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바람·햇빛을 '그린 암모니아'에 담다…에너지 수송 물류망의 탄생
이그니오 인수가 가져온 혁신…'광산 없는 자원국가', 신개념 도시 광산의 완성
시너지 효과와 미래 가치…에너지·소재 아우르는 '친환경 거인'
대한민국의 미래 담보할 '지속 가능한 안보'의 이정표
고려아연이 한화임팩트, SK가스와 '그린 암모니아' 공급망 구축을 협력키로 했다. 2022년 9월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세계 비철금속 글로벌 1위 기업 고려아연이 대전환의 길목에 섰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수성에 성공한 고려아연은 이제 '국가 안보 공급망'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향해 본격적인 닻을 올리고 있다. 이번 중동 전쟁이 보여주듯 에너지, 첨단소재 등의 공급망 구축은 국가 생존을 넘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한국 경제 성장의 미래를 담보할 뼈대 인프라다. 이에 발맞춰 최윤범 회장이 천명한 '뉴 고려아연'이 3년째를 맞으며 그 골격이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에서 펼쳐지는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통해 한미 경제 안보 동맹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비전으로 이차전지와 그린 에너지를 아우르는 거대한 자원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본지는 대한민국 자원 안보의 최전방에서 고려아연이 써내려가고 있는 거대한 미래 서사를 구체적으로 조망한다. [편집자주]
탄소중립과 자원 민족주의가 글로벌 산업 지형을 흔들고 있는 지금,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에게 '자원 안보'는 생존과 직결된 화두다.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한국 경제는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때마다 거센 흔들림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시대적 비극을 타개하기 위해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역량을 자랑해 온 고려아연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바꿀 거대한 승부수를 던졌다.
고려아연이 그리는 미래의 핵심은 단순히 땅을 파서 광물을 캐내는 전통적 개념의 자원 확보가 아니다.
지구 반대편 호주의 바람과 햇빛을 에너지로 치환해 국내로 들여오는 '에너지 물류망(Logistics)의 혁신', 그리고 버려진 폐기물에서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를 무한히 추출해 내는 '도시 광산(Urban Mining)의 완성'이 그 골자다.
고려아연은 이제 단순한 제련기업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원 안보 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신재생 에너지 및 자원 순환 선도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 [자료=고려아연]
◇ 호주의 바람·햇빛을 '그린 암모니아'에 담다…에너지 수송 물류망의 탄생
고려아연 미래 전략의 첫 번째 축은 호주 대륙의 무한한 자연환경을 대한민국의 산업 에너지로 전환하는 대규모 '그린 수소·암모니아 이송 프로젝트'다.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인 아크에너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사업은 호주의 풍부한 일사량과 강력한 바람을 이용해 대규모 신재생 전력을 생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고려아연은 2030년까지 호주 공장에서 28만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 중 100만톤 이상을 암모니아로 전환해 국내로 운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임팩트, SK가스와 함께 호주에 암모니아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에너지를 생산하더라도 수천㎞ 떨어진 한국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수송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기체 상태의 수소는 부피가 크고 폭발 위험이 있어 장거리 이송이 극도로 어렵다.
여기서 고려아연이 찾아낸 해답이 바로 '그린 암모니아'다. 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암모니아 형태로 액화하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고, 기존의 암모니아 수송 인프라와 선박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압도적인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호주의 바람과 햇빛을 그린 암모니아라는 그릇에 담아 한국으로 옮겨오는 것은 단순히 해외에서 발전 사업을 하는 차원이 아니다. 이는 대양을 건너 에너지를 영구적으로 수송하는 '새로운 글로벌 에너지 물류망'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산업계에 무탄소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동맥'을 뚫는 작업이다.
호주에서 액화돼 건너온 그린 암모니아는 국내에 도착한 뒤 다시 수소로 분해(크래킹)돼 수소 발전소나 모빌리티 충전소, 혹은 포스코 등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 공정에 공급된다.
석유를 실어 나르던 유조선 자리를 고려아연의 그린 암모니아 운반선이 대체하며, 이는 대한민국 에너지 공급망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물류 혁명이다.
