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내 사망·장기 격리 반복
수가체계·인력·감독부실 등 원인
격리기준 강화 등 제도 손질해야
▲ 이나라 법률사무소 율빛 대표변호사 울산대 법학과 겸임교수
지난 9월, 울산의 한 정신병원이 문을 닫았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 병원 폐쇄병동에서 숨진 입원환자는 공식 확인된 것만 7명이다. 한 지적장애 환자가 동료 환자 2명에게 목이 졸리고 짓밟히는 동안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고, 당직 의사는 자리에 없었으며, 이송은 늦어졌다. 숨진 환자의 가족에게는 ‘사망’이 아닌 ‘퇴원’을 알리는 우편물이 도착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죽음이 행정 서류 위에서는 퇴원으로 처리된 것이다. 그리고 2년 뒤, 또 다른 지적장애 환자가 같은 병동에서 동료 환자에게 폭행당해 의식을 잃었고 4개월 만에 숨졌다.
필자는 이 병원에서 피해를 입은 한 환자 측의 대리인으로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기록을 넘길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다. 이것은 몇몇 사람의 일탈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도록 만들어진 그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는 한 지적장애 환자가 2평 남짓한 보호실에 2282시간, 약 96일 동안 격리되고 반복적으로 강박된 사실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지침상 격리는 최대 12시간, 강박은 최대 4시간이다. 이것을 과연 치료라고 부를 수 있는가. 폭행 가해 환자들은 “차라리 교도소에 가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치료와 보호를 명분으로 한 공간이 그 안의 사람들에게는 교도소보다 견디기 어려운 곳이었다는 고백이다.
이것이 한 병원만의 일도 아니다. 인권위의 전국 실태조사에서는 526시간 연속 격리, 0.7평 남짓한 공간에 갇힌 환자가 침대와 벽 사이에 끼어 숨진 사고까지 확인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돈의 흐름이 그렇게 설계돼 있다. 정신병원 입원에는 하루 단위 정액수가가 적용돼, 상담과 재활을 많이 제공할수록 병원의 수익은 줄어든다. 반면 격리와 강박에는 시간당 수가가 따로 붙는다. 환자를 달래고 대화하는 인력에는 보상이 없고, 묶어두는 일에는 보상이 있는 셈이다.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다. 권고 기준은 간호사 1명당 환자 13명이지만, 실제로는 1명이 40명 넘는 환자를 맡는다. 환자를 직접 제압하는 보호사에게는 법적 자격 기준조차 없고, 간호조무사 자격을 가진 이도 21%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감독이 없었다는 것이다. 7명이 숨지는 동안 지자체 점검은 서류 위주로 이루어졌다. 시설평가에서 불합격을 받아도 영업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여기에 같은 법인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최근 5년간 중증 발달장애인 63명이 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시설과 병원 사이의 입·퇴원이 반복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장애인은 치료와 자립의 주체가 아니라 운영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폐원 이후다. 입원환자 184명 중 143명 이상이 다른 지역 폐쇄병동으로 한꺼번에 옮겨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사와 자립 가능성을 묻는 절차는 없었다. 10년 넘게 입원해 온 이들은 돌아갈 집과 돌봄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잠긴 문 안으로 보내졌다.
병원 하나가 문을 닫았다고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격리·강박 기준을 지침이 아닌 법률로 올려, 전문의의 대면 진찰과 서면 처방 없이는 할 수 없게 하고 위반에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묶는 치료가 아니라 대화하는 치료에 보상을 줘야 하고, 간호 인력 기준을 높이며 보호사 자격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가족의 동의만으로 쉽게 이뤄지는 보호입원 제도를 손보고, 입원 심사에서 당사자가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불시 점검과 외부 옴부즈맨으로 닫힌 병동을 바깥에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병원이 문을 닫을 때 환자를 또 다른 병원으로 넘기는 대신, 지원주택과 동료지원을 통해 지역사회로 돌아올 길을 열어야 한다.
진상은 수사와 재판으로 밝혀지겠지만, 누군가의 책임을 가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구조가 남아 있는 한, 그 병원은 이름만 바꿔 어딘가에 다시 나타날 것이다. 자유가 제한된 곳일수록 국가와 사회는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잠긴 문 안에 있는 사람도 우리와 같은 시민이다. 문을 잠근 곳일수록, 더 밝게 비춰야 한다.
이나라 법률사무소 율빛 대표변호사 울산대 법학과 겸임교수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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