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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제칼럼] 노란봉투법, 경영 의욕 꺾지 않고 연착륙 고민해야

인천 지역은 남동국가산업단지를 필두로 자동차 부품, 반도체 후공정, 기계 설비 등 수많은 제조 기업들이 도급과 하도급이라는 사슬로 엮여 있다. 특히, 인천지역 사업체의 약 97%를 차지하는 2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대응...

[경제칼럼] 노란봉투법, 경영 의욕 꺾지 않고 연착륙 고민해야

▲ 박주봉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2026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본격적으로 산업 현장에 적용되며 경영계가 우려해 온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 역시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확정·발표하며 법안 적용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법안 자체에 대한 소모적인 찬반 논쟁을 넘어 이 제도가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이번 개정법에서 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쟁점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개정법은 직접적인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원청 기업이 무조건 하청 노조의 교섭에 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혼란이 거세다. 이에 정부는 해석지침을 통해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작업 환경, 임금, 근로시간 등 노동자 근로조건에 대한 원청의 '구조적 통제' 여부를 엄격히 따져야 함을 명확히 했다. 이는 원청의 교섭 의무를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에 따라 판정해야 한다는 중대한 선언이다.

산업계가 이러한 '객관적 판단'의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대 산업의 핵심인 분업과 협업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인천 지역은 남동국가산업단지를 필두로 자동차 부품, 반도체 후공정, 기계 설비 등 수많은 제조 기업들이 도급과 하도급이라는 사슬로 엮여 있다.

특히, 인천지역 사업체의 약 97%를 차지하는 2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대응 체계를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법 시행에 따른 타격을 누구보다 크게 받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상위 협력사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노조 없는 하청업체까지 생산 차질과 중단 발생은 물론, 원청에서 쟁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거래 관계 단절 등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원청이 품질 유지나 납기 준수를 위해 하청업체와 통상적으로 소통하는 필수 경영 활동마저 '구조적 통제'로 확대 해석된다면 기업 간의 합법적인 도급 계약은 법적 리스크로 전락하고 만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또 다른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하여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둔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 다른 쟁점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과 파업 적용 범위의 확대가 가져올 경영상의 불확실성이다. 개정법은 불법 파업 시 조합원 개인별로 책임 비율을 산정하도록 해 다수가 참여하는 쟁의 현장의 특성상 기업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무력화하며 이는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를 흐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쟁의행위의 대상마저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으로 대폭 넓어짐에 따라 고도의 경영상 결단이나 권리 분쟁까지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현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노사 간의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된다면 기업은 미래를 위한 혁신과 신사업 투자 대신 분쟁 수습에 역량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잦은 쟁의로 인한 조업 중단과 위법 행위의 피해마저 고스란히 기업이 감내해야 하는 구조는 결국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 동력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취지가 노동권 보호에 있다면 그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권이 침해되는 부작용 또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향후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엄정하고 객관적인 법 집행이 필요하며 사용자 범위의 명확한 한정과 쟁의 대상의 합리적 조정을 골자로 하는 보완 입법 논의가 조속히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주봉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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