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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공 DR ②] 순차적 전환 위한 '하이브리드 DR' 주목…업계 '총력전' 양...

지난해 대전센터 화재로 촉발된 공공 DR 개편은 그간 공공 IT 인프라가 안고 있던 구조적 취약점을 혁신할 절호의 기회다. 정부의 과감한 전면 개방 로드맵과 민간 클라우드 기업들의 고도화된 역량이 이미 맞물려...

[공공 DR ②] 순차적 전환 위한 '하이브리드 DR' 주목…업계 '총력전' 양...

[아이티데일리] 지난해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 사고는 노후화된 공공 인프라와 폐쇄적인 운영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2030년까지 대전센터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1만 5,000여 개 공공 정보시스템의 재해복구(DR) 체계를 구축하는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으로 인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사업을 놓고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주전이 정보화 전략계획(ISP) 단계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공공 및 민간 액티브-액티브 DR 구축 개요도 (출처=행정안전부)

“전면 전환보단 순차적으로”…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 DR’

현재 추진 중인 공공 DR 사업 중 상당 부분은 대전센터에서 주 시스템을 운영하고 공주센터에 DR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가 민간 클라우드 활용 확대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방대한 레거시 시스템을 일거에 민간으로 이전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데다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존 온프레미스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DR만 민간 클라우드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DR’이 현실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DR의 핵심이 단순한 클라우드 공간 확보가 아닌 ‘운영’에 있다고 강조한다. 주 시스템과 DR 시스템 간 인증 체계 및 네트워크 보안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하고, 재난 상황 발생 시 실제 가동 여부를 확인하는 정기적인 페일오버 검증 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공기관 특유의 망 분리·망 연계 환경은 하이브리드 DR 구축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다.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라는 이질적 환경 사이에서 안정적인 네트워크 경로를 설계하고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지연 관리와 데이터 동기화 오류는 서비스 연속성을 저해하는 치명적 요소”라며 “공공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도 데이터 손실과 복구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도화된 아키텍처 설계 역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데이터 외부 유출을 우려하는 공공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DR 형태도 다변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용 클라우드 리소스를 단순 활용하는 방식을 넘어, 기관 인근에 독립 인프라를 구성하는 프라이빗 모델이나 전용 터널을 활용한 보안 중심의 하이브리드 설계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보안성을 극대화하면서도 클라우드의 유연한 확장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맞춤형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공공 하이브리드 DR의 성패는 기관별 시스템 복잡도를 고려한 면밀한 사전 컨설팅과 민관의 긴밀한 기술 협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DR 체계·클라우드 네이티브 점검 필요

정부는 이번 공공 DR 전면 개편을 통해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국가 핵심 시스템에는 1시간 이내 복구가 가능한 ‘액티브-액티브 DR’을, 대국민 필수 시스템에는 12시간 이내 복구가 가능한 ‘액티브-스탠바이 DR’을 구축하도록 규정했다.

업계는 정부가 시스템 중요도에 따라 복구 목표 시간을 차등 적용하고 파편화된 기관별 재해복구 체계를 일정 수준으로 표준화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구축 현장으로 들어가면 획일적인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난관은 비용과 운영 복잡성이다. 액티브-액티브 구조가 이론적으로는 최우선이지만, 모든 핵심 시스템에 일괄 적용하면 막대한 고정 비용과 운영 복잡성이 발생해 오히려 DR 보급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스템 특성에 따라 액티브-스탠바이나 파일럿 라이트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전체적인 DR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액티브-스탠바이 구조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도 있다. 평상시 DR 자원을 유휴 상태로 방치해야 하는 전통적 온프레미스 모델의 잔재이자, 자원 낭비와 비용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DR 구축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신 DR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그 위에 올라가는 시스템 자체가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되지 않으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기존 공공 시스템은 기능들이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묶인 ‘모놀리식’ 구조가 대부분이다. 모놀리식 환경에서는 사소한 기능 하나에 장애가 발생해도 시스템 전체가 멈출 위험이 크고, 백업 센터에서 재구동하는 데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거시 모놀리식 아키텍처를 그대로 둔 채 인프라만 액티브-액티브로 연결해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1시간 이내 복구’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핵심은 컨테이너(Container),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데브옵스(DevOps)라는 3대 기술이다. MSA를 적용하면 특정 기능의 장애가 전체 서비스로 번지지 않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컨테이너 기술을 통해 메인 센터의 이미지를 DR 센터로 옮기는 것만으로 즉시 서비스 재개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배포를 자동화하는 데브옵스가 결합되면 재해에 스스로 대응하는 '지능형 자동 복구(Self-healing)' 체계가 완성된다.

