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하며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에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비 상승과 물가 압력으로 인해 기업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7일 발표한 ‘환율 변동이 수출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기업이 61.8%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환율 변동이 수출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기업이 61.8%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기업은 38.2%였다.
이는 환율 상승 시 수출기업이 달러 기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동일 가격으로 판매하더라도 원화 기준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동차·선박 등 순수출 구조가 강한 산업에서는 환율 상승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업종의 경우 기업의 96.4%가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순수출 기업으로 나타나 환율 상승 시 매출 확대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반면 반도체 산업은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소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구조가 강해 기업의 53.8%가 순수입 기업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산업 구조에 따라 환율 변동의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환율 상승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전반의 비용 증가가 국내 생산비를 끌어올리면서 수익성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물가 상승에 따른 간접 비용 증가까지 고려하면 전체 기업의 80.1%가 영업이익률 하락을 겪는 것으로 추정했다. 수익성이 개선되는 기업은 19.9%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 감소 폭도 확대됐다.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는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감소 폭은 단기적으로 2.23%포인트였지만 장기적으로는 2.68%포인트로 커졌다.
이는 환율 상승이 기업 간 거래 구조를 통해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이를 공급받는 기업의 생산비도 함께 상승하고, 결국 전반적인 산업 비용 구조가 높아지는 연쇄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자동차·자동차부품·석유화학 등 국내 협력업체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이러한 간접 비용 상승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석유제품이나 반도체 산업은 원자재를 직접 수입하는 비중이 높아 간접 파급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대를 돌파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고환율 지속 기간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88일, 2008년 금융위기 148일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고환율 국면은 480일 이상 이어지며 이례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연구를 수행한 도원빈 수석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비 상승과 물가 압력으로 인해 기업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화와 함께 환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를 강화하고 무역금융 지원 확대, 선물환과 환변동보험 등 환헤지 비용 지원을 늘리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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