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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향의 눈]언론을 적으로 보는 ‘전설의 과방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되고 새 지도부가 들어서며 국면이 바뀌었지만, 짚고 넘어가야겠다.

[경향의 눈]언론을 적으로 보는 ‘전설의 과방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되고 새 지도부가 들어서며 국면이 바뀌었지만, 짚고 넘어가야겠다.

기자 출신 정치인이라는 이력은 보통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편에 서겠다는 다짐이나 기대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월간지 기자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등을 거쳐 미디어 관련 현안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내고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에까지 오른 최민희 의원의 이력이 그렇다. 한때 ‘민언련의 대모’로 불렸던 그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여준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권력의 언론 통제 문법을 스스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논란의 발단은 이달 초 지역순회 합동연설회에서 벌어진 오마이TV 취재진과의 실랑이였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최 의원 측 인사는 오마이TV 취재진이 뭘 촬영하는지 휴대전화로 찍어가며 감시하고, 카메라를 쫓아가 종이로 화면을 가렸다. 어느 의원실 소속인지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 의원은 해당 기자가 “조선일보 쪽 출신”이라고 쓴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노조와 기자협회 지회가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언론을 통제하려 하지 말라”며 성명을 낸 배경이다.

언론개혁 외치던 최민희 의원

비판적인 언론 취재 방해 논란

과거 이력 공개하며 낙인찍기도

언론 자유는 내 편만의 것인가

취재진의 소속이나 이력을 문제 삼아 보도의 정당성을 흔드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정권에 비판적인 매체나 기자를 골라 배제하고, 특정 보도의 배경을 캐물으며 위축시키는 수법은 불과 몇해 전 윤석열 정부에서 숱하게 보여준 언론 통제 방식과 겹친다. 대통령실이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고, 비판적 질문이 이어지자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중단하고, 검찰과 경찰이 비판 보도를 한 기자의 자택과 언론사 사옥까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나. 최 의원은 지난해 MBC 비공개 업무보고 자리에서 자신과 관련된 MBC 보도를 문제 삼으며 보도본부장을 질책하고 퇴장을 명령한 전력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CNN을 “가짜뉴스”라 규정하며 해당 매체 기자의 질문을 거부하거나 백악관 출입기자증을 정지시킨 모습과도 닮았다. 방식과 강도만 다를 뿐, ‘내게 불리한 보도를 하는 언론과 기자를 골라내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본질은 똑같다. 전당대회는 공개된 정치 행사다. 당원들이 반응하고 경쟁하는 모습 자체가 취재 대상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장면만 촬영해달라고 요구할 권리도, 불편한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게 제지할 권리도 정치인에게는 없다.

이러한 언론관은 동료 의원들을 대하는 그의 독선적 태도와도 궤를 같이한다. 최 의원은 전당대회 연설 현장에서 동료 의원의 정견 발표 도중 공개적으로 야유를 보내고 연설을 마친 후보의 악수를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판이나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에 대해 “일베 문화가 침투했다”고 규정하고, 정책적 연대를 주장하는 동료 의원에게 “박쥐”라며 모욕을 주는 모습은 진영 논리에 갇힌 오만함의 극치였다. 과연 그가 언론 정책을 다루고 집권당 지도부로서 국정을 책임질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 의원 측은 취재 방해 의혹에 대해 “보좌진을 향해 카메라를 돌린 것을 막으려 했을 뿐”이라며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오마이TV의 보도 태도가 편향돼 있어 공평한 취재를 요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전당대회가 워낙 과열 상태로 진행된 데다 언론사들 역시 진영논리에 편승해 보도하는 경향을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장 상황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에 엇갈리는 지점이 있는 만큼 좀 더 확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인이 언론을 대하는 기본 원칙까지 흐려져서는 안 된다. 언론개혁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온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언론의 자유는 우호적인 기자만 취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기자에게도 질문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서 시작된다. 최 의원이 과거 정부의 ‘입틀막’을 비판했다면, 자신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자칭 ‘전설의 과방위원장’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최소한의 자격일 것이다.

이주영 기획콘텐츠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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