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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집에서 늙을 권리, 통합돌봄이 답이 되려면

다만 인공지능(AI)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치트키’로 맹신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데이터는 숫자로 치환되지 않는 삶의 구체적 맥락과 인간적인 고뇌까지 모두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AI나 고도화된 분석 모델은...

[경기시론] 집에서 늙을 권리, 통합돌봄이 답이 되려면

부처-기관 장벽 허물어 연속적 체계 구축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위기에 선제 대응

합리적 수가·행정 등 안정적 뒷받침 필요

목경열 보건학박사·경기도장애인체육회 이사

지난달 27일,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일제히 시행됐다. 이는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 사회가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라는 시대적 요구에 법적·제도적으로 응답한 역사적인 첫발이다. 시설 대신 정든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어르신의 소망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짊어지겠다는 약속이 제도로 구현된 것이다.

현재 통합돌봄은 노인·장애인을 대상으로 30종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2030년까지 60종으로 확대해 전주기 돌봄 체계를 완성한다. 그러나 양적 확대와 달리 지역 인프라와 운영 역량은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경기도는 신도시와 인구 소멸 지역 간 돌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지역별 맞춤형 대응이 시급하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통합돌봄이 실효성 있는 안전망으로 안착하기 위해 향후 정책 운영에서 살펴야 할 세 가지 지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부처와 기관 간 장벽을 허무는 ‘통합적 거버넌스’ 확립이다. 현재 우리의 인구 행정은 출산, 보육, 주거 정책이 부처별로 나뉘어 추진되는 분절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통합돌봄 역시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으면 수요자는 여전히 서비스 빈틈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가 국가인구재능부(NPTD)를 통해 정책 간 시너지를 높이듯이 우리도 지자체 전담 조직을 단순한 행정 창구를 넘어 예산, 인력,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갖는 컨트롤타워로 격상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서비스 간 단절을 줄이고 수요자 중심의 연속적 돌봄이 가능해진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예측 행정’으로의 전환이다. 최근 시행된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 정책은 기관 간 정보 연계를 위한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제는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돌봄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위기 징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지능형 체계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 다만 인공지능(AI)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치트키’로 맹신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데이터는 숫자로 치환되지 않는 삶의 구체적 맥락과 인간적인 고뇌까지 모두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AI나 고도화된 분석 모델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돌봄의 우선순위를 돕는 효과적인 보조 수단이 돼야 하며 기술이 포착하지 못한 빈틈을 메우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국 현장 전문가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셋째, 현장의 실천력을 담보할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이다. 통합돌봄의 ‘심장’인 재택의료 서비스가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이유는 인력 부족과 수익성 문제로 의료기관이 참여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방문진료가 일부 의료기관의 선의에만 기대는 서비스가 아닌 제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 가능한 업무가 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가 체계와 행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울러 농어촌과 도서지역 등 인프라 취약 지역에 자원을 집중 투입해 거주지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현장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기대수명 84세 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단순한 수명의 연장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이며 그것이 통합돌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에게만 전적으로 전가될 수 없는 영역이다. 가족의 헌신과 책임이 돌봄의 근간임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국가와 지역사회가 그 무게를 함께 나누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통합돌봄이 정책의 청사진을 넘어 우리 이웃의 일상 속에 스며들 때 비로소 우리는 존엄한 노후라는 사회적 약속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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