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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제칼럼] AI 시대, 근로시간 단축 '선택' 아닌 '지속가능성' 문제

최근 IT 업계를 중심으로 AI 시대에 발맞춘 주 4일 또는 4.5일제 도입 요구가 거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바야흐로 로봇과 AI가 산업 전반의 공정 효율화를 견인하는 시대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적 토대는 이미...

[경제칼럼] AI 시대, 근로시간 단축 '선택' 아닌 '지속가능성' 문제

김성길 공인노무사·법학박사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의 개정사는 곧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최장 노동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법 개정을 통한 단축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 대비 연간 150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는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3년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 주 5일제(주 40시간제)를 도입했다. 이어 2018년에는 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결단을 내렸다. 다만 급격한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차등 시행해, 2021년 7월에 이르러서야 5인 이상 사업장 전체에 안착하기에 이르렀다.

주 40시간제 도입 후 20년이 지났음에도 장시간 근로의 오명은 여전하다. 이에 정부는 최근 포괄임금제 오남용 등 소위 ‘공짜 노동’ 근절에 주력하며, 근로감독 강화를 통해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로잡는 추세다.

변화의 물결은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IT 업계를 중심으로 AI 시대에 발맞춘 주 4일 또는 4.5일제 도입 요구가 거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이 유지될 수 있음을 체득한 사무직군에서 ‘전통적 근로 형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결과로 풀이된다.

디지털 기술의 진보는 이미 공간의 제약을 허물었다. 화상회의와 클라우드 협업 도구는 사업장 출퇴근을 전제로 한 기존 규제의 유효성을 무색하게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이 출범하며, 2030년까지 한국의 실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단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기도 했다.

추진단은 포괄임금제를 엄격히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 외에도 근무시간 외 업무 연락을 제한하는 ‘연락하지 않을 권리’의 제도화와 연차 유급휴가 사용 활성화 등의 과제를 다룬다. 또 주 4.5일제 도입 및 확산 지원, 4시간 근무자가 휴게시간 없이 30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현장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단순히 ‘덜 일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근로자의 건강권 확보와 사회적 비용 감소는 물론, 일자리 나누기와 양육 시간 확보를 통한 저출생 문제 해결까지 직결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그럼에도 전면적 도입이 더딘 이유는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는 경영계와 임금 감소를 경계하는 노동계 사이의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1922년 포드 자동차는 컨베이어 벨트라는 혁신을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도리어 생산성을 향상했다. 노동 시간의 몰입도와 만족도 증가가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됨을 증명한 사례다.

바야흐로 로봇과 AI가 산업 전반의 공정 효율화를 견인하는 시대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적 토대는 이미 마련됐다. 이제는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증대와 사회적 비용 감소, 그리고 지속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성숙한 논의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길 공인노무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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