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AI 전환 속도전
비용 절감·업무 효율 높여
대출·상품 추천·상담에 AI
오작동·내부통제 우려도
인공지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금융권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 전환에 들어가고 있다.
과거 간단한 답변을 제공하는 챗봇이나 자동 응답 서비스로 AI를 활용해 왔다면 최근에는 대출 심사나 고객 상담, 맞춤형 상품 추천 등 개별 고객에게 최적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금융권이 희망퇴직 확대와 인건비 상승으로 비용 부담에 시달려 온 만큼 AI는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혁신 기술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AI로 은행 업무 대체 가능할까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금융지주는 은행 그룹에 AI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판단해 보고하도록 했다. KB금융은 업무별로 AI 전환 가능 여부를 표시하도록 한 뒤, 불가능한 업무에는 그 사유를 상세히 적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AI 기술이 도입됐을 때 인력 운영 규모가 어떻게 될지 분석하는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KB금융의 움직임은 올해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경영 키워드로 제시한 ‘전환과 확장’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양 회장은 비(非)은행·비이자 수익 확대 기조 아래 계열사 전반의 AI 전환을 지속적으로 주문해왔다. 특히 KB증권을 선도 모델로 삼아 AI를 우선 적용한 뒤 다른 계열사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은 연말까지 영업과 여신 심사 등 58개 업무 영역에 약 300개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 수를 약 10% 감축해 인력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AI·디지털전환(DT) 추진을 관장할 미래전략 부문도 새로 마련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한 해 앞서 31본부 139부 체제를 27본부 117부 체제로 슬림화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KB금융그룹 12개 계열사 임직원은 지난해 1분기 2만 2519명에서 올해 1분기 2만 1885명으로 634명 줄었다.
KB금융은 자산관리·보험·카드 상담 등 고객 접점은 물론 리서치와 기업 제안서 작성 등 내부 업무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권 최초의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 ‘KB GenAI 포털’을 구축해 현업 직원이 직접 업무에 맞는 AI 도구를 설계·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KB금융은 피지컬 AI 기반 시니어 돌봄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7일 KB금융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EXPO KOREA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젠피(GenP)’를 공개했다. 젠피는 시니어 고객과 대화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복약 시간을 인지하고 약통을 식별해 집어 전달하며 재활 동작 보조와 기립 부축까지 수행하는 피지컬 AI 기반 돌봄 서비스를 시연했다.
KB금융은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해 오는 7월 KB골든라이프케어 종로평창카운티에 인공지능 케어로봇 ‘케비’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케비는 긴급 상황 감지, 공간 안내, 안부 대화 기능을 갖춘 소형 자율주행 로봇이다.
◆금융권 AI 전환 속도
KB금융 외에도 다른 금융지주 역시 대대적인 AI 전환에 나서고 있다. 과거 금융권의 AI 활용은 단순 챗봇이나 자동 응답 서비스 수준에 머물렀다. 고객이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거나 계좌 조회를 문의할 때 기본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대출 심사와 자산관리, 고객 상담 등 핵심 업무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금융권은 대출 심사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은행원이 고객의 소득 자료와 금융거래 기록을 검토하고 대출 여부를 판단했던 과거와 달리 AI를 통해 고객의 소비 패턴과 거래 흐름, 상환 이력, 신용 변동 등을 실시간 분석하고 위험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확산된 것이다.
이를 활용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상당수 대출 과정을 AI로 자동화했고 시중은행도 AI 기반 시스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전환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한 경신대회를 진행하는 등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생성형 AI를 그룹 전반에 적용하며 업무 자동화와 생산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0월 ‘AI 네이티브 컴퍼니’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생성형 AI를 그룹 전반에 적용하며 업무 자동화와 생산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진대회를 추진해 우수 사례를 선별해 전사로 확산할 방침이다. 현재 신한금융은 15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1부서 2 AI 에이전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계열사별 내부 경진대회에서 대표 사례를 3~4개씩 추리고 그룹 차원에서 다시 6~7개의 핵심 사례를 최종 선정해 경영포럼에서 공유할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AI) 연구조직과 디지털 컨트롤타워를 축으로 AI 전환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중심으로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이를 계열사에 적용하고 있다. 단순 외부 솔루션 도입이 아닌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이를 그룹 전체로 확산하는 방식이다.
하나금융 계열사 하나은행은 AI를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보조하고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영업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OCR 솔루션 ‘리딧(READIT)’을 통해 수출입 문서 심사 등 수기 업무를 자동화하며 처리 시간을 단축했다.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는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 ‘아이웰스(AI Wealth)’를 통해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외환 거래에서는 AI 기반 송금 시간 예측 서비스를 도입해 편의성을 높였다.
우리금융은 올해 경영 방향으로 AI 전환, 생산적 금융 확대, 비은행 계열사 시너지 강화를 내세우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업무 방식과 서비스 전반을 재설계하는 기반을 구축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고객 응대, 여신 심사, 자산관리 등 주요 영역에서 AI 적용을 확대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업무 자동화를 통해 내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우리금융은 AI 전환 마스터플랜 실행을 통해 향후 3년간 그룹 전반에 AI를 내재화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 고도화와 업무 자동화를 병행해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방침이다.
◆혁신기술이 아닌 생존전략
금융권이 AI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권의 AI 경쟁은 기술 경쟁인 동시에 비용 구조 재편 경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인건비는 2조원을 돌파했다. 은행별로 우리은행은 6184억원, 신한은행은 5369억원, KB국민은행은 4569억원, 하나은행은 4181억원 수준이었다. 희망퇴직 확대와 디지털 전환 투자까지 겹치면서 금융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은 최근 수년간 희망퇴직과 점포 축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비용 절감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영업점은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IT·AI 전문 인력 채용은 늘어나는 등 ‘창구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채용 구조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AI를 통한 맞춤형 상품 서비스 추천 등 향후 프라이빗뱅커(PB) 영역에도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데이터와 AI 인프라를 먼저 확보한 금융사가 장기적으로 고객 접점과 업무 효율, 비용 구조까지 장악하며 경쟁 우위에 오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은행 간 생산성과 비용 효율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실제 상담과 심사, 보고서 작성 등 기존 인력이 수행하던 업무 상당 부분은 AI 기반 자동화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AI 판단 오류와 환각(할루시네이션), 개인정보 보호, 내부통제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 업무 특성상 AI 오작동이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검증 체계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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