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빈집 통합관리부터 11년 'REB행복HOME'까지… 데이터로 완성한 주거 안전망
전세사기 예방·생계위기 지원 동참… 본업 연계형 CSR로 취약계층 일상 속으로
[편집자주] '공기업, 사람을 잇다'는 공공기관이 실천해 온 사회적 책임(CSR)의 실질적 효용성과 미래 지향점을 분석하는 공기업 사회공헌 집중기획이다. 시혜적 차원의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핵심축으로 진화하는 공기업의 현장을 기록한다.
한국부동산원 본원 전경 [사진=한국부동산원]
저출생 ·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지방 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닌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도심과 농어촌 곳곳에 흉물처럼 방치된 빈집은 지역 치안을 위협하고 경관을 해치는 도시 쇠퇴의 뼈아픈 징후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질서를 책임지는 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스마트 해법을 들고 나오며 지역 재생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부동산원은 지난해 2월 '빈집정비 통합지원시스템'을 정식 개통했다. 방치된 공간을 가치 있는 자산으로 전환하고 지역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다.
AI '빈집 위험 예측 지도', 선제 정비의 길을 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데이터 정밀화'와 '예측 능력'에 있다. 과거에는 전기 사용량만을 기준으로 빈집을 추정하면서 태양광 발전 가구를 오판하는 등 정확도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고도화를 통해 태양광 발전 여부와 주민등록정보를 실시간으로 결합함으로써 빈집 판정의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나아가 인구 노령화 지수·건축물 노후도·실거래 가격 변동 추이 등을 AI가 스스로 학습해 만들어내는 '빈집 발생 위험 예측 지도'는 지방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자체는 이를 통해 빈집이 집중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파악하고 선제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단순 철거에 그치지 않고 주거형·문화예술형·돌봄복지형 등 지역 맞춤형 활용 방안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빈집 정비가 단순한 토목 사업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결손을 채우는 '가치의 재창조' 과정임을 입증하고 있다.
전세사기 대응 역시 같은 맥락이다. 2023년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으로 확산되자 부동산원은 피해자 지원센터에 전문 인력을 파견하고, 긴급 주거 지원 대상 선별 과정에도 참여했다. 특히 청년·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부동산 교실'은 등기부등본 확인법과 적정 시세 판단, 계약 시 유의사항 등 실질적인 정보를 나눠주며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피해를 원천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25년 한국부동산원 서울중부지사가 서울 중구 신당동 취약계층 가구를 방문해 'REB행복HOME(사랑의 집 수리)' 봉사활동을 진행한 현장. [사진=한국부동산원]
11년의 진정성 'REB행복HOME', 주거 복지를 에너지 복지로 진화
디지털 혁신 뒤에는 11년 넘게 현장을 누비며 쌓아온 주거 복지의 진정성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 2014년 '사랑의 집수리'로 시작한 'REB행복HOME'은 2025년 기준 전국적으로 누적 462세대의 노후 주택을 개보수하며 공공기관 CSR의 지속 가능성을 몸소 증명했다.
주목할 점은 이 사업이 시대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해왔다는 사실이다. 초기에는 도배·장판 등 단순 환경 개선에 집중했다면, 2020년 이후에는 '그린 리모델링' 개념을 적극 도입했다. 고효율 창호와 외벽 단열재 보강을 통해 가구당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30%까지 절감하는 성과를 데이터로 증명하며, 에너지 빈곤층의 실질적 지출을 덜어주는 '자립형 복지'로 탈바꿈했다. 주거 환경 개선이 단순 시설 수리를 넘어 '지출 절감형 복지'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4월 22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열린 '그냥드림' 기부금 전달식에서 이헌욱 한국부동산원 원장(왼쪽)과 김경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본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부동산원]
생계위기 취약계층과의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부동산원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그냥드림' 사업에 참여해 5000만 원을 기부했다. 별도의 신청이나 소득 증빙 없이 필요한 물품을 신속히 제공하는 이 사업을 통해 먹거리와 생필품 지원에 힘을 보탰다. 대구 혁신도시 공공기관들과 함께한 도시락 지원 사업에서는 저소득 어르신 40가구에 8개월간 매주 직접 찾아가며 안부를 확인하는 등,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일상 속 고립 문제까지 함께 들여다봤다.
이헌욱 부동산원 원장은 "부동산은 국민의 삶의 터전이자 사회 전반의 균형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기반"이라고 전제하면서 "국민과 정부를 연결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부동산원이 일궈낸 성과는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닿아 있다. 부동산 가격 공시라는 딱딱한 숫자 뒤에 숨겨진 소외된 이웃의 보금자리를 고치고, 방치된 빈집에 온기를 채우는 부동산원의 행보는 저성장 · 고령화 시대, 공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방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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