결론적으로 애플리케이션 구조, 데이터베이스 구성, 운영 자동화 체계 등 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아키텍처 현대화가 뒷받침돼야 실효성 있는 DR이 가능해진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 확대 조짐에 업계 ‘총력전’

수천억 원 규모의 공공 DR 사업은 클라우드 인프라뿐 아니라 레거시 SI, 보안, 네트워크, 데이터 동기화 등 복합적인 기술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1만 5,000여 개에 달하는 공공 시스템의 복잡한 요건을 단일 기업이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만큼, 각 분야 전문 기업들과의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가비아는 ‘현장 운영 가능성’을 최우선에 둔 실용적 전략을 내세웠다. 공공 시스템의 보수적 환경과 담당 인력의 역량을 고려해 기술적 우위보다 실제로 작동하고 안착할 수 있는 아키텍처 제안에 주력한다. 가비아가 클라우드 인프라와 매니지드 운영을 맡고, 레거시 전환은 SI 파트너가, N2SF 등급 방어는 보안 전문기업이 담당하는 구조다. 가비아는 CSP·MSP·보안관제 역량을 두루 갖춘 만큼 파트너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기술적 중재자’로서 컨소시엄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엘리스그룹은 기술 파트너십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동식 모듈형 데이터센터(PMDC) 환경 내 100Gbps급 통합 보안망 구축을 위해 안랩과 손잡았으며, 국산 NPU 전문기업인 리벨리온·퓨리오사AI와 협력해 공공 DR 환경에 국산 AI 추론 인프라를 통합 제공하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네트워크 영역에서는 KISTI와 국가데이터교환망(NDeX)을 연동하고, 아리스타 네트웍스와 RoCEv2 기반 고성능 AI 네트워크 인프라를 함께 구축한다. 엘리스그룹은 ISP 단계에서 AI PMDC 기반의 분산형 DR 모델을 제안하고 에너지 효율을 앞세운 경제성 분석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입증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전면에 나서는 대신 ‘산업 생태계 중심의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직접 ISP 사업을 수행하지 않고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과 파트너사를 뒤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주요 SI 기업을 필두로 보안, 데이터 보호, 운영 자동화 분야의 전문 파트너들과 협력 체계를 꾸준히 넓히고 있으며, 클라우드 아키텍처 설계와 운영 자동화 모델 등 실질적인 기술을 파트너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상생형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KT클라우드는 그룹 차원의 수주 역량과 실행력을 앞세워 ISP 단계부터 주도권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핵심 선도 프로젝트인 행정안전부 안전디딤돌의 ISP 사업을 KT그룹이 수주하면서 KT클라우드도 선두에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단순한 방향성 제시에 그치지 않고 후속 구축과 실제 운영까지 고려한 ‘실행 중심의 설계’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기존 공공 사업을 통해 검증된 파트너 협업 체계를 이번 재해복구 사업에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비용 균형과 실전형 운영 갖춰야

정부가 2030년까지 약 1만 5,000개 공공 정보시스템의 재해복구 체계를 완비하겠다는 계획은 국가 인프라의 거대한 전환점이다. 클라우드 업계는 이번 개편이 국가 디지털 서비스의 근본적인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 동시에 기술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예산의 현실성과 실전형 운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비용의 함정’이다. DR은 한 번 구축하면 클라우드 인프라 비용뿐 아니라 동기화 회선, 라이선스, 운영 인력 등 엄청난 고정 비용을 수반한다. 성공적인 DR은 무조건 비싸고 좋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별 서비스 성격에 맞는 기술을 선택하는 합리적인 예산 균형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실제 재난 상황에서 확실히 작동하는 ‘실용적인 DR’을 만드는 것 역시 핵심이다.

효율적인 예산 집행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도 필요하다. 1만 5,000개 시스템을 개별 발주로 DR을 구축하는 현재 방식은 규모의 경제를 살리기 어렵고, DR 전문성이 부족한 중소 규모 공공기관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에 중앙에서 공통 DR 플랫폼을 제공하고 각 기관이 구독하는 형태인 ‘공공 DR-as-a-Service’ 모델 도입이 대안으로 제안된다. DR 구축 과정에서 애플리케이션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동시 추진해 단순 재해복구를 넘어 ‘AI 및 디지털 혁신(AX)’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획일화된 정책 요건에서 벗어나 유연한 아키텍처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의 등급별 RTO 기준과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특정 구현 방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서는 기관별 예산과 시스템 특성에 맞게 멀티 가용영역(AZ)이나 컨테이너 기반 자동 재배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자동 복구를 통해 장애 전환 자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CSAP 제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국정원의 보안성 검토와 CSAP를 통합해 일원화하고 N2SF를 중심으로 공공 시스템 분류를 재편한다는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과거 CSAP 인증 도입 당시에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높은 보안 요건과 예산 한계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N2SF 체계가 성공하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기관의 전환 비용을 돕는 재정적 지원도 반드시 병행될 필요가 있다.

공공 DR 시스템 구축 사업도 보안 체계 개편과 무관하지 않다. 공공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기업들은 별도의 보안 요건을 충족해야하며 지금까지는 CSAP가 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보안성 검토와의 일원화, N2SF 도입으로 기업들이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할지 당분간 혼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보안 충족 기준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기조에 맞춘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CSAP를 중심으로 보고 있지만 국정원의 지침이 바뀐다면 그에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전센터 화재로 촉발된 공공 DR 개편은 그간 공공 IT 인프라가 안고 있던 구조적 취약점을 혁신할 절호의 기회다. 정부의 과감한 전면 개방 로드맵과 민간 클라우드 기업들의 고도화된 역량이 이미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획일성을 벗어난 유연한 아키텍처, 실전 중심의 운영 철학,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AI 네이티브 공공 서비스’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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