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중앙행정·소속기관 119곳 이전 검토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사랑채에서 예금보험공사·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지역 이전에 반대하는 ‘금융안전망 붕괴·금융소비자 피해 확산시키는 예보기구, 감독기구 지방이전 결사저지를 위한 예보·금감원 노동조합 공동 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민혜 기자
[주간한국 강민혜 기자] 정부가 발전공기업 통합을 비롯한 공공기관 기능개혁과 수도권 기관의 지방이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노동계의 대응도 갈리고 있다.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연맹)은 5개 발전공기업 통합 방침을 환영한 반면 금융권 노동계는 금융기관 지방이전에 반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오는 4일 구성원 1679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3일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전략적 구조개혁 15곳, 중·대규모 기관의 유사기능 일원화 11곳, 자회사·소규모 기관 통합 83곳 등 모두 109곳을 감축한다. 계획대로 개편되면 전체 공공기관 수는 524곳에서 415곳으로 줄어든다. 다만 109개 기관을 일괄 폐쇄하는 것은 아니다. 기관 간 통합과 자회사 통합, 기능 재편 등을 통해 공공기관 수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 곳을 대상으로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에 따라 2차 지방이전을 추진한다. 이에 올 4분기 중 이전 대상과 지역 등을 담은 계획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선도 이전에 착수한다.
◇ 발전 5사 25년 만에 다시 하나로…전력연맹 “적극 환영”
공공기관 기능개혁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발전공기업 재편이다. 정부는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 5사를 가칭 ‘한국발전’으로 통합한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국전력 발전부문에서 분리된 지 25년 만이다 정부는 통합을 통해 발전사별로 분산된 인력과 기술, 자본을 결집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전환 사업의 추진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력연맹은 정부의 통합 방침에 환영 입장을 냈다. 전력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발전공기업 5사 통합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리된 이후 20여 년간 이어진 발전공기업의 분할·경쟁체제를 끝내고 하나의 발전공기업으로 다시 출발하는 전환점이라고 평했다. 전력연맹은 통합 발전공기업이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에너지 안보를 담당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상풍력·태양광·수소·수력·양수·에너지저장장치 등 신규 에너지 사업에 통합을 통해 확보한 인력과 기술, 자본, 사업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 과정에서의 노동조건 보장도 요구했다. 전력연맹은 발전사별로 다른 임금·복지·인사·승진체계 등을 상향평준화하고 기존 단체협약과 노사합의 사항을 통합법인에 승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규 사업 전환 과정에서 인력 공백이나 고용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정원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통합은 정부와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노사정 간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통합법인 설계부터 조직·인력 운영까지 전 과정에 노동조합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다른 대형 공공기관도 재편 대상이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등 4개 항만공사는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로 합친다. 대한석탄공사는 청산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해 2개 기관으로 재편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통합은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 추진 상황을 지켜본 뒤 재검토하기로 했다. 금융 공공기관 자회사도 통합 대상이다.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캠코FMC·예울FMC·산은비즈·수은플러스·신보운영관리 등 5개사는 가칭 ‘정책금융FMC’로 통합한다. 고객관리 업무를 맡는 캠코CS와 HF파트너스는 가칭 ‘정책금융CS’로 합친다. 정부는 통폐합 대상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통폐합 전후 처우가 악화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국정원·국가안보실도 포함…중앙행정·소속기관 119곳 검토
공공기관 기능개혁과 별도로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의 지방이전도 추진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방이전을 검토하는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은 모두 119곳이다. 이 가운데 중앙행정기관은 25곳, 소속기관은 94곳이다.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이 포함됐고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대통령 관련 기관도 검토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119개 기관의 이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중앙행정기관은 이전이 결정되면 세종으로 옮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방청 등 소속기관은 세종 이외 지역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방법·시기는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정부가 우선 이전 방침을 밝힌 중앙행정기관은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다. 관련 법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세종 이전을 추진한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등 별도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 신축 이후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금융위도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이전 검토 대상에 포함됐지만 이날 우선 이전 기관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기관도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 검토…금융권은 지방이전 반발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별도로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지방이전도 추진된다. 정부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과 소속기관 등 350여 곳을 대상으로 수도권 잔류 필요성을 다시 검토한다. ‘수도권 잔류 최소화’를 원칙으로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연관 기관을 집적하고 지역 산업·대학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개별 이전 여부와 이전 지역·시기는 이날 발표에서 확정되지 않았다. 금감원을 포함한 금융권 기관의 구체적인 이전 계획도 아직이다. 다만 금융권은 이른바 ‘완벽한 철회안’이 나올 때까지 반발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선제 대응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먼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오는 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1차 총파업 집회를 연다. 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를 주요 요구로 내걸었다. 금융노조는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와 이전 기관의 인력 이탈·정주 문제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정책금융기관, 감독기관, 기업과 전문 인력 간 집적과 협업이 중요한 금융 산업의 특성도 이전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노조도 지방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같은날 오후 2시 지방이전에 대한 우려를 담은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탄원서에는 금감원 구성원 1679명이 서명했다.
강민혜 기자 min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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