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결혼식이 끝나도 방송 카메라는 꺼지지 않는다. 신혼집을 공개했던 부부가 다음 시즌에는 임신 소식을 전하고, 출산을 준비하던 출연자는 아이를 안은 채 다른 육아 프로그램으로 건너간다. 스타의 근황을 엿보던 관찰 예능이 몇 년에 걸쳐 한 가정의 생애 주기를 생중계하는 거대한 기록의 장으로 변모했다. 출연자의 삶에 찾아오는 다음 단계가 곧 방송사의 다음 아이템이 되는 구조다.
최성국은 지난 6월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에서 “우리 가족이 다 나온 이유가 있다. ‘조선의 사랑꾼’이 곧 우리 가족의 역사”라고 털어놨다. 결혼 준비부터 시작된 인연이 어느덧 네 식구의 성장 일기로 이어진 셈이다. 이처럼 가족 예능은 연예인의 사적 영역 깊숙이 파고들어 인생 전반 자체를 동행한다.
출연자의 삶을 따라 채널과 프로그램의 경계마저 허물어진다. 심형탁·사야 부부는 채널A ‘신랑수업’에서 임신과 출산 과정을 공개한 뒤 생후 6개월 된 아들과 함께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무대를 옮겼다.
‘조선의 사랑꾼’에서 결혼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 박수홍·김다예 부부 역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합류해 득녀 순간을 전했다. 프로그램 간판은 바뀌어도 시청자에겐 ‘그 부부가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단 하나의 연속극처럼 소비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가족 예능이 얻는 가장 큰 자산은 누적된 감정이다. 처음 보는 사람의 소식과 달리 결혼 준비부터 지켜본 이의 출산 소식은 훨씬 남다르게 다가온다. 서툴게 배우자를 챙기던 사람이 아이를 돌보며 달라지는 모습 자체가 강력한 이야기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밀착도가 높아질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 시청자의 친밀감이 도를 넘어 사생활에 대한 당연한 권리로 변질될 때가 대표적이다. 결혼을 공개했으니 임신을, 첫아이를 낳았으니 둘째 소식을 기대하는 세간의 시선은 응원을 넘어선 압박이 되기 쉽다. 삶의 단면을 한 번 공개했다고 해서 향후의 모든 일상을 공유해야 할 의무는 없다.
무엇보다 자기 결정권이 없는 미성년 자녀의 노출은 무거운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부모의 선택으로 전파를 탄 아이들은 자신의 노출 범위와 유통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 어린 시절의 사소한 감정이나 취약성이 디지털 공간에 영구 박제되는 위험도 고스란히 아이의 몫이다.
스타의 사생활을 연료 삼아 생명력을 이어가는 가족 예능일수록 제작진에게 필요한 것은 후속 소식을 낚아채는 집요함이 아니다. 카메라를 어디서 멈추고 무엇을 가려줄 것인가에 대한 절제된 감각이다. 화면 안의 이야기가 진짜 ‘가족의 역사’가 되려면, 카메라 밖의 일상부터 지켜줘야 한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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