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구글이 메모리 줄인다는데…반도체주는 왜 반등했나
-마이크론, 5% 가까이 상승
-삼성·SK하이닉스, 8% 넘게 올라
-터보퀀트발 위기설 우려→기우로
-터보퀀트, 충분한 기술 검증 필요"
윤석진
기자
2026-04-01 12:17:11
사진=뉴스1
구글이 인공지능 관련 신기술을 속속 선보이면서 '게임 체인저'로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양자컴퓨터 발전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해킹 가능성이 부각되며 관련 투심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달에 공개한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은 급증하던 반도체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기술 이론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섹터 기업들의 주가는 이란 전쟁 쇼크에 '터보퀀트' 악재가 더해지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다,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신기술 리스크가 '기우'라는 분석, 이란 전쟁 종전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신기술과 이를 둔 시장의 평가, 지정학적 요인이 더해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반도체 풍향계'로 통하는 마이크론이 하방 압력을 극복하고 상승 반전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미국 최대 D램 업체 마이크론은 전날 보다 4.98% 오른 337.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9.88% 급락한 이후 하루 만에 반등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일 현재 나란히 8%를 상회한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터보퀀트발 위기설이 '우려'에서 '기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에 힘을 실리는 모습이다. 이란 전쟁 종결 가능성이 힘을 얻은 것도 상승 전환에 힘을 보탰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가 조정이 매크로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차익실현 수요를 해소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본다"며 "터보퀀트에 대한 우려는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구글의 터보퀀트 개발 소식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악재로 여겨졌다. 지난달 24일 구글이 자사 블로그에 '터보퀀트, 극단적인 압축으로 AI 효율을 재정의하다(TurboQuant: Redefining AI efficiency with extreme compression)란 글을 올린 것이 계기였다.
터보퀀트는 메모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압축 기법으로, 기존 대비 약 6분의 1만 사용하면서도 AI 추론 속도를 최대 8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AI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수요가 줄어 전체적인 메모리 부족 현상이 완화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로 인해 구글, 오픈AI, 앤스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이 대규모 거대언어모델(LLM)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론상 터보퀀트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다. 메모리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고도 AI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간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업계가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기)'로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에 200% 가까이 상승했고,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각각 300% 넘게 급등했다.
다만 기술적 요인이 수요와 직결되는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다. 이는 AI 효율화 기술이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수요를 줄일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AI 서비스 확대로 전체 메모리 수요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쉽게 말해 비용 부담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반도체 적용이 확대되면서, 전체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지난달 30일 가트너는 2030년까지 1조 개(1000B) 파라미터를 가진 거대언어모델(LLM)의 추론 비용이 2025년 대비 9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토큰 단가 하락이 곧바로 기업의 AI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토큰 사용량 증가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전체 추론 비용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기술이 시장에 충격을 미칠 것이란 우려는 이전에도 반복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딥시크(DeepSeek)다. 지난해 1월 '딥시크 사태' 당시에도 반도체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고성능 반도체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사진=뉴스1
비트코인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혀온 '양자컴퓨터 해킹 가능성'이 커지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알트코인들의 약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일정 부분 회복되었다.
지난달 31일 구글 퀀텀 AI팀은 비트코인 보안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연산 능력으로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구글은 백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보안을 깨는 데 필요한 연산 능력이 기존 가정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사용되는 암호체계를 깨는 데 필요한 물리적 양자비트, 즉 큐비트(qubit) 수가 50만 개 미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흔히 거론돼 온 '수백만 개'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구글의 터보퀀트가 자주 사용하는 KV 캐시를 압축해 메모리 반도체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다만 작은 오차도 서비스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거대언어모델(LLM)에서는 충분한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기술이 높은 완성도를 입증할 경우, 지연시간(Low Latency)이 중요한 에이전틱 AI(Agentic AI) 서비스가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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