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블룸버그·FT "삼성 생산 차질, AI 공급망 전체 흔들 수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1120조원 시대...반도체는 지금 "물량 확보 전쟁"
"생산 중단보다 더 무서운 건 고객 신뢰 흔들림" 글로벌 공급망 긴장 확대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의 총파업 예고를 두고 해외 주요 외신들도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단순 임금 갈등이 아니라 AI(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까지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AI 인프라 경쟁으로 메모리와 첨단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공급 부족이 동시에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생산 차질 가능성은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편집=윤남웅 기자, 그래픽=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의 총파업 예고를 두고 해외 주요 외신들도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단순 임금 갈등이 아니라 AI(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까지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AI 인프라 경쟁으로 메모리와 첨단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공급 부족이 동시에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생산 차질 가능성은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외신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FT), 디지타임스(DIGITIMES) 등 주요 해외 매체들은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을 AI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측면에서 집중 조명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 노조 리스크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이미 부족해진 메모리 공급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서버 시장이 급팽창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생산 차질은 단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로이터는 최근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내부 메시지를 통해 고객 이탈 가능성과 경쟁력 약화 우려를 직접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신 의장은 생산과 납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고객사 이탈과 시장 경쟁력 약화, 자본 유출 가능성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이 공개적으로 ‘고객 이탈’을 거론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보다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번 갈등을 AI 호황 속 이익 배분 충돌로 해석했다. FT는 삼성전자 노조가 각 사업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뿐 아니라 1700여 협력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AI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미국 CSP(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 빅5의 올해 설비투자(CAPEX) 예상 규모는 약 7696억달러(약 1120조원)로 지난해보다 약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용 D램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별도 보도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SK하이닉스에 신규 생산라인 투자와 EUV 장비 구매 지원까지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서버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전략 자산으로 바뀌면서 고객사들이 단순 구매를 넘어 생산능력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이터에 “현재 지정 가능한 여유 생산능력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고객 수요 대비 공급 충족률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시장이 “가격보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한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HBM4.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첨단 파운드리를 동시에 운영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공급망 영향력이 크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한 TSMC조차 메모리 사업은 하지 않는다. AI 시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전략적 가치가 과거보다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 계열 외신들은 최근 애플이 TSM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와 인텔 등을 대상으로 첨단 칩 생산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 첨단 공정 생산능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대체 공급망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총파업 리스크까지 부각되자 외신들도 공급 안정성 문제를 집중 거론하기 시작했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 노조 리스크가 HBM 생산 일정과 AI 반도체 공급 계획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고 일부 대만 언론들은 삼성전자 생산 차질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자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정작 외신과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단순 생산 차질보다 공급망 신뢰 훼손이다. AI 서버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보다 “정해진 시점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번 공급망 구조가 바뀌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설계 검증과 발열 테스트, 패키징 안정성 확인, 서버 호환성 검증 등을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고객사가 새로운 공급선을 검토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내부 시스템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공급망 회복탄력성과 생산 안정성을 ESG 및 협력사 평가 항목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총파업 결의 자체만으로도 고객사 공급망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노조 내부 균열도 변수다. 이번 총파업은 사실상 DS(반도체) 부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서는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가전과 모바일 시장 둔화로 실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반도체 부문 중심 성과급 요구가 이어지면서 내부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내 동행노조는 공동투쟁본부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삼성전자 전체 구성원의 이해관계라기보다 특정 사업부 중심 요구로 비쳐질 경우 여론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금이 삼성전자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총파업 논란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공급망 신뢰가 흔들릴 경우 단기 생산 손실을 넘어 장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메모리 시장은 가격 경쟁 중심이었다면 지금 AI 반도체 시장은 안정적인 납기를 맞출 수 있는 기업이 훨씬 유리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생산이 실제 멈췄는지보다 노사 갈등으로 공급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사실 자체를 글로벌 고객사들이 훨씬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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