고려아연의 '그린 수소' 생산 프로젝트. [자료=고려아연]
◇ 이그니오 인수가 가져온 혁신…'광산 없는 자원국가', 신개념 도시 광산의 완성
고려아연이 그리는 자원 안보의 또 다른 축은 지상이 아닌 '도시'에 있다. 과거의 자원 확보가 해외 광산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면, 고려아연은 첨단 기술을 통해 버려진 전자제품과 폐기물에서 자원을 캐내는 '도시 광산'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전략의 정점이 바로 미국 전자폐기물(E-Waste) 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 홀딩스'의 인수다.
이그니오는 미국 전역에서 수거한 폐스마트폰, 폐컴퓨터 등 복합 전자 폐기물에서 동(銅), 금, 은, 팔라듐 등 고부가가치 유가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독보적인 스크랩 공급망과 IT 기반의 수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인수를 통해 북미 지역의 고품질 원료 수거망을 장악하는 동시에, 이를 온산제련소의 독보적인 친환경 공정 기술과 결합해 ▲원료 수거 ▲추출 ▲제품화로 이어지는 글로벌 자원 순환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의 독자 기술로 추출된 높은 효율성과 안전성을 갖춘 고품위의 2차 원료를 통해 현재 연간 3만톤의 동(銅) 제련 생산 역량을 더욱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생산된 동은 동박 사업을 추진 중인 자회사 케이잼으로 전달돼 친환경 동박 생산을 뒷받침함으로써 고려아연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또 다른 핵심 축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그니오의 전자폐기물 공급망을 통해 동박 생산 관련 원료 수급 리스크 완화뿐만 아니라, 향후 이차전지 폐배터리 자원 확보도 모색할 계획이다.
도시 광산은 전통적인 광산 개발이 가진 태생적 한계인 환경 파괴, 지정학적 리스크, 자원 고갈 우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천연 광석에서 동을 제련할 때보다 폐기물 스크랩에서 동을 추출할 때 탄소 배출량이 대폭 줄어들며, 글로벌 탄소 규제(규제 장벽 및 RE100)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급성장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무기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도시 광산 기술은 수입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땅 한 평 파지 않고도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를 무한히 자급자족할 수 있는 '광산 없는 자원국가'라는 신개념 패러다임이 고려아연의 손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도시 광산' 전략. [자료=고려아연]
◇ 시너지 효과와 미래 가치…에너지·소재 아우르는 '친환경 거인'
고려아연의 두 가지 축인 '호주 그린 암모니아'와 '미국 이그니오 리사이클링'은 별개의 사업이 아니다. 이는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 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 에너지, 자원 순환, 이차전지 소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거대한 거미줄이다.
이그니오를 통해 확보한 친환경 동(銅) 스크랩은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 제조 공정의 핵심 원료로 투입된다.
그리고 이 모든 제조 공정을 가동하는 에너지는 호주에서 날아온 그린 암모니아 기반의 청정 전력이 담당하게 된다.
원료의 조달부터 제품 생산, 에너지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완벽한 무탄소 친환경 구조로 엮이는 세계 유일무이한 모델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수익성 제고를 넘어, 미·중 갈등과 자원 공급망 블록화 속에서 대한민국 제조업이 전방위적인 압박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탈출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심층적인 가치를 지닌다.
◇ 대한민국의 미래 담보할 '지속 가능한 안보'의 이정표
과거의 자원 안보는 대형 유조선이 중동의 원유를 싣고 무사히 진해항에 도착하기만을 바라던 수동적인 형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개척하고 있는 길은 전혀 다르다.
호주의 거센 바람을 붙잡아 암모니아라는 그릇에 담아 대양을 건너오고, 미국의 거대한 도시 속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첨단 반도체와 배터리에 들어갈 보물을 캐내고 있다.
이는 자원의 경계를 물리적인 '영토와 광산'에서 기술 중심의 '순환과 물류'로 확장한 위대한 도약이다.
고려아연의 이러한 체질 개선과 진화는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기술 강국을 넘어 '자원 독립국'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이정표다.
제련 강자에서 신재생 에너지와 자원 순환의 글로벌 리더로 탈바꿈한 고려아연이 다시 그려나갈 대한민국의 자원 안보 지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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