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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경복궁·국중박 관람료 인상 논의 유감 [최수문의 문화수도에서]

지난 2023년 5월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협약을 맺고 조계종 산하 전국 주요 사찰에 입장할 때 징수하던 문화유산(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했다. 그동안 사찰들은 문화유산 관리 보존이라는 이유로 1인당 몇천 원씩을 받았고 등산객들은 이를 ‘통행세’라며 비판을 했다.

관람객들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 내 향원정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3년 5월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협약을 맺고 조계종 산하 전국 주요 사찰에 입장할 때 징수하던 문화유산(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했다. 그동안 사찰들은 문화유산 관리 보존이라는 이유로 1인당 몇천 원씩을 받았고 등산객들은 이를 ‘통행세’라며 비판을 했다. 사찰에 대한 관람료 면제 비용은 대신 국가유산청이 국비로 지원해 주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이 ‘문화유산 관람 지원’ 사업에 총 582억 원을 배정했고 내년에는 더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최응천 전 문화재청 청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공짜 정책에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닌가’ 주장에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를 보전한다는 의미보다는 문화재를 소유·관리하는 사찰 측 비용에 대한 지원금으로 해석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며 “관람객이 많아지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옹호한 바 있다.

사찰 관람료 폐지를 대표적으로 최근까지 공공시설에 대한 관람료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였다. 일반 국민들이 손쉽게 문화시설을 향유할 수 있게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중앙박물관 등 지역 국공립박물관과 미술관은 2008년 무료로 바뀌었다. 무료로 전환하기 직전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는 2000원이었다. 지금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화시설도 대부분 무료다.

유료가 불가피할 경우에도 최대한 낮게 유지됐다.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는 경복궁 등 고궁의 관람료가 2005년부터 달랑 ‘3000원’에 고정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가 20년 만에 급반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 상황은 복합적이다. 일단 관람객이 폭증하면서 시설 관리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입장객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335만 명에서 지난해 650만 명으로 6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증세 필요성도 제기된다. 무료 비용은 세금으로 채우고 있는데 관람을 하지 않는 측에서 이런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비싼 외국 공공 문화시설과의 관람료 차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용산 소재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반전의 계기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만들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해 7월 관장직에 취임하면서 국공립 박물관의 유료화를 주장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이 문화재청장으로 있던 2005년 1000원이었던 경복궁 관람료를 3000원으로 올렸다면서 “궁궐의 입장료를 올려 받으니 한복 착용 시 무료 관람과 같은 정책도 가능해졌고, 관람객의 태도도 달라졌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료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곧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료가 조만간 1만 원 선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올해 상황을 점검하고 내년 인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가유산청은 궁능(궁궐과 왕릉)의 관람료 인상을 시사했다. 예를 들어 경복궁 관람료가 2005년부터 3000원으로 동결돼 있다면서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궁능 관람료 인상에 대해 아예 오는 11월 결정, 내년 초 단행이라는 시간표를 내놓기도 했다.

9월 8일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주관으로 궁능 관람료 대국민 공개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최수문기자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주최한 ‘궁능 관람료 대국민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는 6000여 명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했다면서 경복궁의 적정 관람료를 9203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관람료 3000원의 세 배 되는 금액이다.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 ‘시설을 관리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 ‘다른 나라 궁궐에 비해 적게 받는다’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궁능원 관리에는 총 1264억 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하지만 관람료 수입은 127억 원에 불과했다. 투입 예산 대비 관람료 충당 비율이 10%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상황이라면 비율이 20~30%는 돼야 한다는데 이것이 관람료의 3배 인상 근거다. 이번 토론회 여론조사에서 나온 적정 관람료 9000원 주장과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경복궁의 관람료 인상 조치는 전국 관련 시설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의 기대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반적인 하락세에 있는 상황에서 물가상승을 촉발할 관람료 대폭 인상은 쉽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관람료를 1만 원으로 한꺼번에 올린다고 하니 말이다.

사찰 관람료 면제 시행 첫날인 2023년 5월 4일 국립공원 설악산 입구 검표소에 ‘무료입장’을 알리는 신흥사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아쉽게도 최근 정부 논의에서 지역 사회가 빠져 있다. 앞서 최응천 전 청장이 사찰 관람료를 폐지하고 대신 정부 지원을 주장하며 언급한 “관람객이 많아지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의 의미다. 최근 서울 도심의 북적거림은 경복궁 등 궁궐과 박물관에 사람이 모인 이유이기도 하다는데 반론을 제기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낮은 관람료로 아낀 돈은 근처 가게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의 다소 외진 곳에 있어 불리할 수 있지만 용산 개발이 진행될 경우 지역도 혜택을 볼 것이다.

지난 2023년 실제 사찰 관람료가 면제되면서 해당 지역사회에 대한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공짜니까 한번 더 방문하고 이는 지역 소비로 연결되는 것이다. 정부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 이들의 관람료 인상의 경우 관람객 숫자와 성격은 어떻게 변화하고 특히 이는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점검해야 한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충격이 더 클 것이 분명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몇몇 지방 국립박물관 외에 대부분의 국공립박물관은 여전히 관람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8일 궁능유적본부 토론회에 나온 전문가 패널과 시민 토론단은 대부분 관람료 인상에 찬성했다. 관람객으로서 돈을 더 내겠다는 것이다. 다만 조규형 궁능유적본부장은 이날 토론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올리면 되죠’라고 하지만 막상 제 돈을 내고 들어가려고 하면 ‘뭐 이리 비싸’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최수문의 문화수도에서] 글로벌 문화수도 ‘한국’에서 전개되는 문화 현상을 살펴보고 진정한 문화수도가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을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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