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엠코리아 부당해고자들
(하)부당해고 판정 받았지만
폐업일·해고일·공장등록 엇갈려
통보·금감원 감사보고서 날짜도 달라
별도 업체·전시회 참가 정황 잇따라
전문가, 전형적인 노동법 면탈 사례 지적
“복직까지 강제금 날마다 누적 부과해야”
신화프리텍은 함안공장 노동자 9명을 해고했다. 회사가 내세운 이유는 공작기계 사업을 접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자공시와 행정자료, 노동위 판정문을 대조하면 회사 설명과 맞지 않는 대목이 잇따른다. 폐업일과 해고일은 달랐고, 회사는 제조 생산 시설을 임대 중이라고 했지만 공장등록 업체는 여전히 신화프리텍이었다. 같은 회사의 다른 사업장에서는 외부업체 노동자가 원청 지시를 받아 일한 불법파견 사례도 적발됐다. 위장폐업 의혹은 커지는데,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도 노동자들은 아직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엠코리아 함안공장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날짜도, 공장도 맞지 않았다
신화프리텍은 지난해 9월 1일 함안사업장을 폐업했고, 9월 2일부터 고용계약이 끝났다는 취지로 노동자들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실제 해고일을 9월 23일로 봤다. 회사가 9월 23일 전자우편으로 해고를 통보했고, 9월 2일부터 23일까지 임금도 지급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내세운 ‘9월 2일 고용계약 종료’는 노동위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신화프리텍 2025년 감사보고서도 회사 설명과 차이가 있다. 감사보고서에는 함안지점이 2025년 9월 12일 폐업 신고를 했고, 당기말 현재 직접 제조 생산은 중단됐으며 제조 생산 시설은 임대 중이라고 적혔다. 노동자에게는 9월 1일 폐업을 이유로 고용계약 종료를 통보했지만, 회사가 회계문서에 적은 폐업 신고일은 9월 12일이다.
함안군 확인 결과도 따져볼 대목이다. 함안군 관계자는 10일 군북면 함마대로 290-34 공장등록 업체가 신화프리텍이라고 밝혔다. 공장등록 주체는 신화프리텍으로 남아 있는데, 회사는 감사보고서에 제조 생산 시설을 임대 중이라고 밝힌 셈이다. 10일 기준 등기부등본상 건물 명칭과 소유권도 이엠코리아로 확인됐다. 또 해당 주소를 두고 금속 절삭기계 제조업체인 안민도 확인된다.
문상환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직국장은 안민에 대해 “가공반에 있던 반장들이 만든 업체”라며 “공장을 임대한 것으로 알고 있고, 소유는 여전히 신화프리텍”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로 거기에서 이름을 바꿔 공작기계 생산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화프리텍은 올해 국내 생산제조기술 전시회(SIMTOS 2026)에도 참가했다. 참가업체 정보에는 이엠코리아와 함안사업장 주소가 활용됐다. 부스는 별도 법인인 공작기계업체 ㈜에스에이치에이펙스 이름으로 꾸려졌다. 대표이사는 신화프리텍 대주주로 알려진 이 모 씨다. 회사가 공작기계 사업을 하지 않는다며 노동자들을 해고했지만, 다른 법인 이름으로 공작기계 관련 영업 활동이 이어진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특별근로감독에서도 신화프리텍의 다른 사업장에서 외부업체 노동자가 원청 지시를 받아 일한 불법파견 사례가 적발됐다. 파견업체는 AS용정이다.
창원지청 관계자는 “제조 공정에 다른 업체 노동자를 파견받아 쓰면 안 되는데, 직접 공정에서 실질적으로 파견 위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 소속 노동자가 신화프리텍 현장에 들어와 원청 지시를 받아 근무한 구조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남지노위는 회사가 폐업을 이유로 한 해고에서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지노위가 문제 삼은 것은 고용승계안 자체가 아니라,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이 해고 대상으로 남은 구조였다. 회사가 제시한 방안은 신화프리텍과의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전환배치가 아니라 다른 업체로 옮기는 방식에 가까웠다. 노동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해고 대상이 됐다면, 이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신화프리텍 측에 이엠코리아 구조조정·부당노동행위 관련 입장을 물었으나 관계자는 답변을 거부했다.
올해 SIMTOS 2026 참가업체 정보에 지난해 9월 폐업한 이엠코리아 함안지점이 올라와 있다. /독자
“외주화로 사용자 책임 회피”
전문가는 이 사안을 전형적인 사용자 책임 회피 문제로 봤다. 회사가 공작기계 사업을 접는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다른 업체로 옮기라고 한 방식 자체가 사용자 책임을 피하는 구조로 읽힌다는 것이다.
장우찬 경상국립대 법학과(노동법) 교수는 “신화프리텍 사안은 전형적으로 사용자가 노동법적 의무를 면탈하려는 사안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사용자가 노동법상 책임을 피하는 방식으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를 개인사업자처럼 만들어 ‘근로자’ 지위에서 밀어내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업무를 외부 업체로 넘겨 직접 사용자 책임을 줄이는 외주화 방식이다.
그는 신화프리텍이 노동자들에게 소사장 업체로 옮기라고 한 대목을 두고 “노동자가 기존 회사와 고용관계를 끊고 소사장 업체나 개인사업자 형태로 넘어가야 했다면, 이는 단순한 고용승계가 아니라 노동자를 비근로자화하는 방식의 책임 회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당해고 판정이 실제 복직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도 문제다. 노동위가 원직복직과 임금상당액 지급을 명령해도 회사가 재심과 소송을 이어가면 노동자는 다시 기다려야 한다. 회사에는 절차상 시간이지만, 해고노동자에게는 생계와 복직 가능성이 무너지는 시간이다.
장 교수는 현 제도 내 개선 방향으로 더 강한 간접강제 장치를 제시했다.
그는 “사업 규모, 평균임금 수준, 전체 사업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 국민소득과 경제규모 등을 고려해 이행강제금 범위를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며 “복직은 사용자의 이행이라는 행동이 필요한 만큼 간접강제 효과를 거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날마다 누적해 부과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가 2025년 9월 25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신화정공그룹의 이엠코리아 노동자 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정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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