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전환연구소장
충북지역은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대한민국 제조업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사통팔달의 지리적 이점과 적극적인 산업단지 조성은 대규모 생산시설 유치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낳았고, 이는 지역 내 총생산(GRDP) 증대와 수출 경쟁력 확보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 충북경제가 마주한 지표 이면에는 제조공정 중심의 ‘추격형 모델’이 가진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생산 총량은 늘어났으나 부가가치의 핵심인 원천기술 개발과 설계 역량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가치사슬에 종속되어 있다. 이는 외부 환경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제는 제조공정 중심의 성장을 넘어 연구개발(R&D) 역량의 내재화라는 질적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단순 생산거점에 머무는 것은 비용상승과 신흥국의 기술추격에 따른 기업이탈 리스크를 상시 동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선 9기 정책의 핵심은 기업유치를 넘어, 지역 내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R&D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지자체는 단순한 부지 제공자가 아닌, 기술혁신의 코디네이터로서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산업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산업의 고도화만이 충북을 ‘공장’이 아닌 ‘혁신의 발원지’로 재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산업구조의 체질 개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인적자본의 공급과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첨단산업이 요구하는 전문인력은 단순히 일자리 유무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문화, 교육, 의료 등 고차원적인 서비스업 기반이 결여된 산업지역은 결국 주말이면 공동화되는 정주성 없는 ‘생산의 섬’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산업정책은 반드시 도시계획과 결합되어야 한다. 직주근접을 넘어 문화적 다양성과 삶의 질이 보장되는 스마트 시티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청년들이 지역 내에서 자아를 실현하고 생애주기를 완결할 수 있는 ‘머물고 싶은 지역’으로의 변모가 요구된다.
민선 9기, 도지사 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향후 도정의 성패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물적자본 투입 중심의 행정에서 얼마나 과감하게 탈피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를 닦고 단지를 조성하는 토건 위주의 접근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인 인적자본에 투자하고, 지식서비스 기반의 정주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역발전의 진정한 의미는 수도권의 공장을 옮겨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가 인재를 기르고 그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독자적인 혁신생태계를 완성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의 현명한 지역정책 공약을 기대한다.
충청매일 CCDN
충청매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