 미래 성장을 위한 용인 클러스터 팹 건설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초 완공될 1기 팹에 이어 6기까지 단계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까지 선단 공정 전환을 위한 필수 장비 투자도 계획대로 추진해 공급 능력 확대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다만 투자 확대가 과거처럼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증설 속도보다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빠른 데다, 고객과 공급사 모두 장기적인 수요와 공급 가시성 확보를 더 중시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현재는 고객과 메모리 공급사 모두 장기적인 수요와 공급 가시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공급 과잉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미 메모리 수요는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HBM4의 경우) 향후 3년 동안 고객들이 요청하는 수요는 이미 당사 공급 캐파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 설명했다. 또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고객들로부터 중장기 물량 확보에 대한 요청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현재의 공급 제약으로 인해 모든 고객의 요청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도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소캠(SOCAMM)2 192GB 제품./ 사진 제공=SK하이닉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이후에도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5개 분기 연속 실적 신기록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메모리 반도체 부족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먼저 선입금을 내고 물량을 계약하는 장기공급계약(LTA)이 늘어나고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지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D램은 고용량 서버 모듈과 모바일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전분기 대비 한 자릿수 후반 출하량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며 "낸드는 321단 기반 제품과 엔터프라이즈 SSD 판매 확대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10% 중반 수준의 출하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계절적 성수기에 들어서는 데다 엔비디아향 HBM4 공급 확대, 기업용 SSD 시장 회복, IT 신제품 효과가 겹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다시 연간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SK하이닉스가 매출액 287조7749억원, 영업이익 210조716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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