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 연체 등 퇴거 불응때
물리력에 강제 철거 끊이지 않아
법원, 개인 사적 제재 엄격 금지
‘형사 범죄’ 인지 단호히 제지를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상가 임대차 관계에서 임차인이 차임을 연체하거나 계약 종료 후에도 퇴거하지 않을 때 임대인이 겪는 고통은 적지 않다. 그러나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피하고자 사적인 물리력을 동원해 영업장을 강제로 철거하는 극단적인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흔히 임대차계약서상의 ‘차임 연체 시 임대인이 임의로 시설물을 철거하고 유체동산을 반출할 수 있다’는 임의 명도 특약이나 사전에 작성해 둔 공정증서를 근거로 내세운다.
임대인은 용역을 동원해 자물쇠를 부수고 집기를 길가로 끌어내며, 영업권을 침해당한 임차인이 다급히 112에 신고해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계약서와 공정증서를 확인한 뒤 단순한 사법상 채권·채무 분쟁으로 보아 물러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경찰의 소극적인 ‘민사불개입 원칙’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공권력이 방조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개인에 의한 사적 제재, 즉 자력구제(自力救濟)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강제집행은 국가가 독점하는 사법권의 고유 영역이며, 채권자는 국가에 강제집행권의 발동을 신청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다. 대법원은 2004도341 판결에서 법률이 정한 집행기관을 거치지 않고 채권자가 임의로 강제집행을 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서상 임의 철거를 허용하는 조항이 있고 임차인이 이에 서명했다 하더라도 이는 원천적으로 무효인 약정이다. 임대인이 이를 근거로 간판을 떼어내거나 출입문을 봉쇄하는 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를 넘어 형법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
나아가 임대인이 임차인의 동의 없이 점유 중인 공간에 무단 진입하는 행위는, 설령 그 건물의 소유권자라 하더라도 명백한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 법원은 건조물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점유자의 ‘사실상 평온’으로 본다. 최근 대법원 2022도5940 판결은 불법 점유자들에게 건물 관리권을 빼앗긴 상황이라 하더라도, 적법한 명도소송 절차 없이 사설 용역을 동원해 실력으로 점유를 탈환하려 한 행위는 특수건조물침입죄 및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자력구제의 위법성을 재확인했다. 또한, 임대인들이 흔히 범하는 치명적인 오해 중 하나는 ‘공정증서’의 만능성에 대한 맹신이다. 공정증서가 판결 없이 곧바로 집행권원이 되는 범위는 민사집행법 제56조에 따라 금전소비대차 등에 기한 금전, 대체물,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 지급 청구에 엄격히 한정된다. 특정 건물의 인도를 구하는 청구는 이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다.
부동산 인도에 관한 강제집행력을 인정받으려면 공증인법 제56조의3에 따라 임대차 종료 전 6개월 이내에 보증금 반환 의무까지 강제집행 승낙 취지로 기재한 별도의 ‘인도집행증서’를 엄격한 요건 아래 작성해야만 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일반 금전 공정증서나 사적 계약서를 앞세워 임의로 짐을 끌어내는 것은 합법의 탈을 쓴 명백한 불법행위다.
치안 현장에서 민사불개입의 원칙이 기계적으로 맹신되는 관행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최근 수자권 조정 및 보완수사권 폐지 등 형사소송법 개정과 맞물려 경찰의 1차적 수사 권한과 책임은 막중해졌다. 커진 권한만큼 경찰이 현장에서 민사불개입 원칙을 올바르게 주장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민사법과 형사법을 명확히 구별할 수 있는 고도의 법적 지식과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민사불개입은 순수한 민사 분쟁에 형벌권을 남용하지 말라는 경계이지, 눈앞에서 건조물침입과 업무방해, 재물손괴라는 범죄가 자행되는 현장을 방치하라는 면죄부가 아니다. 현행법이 금지하는 폭력적 자력구제 현장에서 일선 경찰관들은 형사 범죄를 인지하고 단호히 제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오직 법률이 정한 명도소송과 집행관을 통한 적법한 강제집행만이 권리를 보호할 유일한 길임을 공권력 스스로가 엄정한 현장 조치를 통해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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