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하이퍼사이클 속 메모리가 수익 견인
구글 모기업 알파벳보다도 분기 영업익 앞질러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트럼프 변덕 등 리스크 지목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 달성한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 최초로 분기 매출 100조 원·영업이익 50조 원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 국면의 메모리 칩 위상을 증명했다. AI 반도체 슈퍼 사이클 궤도에 본격 진입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300조 원대에 이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호실적은 품귀 현상을 겪는 AI 서버용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반등에 힘입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보다 90∼95% 상승했다. 2분기에도 60% 추가 상승할 걸로 전망돼 올해 D램 가격은 전년 대비 250% 오를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품귀 현상으로 단가가 치솟은 범용 D램 생산 증대로 삼성전자의 이번 분기 영업이익률(43%)은 직전 분기(21.4%)의 두 배로 커졌다. AI 학습·추론용 서버에 실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의 고부가 칩 생산 비중이 확대된 것도 실적 확대에 주효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고객사 공급도 확대됐다. 여기에 고환율로 수익성이 크게 나타난 측면도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 원 중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50조 원 규모를 차지한 걸로 관측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으로 글로벌 빅테크 상위 5위권에 진입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 영업이익은 △애플 509억 달러 △엔비디아 443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 383억 달러 △알파벳 359억3,000만 달러 규모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달러로 환산(환율 1,500원 기준)하면 약 380억 달러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보다도 높고 MS와 비교할 만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최신 HBM4 공급도 2분기부터 본격화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플랫폼에 HBM4를 공급하면서 수율과 생산능력을 끌어올린 걸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용 스토리지 제품 출하도 늘어날 걸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증권가는 연간 실적 전망치를 대폭 올렸다. 당초 200조 원이던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조 원대로 상향됐다. KB증권은 "1분기 메모리 가격이 예상치를 상회했으며, 하반기 더 강한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327조 원, 2027년 영업이익을 488조 원으로 조정했다.
이달 하순 예정인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발표도 주목받는다. 시장은 엔비디아향 HBM 공급 확대에 힘입어 SK하이닉스도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SK하이닉스 실적 평균 전망치는 매출 46조9,900억 원, 영업이익 32조 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이어가고, 삼성전자가 HBM 등 칩 공급을 확대하면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두 회사의 양강 구도는 한층 공고해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실적에 따라 반도체 시장이 단기적 흐름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다만, 잠재된 리스크도 없진 않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인상과 원자재 수급 불확실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이 AI 칩 수요 위축을 초래할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메모리 칩 공장 증설 경쟁이 가열되다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축소되면서 공급 과잉 리스크가 생길 우려도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내세워 한국 반도체 기업에 자국 내 생산라인 구축을 압박하면서 사실상 마이크론 등 자국 반도체 업체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살아있지만 'AI 버블' 우려도 잠재돼 있다"며 "대외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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